주민기록단 활동기록

성북구에서 사는 혹은 살았던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성북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2023. 10. 04. 돈암동성당의 종소리와 종지기 (활동자: 임진희) 2023.12.22
돈암동성당의 종소리와 종지기


활동자 : 임진희

일 시 :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17:00-19:00

장 소 : 돈암동성당 (고려대로7길 120)


1. 인터뷰 선정 이유
돈암성당은 성북구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종을 치는 성당이다.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는 '성북의 소리문화'로 보존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북의 모습들이 사진 자료는 풍성하지만 소리문화는 다소 생소한 듯 여겨졌다. 성당의 역사나 가치문제는 배제하고 종소리와 종을 치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춰보았다. 매일매일 종을 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에 주목하여 편안하게 들려주는 동네이야기를 작성해 보았다.

2. 인터뷰 내용 요약
돈암성당은 사람이 직접 종을 치는 방식이기에 종을 치는 사람이 있다.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종지기를 만나고 싶었다. 신덕순 님은 1959년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농촌에서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6년 성북구 동선동에 들어와 살다 다른 곳으로 떠났으나 1995년 다시 동선동 예전 집으로 돌아와 오늘날까지 살고 있다.

천주교 신앙은 자식들과 부인이 먼저 받아들였고 본인은 2006년도에 세례를 받았다. 종을 친지는 7년 정도 된다고 한다. 돈암성당의 종은 밧줄을 쇠파이프 속에 집어넣어 당기면서 순간적으로 멈추게 하여 치는 방식이라 쉬운 일은 아니다. 초보자는 줄에 딸려가기도 한다. 어깨가 아프고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며 굳은살도 생긴다. 그래도 종소리를 듣는 사람을 생각하면 기쁘고 힘이 난다고 말한다. 종소리는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인근의 직장인들이 성당의 종소리를 듣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할 정도로 주민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매번 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을 친다는 그는 언제까지 돈암성당의 종소리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자신이 성당에서 일하는 한 계속 종을 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신덕순 님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믿음 깊은 신앙인이자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선량한 성북인이었다.

3. 인터뷰 장소 특징
인터뷰 장소가 저녁무렵의 성당 안이라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집중도가 높았다.

**인터뷰 내용**
<돈암성당 종 골롬반과 종지기 신덕순 님>

성북구의 동선동, 보문동, 안암동, 삼선동, 돈암동 인근에 머무르는 사람은 정오와 오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만나게 된다. ‘골롬반’이라는 이름을 가진, 68년 간 이어져 오는 돈암동성당의 종소리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소리는 더욱 잘 전달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치고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종소리가 시작되면 마음을 모아 귀를 기울여 가만히 헤아려 본다.

“땡! 땡! 땡!”

잠시 간격을 두고 세 차례 세 번씩 울린다. 그런 다음,

“땡땡땡땡땡…”

연거푸 스무 번 현란하게 이어진다. 한 번 종을 칠 때면 총 스물아홉 번 울리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에서는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 하루 세 차례 종이 울리고 기도를 한다. 이를 삼종기도(三鐘祈禱)라 하며 기도문의 내용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마리아에게 알려준 예수의 잉태와 강생(降生: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남)의 신비를 찬미한다. 한국천주교에서도 과거에는 하루 세 차례 종을 쳐서 기도 시간을 알렸지만 1991년 ‘소음진동규제법’이 제정된 이후 차차 주택가의 성당들은 타종을 하지 않게 되었으며 현재는 명동주교좌 성당, 중림동 성당 등 몇몇 군데에서만 종소리가 울린다.

돈암성당은 성북구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사람이 종을 치고 있는 성당이다. 성북구의 ‘소리 문화’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골롬반’도 초기에는 하루 세 차례 울렸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침은 생략되었고 마흔 두 번에서 스물 아홉 번으로 줄었다고 한다. 돈암성당의 종은 매번 사람이 직접 줄을 좌우로 흔들어 소리를 낸다. 종을 치는 곳에서는 종이 보이지 않으며 줄을 건 상태에서 당겨 꺾어 친다. 종을 치는 일이 몸에 배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반에서 두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다. 처음 이 일을 하게 되면 밧줄을 쥔 손바닥에 물집과 굳은살이 생긴다.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종을 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돈암성당의 타종은 주·야간 두 사람의 관리장이 담당한다. 이들 중 선임자인 야간 관리장 신덕순(세례명 알퐁소) 님을 만났다. 항상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 그는 14년 전 자전거 사고로 다리가 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성당의 궂은일을 처리하는 유쾌한 사람이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59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에서 태어났어요.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는데 구멍가게도 하셨지요. 아버님은 법원리에서 단위농협 영농부장까지 하셨고 이장 일도 보셨어요, 저는 삼 형제의 맏이였는데 비교적 유복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사람은 1986년도에 중매로 만났는데 마음에 들어 제가 많이 쫓아다녔어요. 남매를 두었습니다. 딸은 결혼을 했고 아들은 지금 미국 뉴욕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천주교 신앙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아들이 먼저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 후 집사람이 성당에 나가게 되고. 제가 가족들에게 먼저 다녀보라고 했어요. 저는 좀 쉬었다 하려 했는데 집사람 친구가 하도 들들 볶는 바람에 약속을 하고 2005년에 교리 교육을 10개월 받고 2006년도에 영세를 하였습니다. 저는 영세 받기 전에도 성지순례를 많이 따라 다녔어요. 한번은 절두산성당에 성지순례 갔는데 성모상을 껴안는 코스가 있어요. 거기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껴안은 느낌이었어요. 엄청 놀랐지요.

