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 은행(암)나무 교체사업 대상지 조사
활동자 : 장보혜
일 시 : 2024년 9월 6일 금요일, 9월 10일 화요일, 9월 11일 수요일, 9월 24일 화요일, 10월 12일 토요일, 10월 25일 금요일
장 소 : 성북구 종암로, 월곡로, 한천로66길, 성북로
1. 조사지 선정 이유
성북구청에서는 2024년 은행(암)나무 교체사업을 시작했다. 구청 공원녹지과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은행 냄새로 인한 불편 민원이 많았다고 한다. 은행나무 축제도 해보고, 열매를 털고 치우고 열매받이 그물망을 설치해보기도 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으로써 암나무를 제거하고 수나무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은행나무 가로수길 중 민원이 많았던 종암로, 월곡로, 한천로66길을 대상으로 암나무 221그루를 베고 수나무 152그루를 심는 사업계획이다. 이는 성북구 관내 은행(암)나무 중 1/3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지난 9월 초 사업이 시작되어 종암로와 월곡로에서 은행나무가 대량 벌목되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 민원을 넣으면서 벌목작업은 일시 중단되었다. 방송사에서도 기사로 보도하여 주변에도 이 사업이 알려지게 되었다.(2024년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https://youtu.be/Vf2Sq_6dDT4?si=voD8nz1-12bfVL_X, 2024년 9월 24일 MBN 뉴스7 보도 https://youtu.be/GzHGgPlpQNM?si=Ot-bRKqA782NJTQa) 은행나무 150여 그루가 베어질 때까지 벌목 사실을 모르고 있던 주민들도 많았다.
이미 나무가 베어진 다음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기후위기 시대 한 그루 나무가 아쉬운 지금, 멀쩡한 나무가 단지 열매가 냄새난다는 이유로 대량 벌목되는 사태를 접하면서 이것도 현재 우리 성북구와 성북구민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어 기록하게 되었다.
나무 몇 그루나 가로수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나무 주변의 미기후를 조절함으로써 사람들이 살기에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도시에서 가로수는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나 토양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가로수로서 은행나무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데, 병해충에 강해 유지관리에 편리하며 자동차 매연이나 토양의 중금속을 정화하는 능력이 우수한 편이다. 외관상으로도 은행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우며 특히 가을철 노랗게 단풍든 은행나무길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은행나무는 1980년대 이래 가로수 주력 수종으로 채택되었다. 현재 성북구의 가로수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수종이 은행나무이다. 가로수 전체에서 약 30%로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494주 총 8,296주 30.06% 「2024년 가로수 관리현황」 기준, 자료: 성북구청)
하지만, 지금은 열매 냄새로 인해 성북구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에서 은행암나무를 제거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냄새는 감각의 영역이고 주관적이다. 은행 냄새를 악취로 표현하는 현상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70~90년대 은행 열매를 ‘악취’라고 표현한 기사는 없었다. 당대에 악취라 하면 공장이나 자동차의 매연이나 배기가스 또는 오염된 하천 등 독성이 있거나 위생상 오염된 곳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오히려 은행나무는 악취나는 곳을 개선하기 위해 심는 대안으로 선택되었다.(1920년~1999년 기간은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검색을 이용함. “은행나무 중금속토양에 심어 정화효과”, 「식물이용한 환경정화기술 속속개발」 1995.04.03. 동아일보.)
1990년대부터 은행 열매의 냄새를 문제삼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2000년대로 넘어가면 은행열매 냄새를 악취로 표현하기에 이른다.(「길위에 떨어진 은행열매 악취로 관광객에 불쾌감」, 2002.10.04. 국민일보.) 차차츰 민원도 많아지면서 가로수로서 은행나무는 다른 수종으로 대체되어갔다.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암수 식별법을 개발하여 수나무만 선별해 가로수로 심을 수 있게 되었다.(「은행나무 수나무만 골라서 가로수로 심는다」, 2011.06.01. 한국경제.)
그 이후부터 은행(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이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다수 주민들은 은행열매 냄새를 문제로 보지는 않으며 더구나 냄새 민원 때문에 가로수를 대량으로 벌목하고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수십년 자란 가로수 은행나무들은 지역의 공공자산이고 도시의 생태환경이다. 지자체에서 가로수에 쓸 수 있는 예산 규모를 고려할 때, 멀쩡한 나무를 열매가 냄새난다는 이유로 베고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은 급박하거나 중요한 사업이 아니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소수 민원인을 위한 사업이고 공공자산을 훼손하는 사업이다. 지자체는 공공의 자산을 조성 및 관리하는데 자원을 적절히 분배할 역할이 있다. 2024년 성북구청의 은행(암)나무 교체사업은 민주적 절차상의 문제를 포함하여 여러 문제가 있으며 공동체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도 있다.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생각해봐야할 사건이기에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2. 조사 내용
1) 사업개요
예산 3억원(성북구청 공원녹지과 「2024년 세출예산사업명세서」 ‘악취 주범 은행 암나무 바꿔심기’ 사업 예산 3억원.)
은행(암)나무 221주 제거, 은행(수)나무 152주 식재 계획
-종암로 은행(암)나무 90주 제거 은행(수)나무 60주 식재
-월곡로 은행(암)나무 85주 제거 은행(수)나무 51주 식재
-한천로66길 은행(암)나무 46주 제거 은행(수)나무 41주 식재(「2024년 은행암나무 바꿔심기 사업」 공사설명서, 물량내역서, 성북구청. 참고, ‘가로수 공분보식’ 사업 예산 2억원.)