- 관리장 일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성당의 종은 언제부터 쳤는지 들으신 바가 있으십니까?
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전임이신 김창호 베드로라는 분이 3, 40년 정도 일을 하셨는데 그전부터 종을 쳤다 하니 아마 성당 초창기 부터로 여겨집니다.

- 현재 서울에 있는 성당 중 몇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종을 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정확한 건 모르고요, 명동성당은 녹음하여 틀어주고 서울역 근처의 중림동성당에서 종을 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는 종을 바라보면서 치는 방식인데 돈암성당은 종은 볼 수가 없습니다. 밧줄 하나 묶어 놓고 밧줄을 쇠 파이프 속에 집어 넣어가지고 당기면서 순간적으로 멈추게 해서 쳐요. 돈암성당만의 독특한 방식이지요. 그래서 배우기가 쉽진 않습니다. 힘이 많이 들어가고 어깨도 좀 아프고 손가락도 아파요. 밧줄 자체가 딱딱하다 보니까요. 처음에는 요령이 없으니까 줄을 잡고 있으면 사람이 딸려가기도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아현동성당도 쳤었는데 요즘은 안친다고 하더라고요.

- 종소리에 얽힌 사연이나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셔요.
제가 “땅” 종을 치면요, 여기 가까운 경찰서 직원들이 시계 볼 것도 없이 퇴근 시간이라고 사무실을 나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리고 종소리가 어떤 때 들렸다 안 들렸다 하면 성당 사무실로 “사람 바꿨어요?” 하고 전화가 온답니다. 종을 치는 것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치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 그동안 종을 치시면서 맛보았던 보람은 어떤 것이고 시간을 놓치거나 실수하신 적은 없으셨는지요? 혹 몸이 불편하셔서 못 치신 적은요?
아, 3,4년 전에 제가 통풍이 좀 있어서 1주일 정도 다른 분이 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종소리가 다르지? 어디 아프신가?” 하고 궁금해 했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건강에 신경 써서 그런지 몰라도 종을 치며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5분 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춰 놓습니다.

- 어떤 마음으로 종을 치셔요?
일단 종치기 전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호를 긋고 “주님 오늘도 당신 앞에 나가서 종을 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하고 기도를 드립니다. 또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면 종을 치며 “주님, 당신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고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고 기도하지요. 주님께서 열심히 살라는 격려인지 일이 생길 때마다 풀어 주셔요. 종소리에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신앙체험을 하고 있지요.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기분 좋을 때는 신명 나게 치고 성질이 나면 더 세게 때려버리고 그런 게 있습니다.

- 비단 신자가 아니라도 종소리를 듣는 사람의 마음에 어떤 울림이 있으면 좋으시겠어요?
지나가는 분들이 종소리가 독특하고 상당히 듣기가 좋다고 가끔 그런 말씀을 하셔요. 그럴 때는 저도 마음이 좋고 종소리를 듣는 그분들의 마음에 위안이 생기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 성당 종소리는 언제까지 어어질까요?
그건 제가 확신을 못하겠어요. 종은 마구 몰아쳐서 칠 수 있는 게 아니고 치는 방법을 누군가가 가르쳐주고 배워야 하는데 세월이 지나면 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지요. 그때 가 봐야 알겠지만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 못 칠 수도 있고 좀 더 수월한 녹음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요.

- 돈암성당 종지기라는 호칭이 혹 불편하시지는 않으십니까?
전혀요. 충분히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주보성인인 알퐁소 성인도 종지기였답니다. 운명이라고 할까요

- 이 밖에도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제가 있는 한은 종을 계속 칠 거니까 많은 분들이 종소리를 듣고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소리만은 아니다. 사람도 떠나가고 풍경도 변한다. 돈암성당의 종소리가 성북의 하늘에 오래도록 멀리멀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사진 설명>
1. 저녁 종 치는 시각의 성당 종탑의 모습
2. 종을 치는 모습
3. 십자고상이 새겨져 있고 종이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 불어로 기록되어 있다.
4. 수태고지(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할 것을 알려줌)가 새겨져 있다.
 돈암성당 종탑

돈암성당 종탑

종치는 모습

종치는 모습

종의 앞면

종의 앞면

종의 뒷면

종의 뒷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