2) 종암로 사업 현장
9월 6, 10, 11, 24일, 10월 25일 조사
3) 월곡로 사업 현장
9월 10, 11, 24일, 10월 25일 조사
4) 종암로, 월곡로, 성북로에서 설문조사
9월 2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종암로와 월곡로에서 주민 설문조사를 하였으며 10월 12일 성북로에서 주민 설문조사 및 종암동 주민과 인터뷰를 하였다. 10월 12일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2시까지 진행되었다.(구청의 요청으로 원래 계획보다 일찍 설문 및 서명운동을 접게 되었음을 밝혀둔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은 아래와 같다.
-은행열매는 잠깐이다.
-은행냄새 참을 수 있다. 괜찮다.
-나무를 왜 자르나, 나무를 자르지 말라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암나무를 다 베는 건 안 된다.
-돈을 더 좋은 데 써야 한다.
-구청은 은행열매로 인해 불편하다는 사람들을 잘 설득하고 지원해야 한다.
-은행은 자주 치우고 관리하면 된다.
-은행과 은행나무 관리를 기존 공공근로를 활용하여 의미있는 활동으로 살리고 거리도 깨끗하게 관리하자.
-은행 축제를 열자.
종암동 주민과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종암로에서 은행나무가 벌목된 일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되었다. 그동안 은행 암나무를 성북구는 베지 않았기 때문에 가로수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은행열매 불편 민원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우리 생활만 편리하기 위해 암나무를 다 베는 건 옪지 않다. 화도 나고 해서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반대한다. 가장 불편을 느낄 은행 암나무 옆의 사람들도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담당부서든 구청장이든 그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되는데 소통이 안 된 것 같다. 공무원들은 쉽게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공공근로를 활용하는 방법이라든가 찾자면 방법은 다양하게 가능할텐데 나무를 베는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했다. 은행나무가 벌목된 곳 중에는 서울사대부중 친환경동아리가 성북구청이랑 협약을 맺어 돌보는 화단이 있다(서울시의 나무돌보미사업). 서울사대부고 학생들 중에도 은행암나무 벌목을 반대한다. 나무를 베기 전 학생들과 소통은 한 건지 의견은 들어본 건지 궁금하다.
5) 한천로66길 현황 및 주민설명회
-9월 14일, 10월 25일 조사
주민설명회 공고는 한천로66길에 현수막 게시뿐, 구청홈페이지에는 공지되지 않았다.
-10월 28일 주민설명회 후 주민모임 가로수친구들(가로수와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조사 및 교육 활동을 하는 주민모임) 회원 인터뷰 내용 요약
그동안 주민들에게 받은 벌목반대 연대서명을 행사장에서 구청 측에 전달하려고 준비했다. 주민들에게 사업의 문제점을 알려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고자 발표 자료도 준비했다. 현장에 5분 지각했는데, 설명회는 이미 끝나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10분만에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장에 있던 담당자는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았고 찬성이 절대적이라서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는 한 명이었다. 더 이상의 주민 의견 수렴은 하지 않고 중단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3. 사업 진행 상황 및 전망
종암로는 은행 암나무 벌목 및 수나무로 교체작업이 완료되었다. 월곡로에서는 9월 초 벌목하다 중단되어 암나무가 10여 그루 남은 상태이다. 잘린 나무는 뿌리를 제거하고 새로 수나무가 식재되었다. 한천로66길은 10월 25일 현재 사업이 착수되지 않았다. 주민설명회 후 잔여분에 대한 공사가 집행될 예정이다. 성북구청 공원녹지과에 따르면 당초 계획은 관내 은행나무 가로수 중 암나무를 전부 수나무로 교체할 계획이었으나, 올해만 시행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진 설명>
1. 잘린 은행 암나무들, 월곡로 및 종암로.
2. 벌목이 잠시 중단되어 살아남은 은행 암나무들, 월곡로.
3. 벌목된 은행 암나무들, 월곡로.
4. 은행 암나무가 벌목된 후, 종암로.
5. 벌목된 은행나무의 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중, 월곡로.
6. 월곡로 입구에 게시된 ‘2024년 은행암나무 바꿔심기 사업’ 공사 현수막
7-8. 벌목 사업을 알리고 나무를 지키기 위한 피켓
9. 학생들이 돌보던 화단의 은행나무는 베어져 사라지고...
10. 사업 대상지 중 하나인 한천로66길
11. 은행나무 가로수길인 한천로66길에는 암나무들에 벌목 대상 표시가 되어있다.
12. ‘찬성’쪽에 스티커를 붙이고 갔던 한 청년이 5분 후에 돌아와 “암나무를 다 베는 건 안된다”며 ‘반대’쪽에 옮겨 붙였다.
13. 은행 암나무 교체사업에 대해 주민 홍보
14. 대량 벌목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연대서명
15. 은행냄새로 인한 은행나무 벌목 사업에 대한 주민 찬반 의견 조사
16. 은행 암나무 대신 수나무로 교체, 월곡로
17. 은행 암나무 제거 후 수나무 식재, 월곡로
18. 사업이 잠시 중단되어 아직 벌목 전 은행 암나무들, 월곡로.
19-20. 교체사업이 완료된 종암로
21. 사업 시행 전 물들기 시작한 한천로
22. 사업시행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