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이육사 개원 5주년 기획전 ‘화답’
활동자 : 정봉운
일 시 :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15:00-18:00
장 소 : 문화공간이육사 일대와 종암동 주변공간
1. 조사지 선정 이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문화공간들 속에서 조금 늦게 출발한 문화공간이육사가 어느덧 개원 5주년을 맞이했다. 5주년 기념 기획전을 돌아보면서 이육사를 기리고 주민들의 소통을 위하여 설립된 문화공간 자체의 노력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기록 조사지로 선정하였고, 올해는 성북구의 동쪽지역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기록하게 되었다.
2. ‘문화공간이육사 개원 5주년 기획전’ 조사내용
고려대학교 뒷산 개운산에 북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종암동이란 지역명은 그 바위의 이름인‘북바위’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것이 한자로 ‘종암’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북바위는 남아있지 않지만, 최근까지 매년 북바위를 대신하는 산제단에서 산제사를 열 만큼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로 내려오고 있다. 또한 북바위 아래에는 비옥한 논과 밭이 있어 ‘북바위 전답터’로 유명했고 송림 지대로도 울창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종암동에는 북바위의 유래부터 마을 곳곳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둘레길인 ‘북바위 둘레길’이 있다. 종암동주민센터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은 북바위 유래비길·개운산 산책길 등 10개 코스로, 총길이 약 5.8km가 조성돼 있다. 종암동은 이육사가 1939년 한때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고 그의 대표작‘청포도’를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북바위 둘레길의 3구간은 ‘이육사 시인 길’로 불리는데, 이곳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를 기념하기 위한 문화공간이육사가 있다.
버스를 타고 종암동 주민센터 앞에서 내리니 한눈에도 여기가 종암동의 중심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관공서와 편의시설들이 모여있었고 주변은 개발을 위한 공사용 차량들로 조금은 분주해 보였다. 그 와중에도 구도시 형태를 띠고 있는 블럭의 구조라든지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상점들이 간혹 눈에 들어와 정감있는 동네라는 것이 느껴졌다. 대조적으로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주황색 레몬플러스마트 건물이 확 이목을 끌었다.
문화공간이육사를 가기 위해서 우선 한미약국을 따라 모락모락 김이 나는 명동김밥집 골목 안쪽으로 들어왔다. 종암로 19길을 타고 골목 안쪽으로 죽 들어서자 우리농산물이 있는 오래된 듯한 건물이 높다랗게 서 있었다. 그 위용에 놀란 탓인지 문화공간이육사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도앱을 보고 길을 다시 찾아야 했다. 커다란 건물 오른편으로 작은 동네 쉼터가 있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청포도 시가 적혀있는 이육사의 기념비도 세워져 있었다. 할머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그냥 가기 아쉬워 이육사 건물이 어디있는지 그전에는 여기가 어떤 곳이었는지 애써 물어보았다. 이윽고 그 쉼터 안쪽에 꼭꼭 숨어있는 문화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주택지를 허물고 건물을 세웠다고 하는데 화려한 전시 포스터와 함께 높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문화공간이육사는 성북구 종암로21가길 36-1에 위치한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공간의 명칭이 결정되었다. 시인의 유고작인 ‘광야’가 발표된 12월 17일에 맞춰 개관하였다고 한다. 각 층은 공간의 기능에 따라 이육사의 대표작에서 따왔는데 1층 '청포도'는 안내데스크와 이육사와 성북구의 역사문화 소개 등이 있는 라운지의 역할을 한다. 2층 '광야'는 상설전시실로 이육사 작품전시와 이육사 관련 영상 상영이 이루어지며, 3층 '교목'은 기획 전시실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시민강좌, 영화 상영회, 문화행사 등이 진행된다. 그리고 옥상정원 '절정'은 포토존과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번 5주년 기념 전시는 전체적으로 관람객들에게 건네는 짧은 편지로 구성되어 있어 겨울처럼 막막했던 시간을 견디고 봄을 만나 꽃을 피워낸 시간들을 표현해 보려고 한 기획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공간 1층 계단에 하얀꽃으로 전시된 1부 ‘겨울로부터’는 이육사가 걸었던 겨울 같은 시기를 마주하고, 2층에서 시작된 2부‘지금으로부터’에서는 문화공간이육사가 종암동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걸어온 흔적들을 개최했던 대표 전시 아카이브로 만나보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3부 ‘꽃 성으로부터’에서는 전시관 제일 안쪽에 이육사의 시 ‘꽃’을 소재로 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마주하게 된 완연한 봄과 모두의 희망으로 가득한 ‘타오르는 꽃 성’을 만나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출입구를 열고 들어가 보니 짐작했었던 위인을 위한 기념공간이라기 보다는 편안히 쉬고 갈 수 있는 카페에 더 가까운 공간이었다. 1층 출입구 바로 옆에는 오래된 문구점 앞에서나 볼 수 있는 캡슐 뽑기 기기가 놓여 있었다. 캡슐을 열면 이육사님의 싯구가 적힌 종이가 있어 시도 음미하고 추억놀이도 할 수 있어 나름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공간 옆과 앞쪽으로는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기다란 나무의자가 놓여있었고 푹신한 소파도 눈에 들어왔다. 코너 중간중간에는 이육사의 시를 볼 수 있는 엽서나 안내 책자가 놓여있어 부담없이 편안하게 이육사의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찾았는데 하얀 계단 층층마다 늘여뜨려진 화려한 꽃장식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계단 벽쪽으로는 이육사의 싯구나 관련 내용이 편지글처럼 적혀있었다. 2층 안쪽으로는 상설 전시공간이 있어 이육사의 생애와 삶, 역사적 배경들을 알 수 있는 전시장이 펼쳐졌다. 전시는 시대별로 나열되어 있었고 다양한 시청각 매체를 활용해 이육사에 대한 다양한 배경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3층에는 이번 5주년 기념 전시장이 있었는데 올라가는 계단에도 역시 1층계단과는 다른 붉은색 톤으로 꽃들이 길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서 커텐을 젖히는 순간 ‘헉!’하고 깜짝 놀랐다. 깜깜한 전시실의 암전 속에서 안쪽 깊숙한 곳에 밝게 빛나고 있는 조명과 꽃장식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밝고 화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물 전시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충격적인 전시장이었다. 출입구 바로 왼편으로는 이육사가 평소 사용했던 책상과 집필도구, 오래된 책들이 집필공간을 형상화해서 놓여져 있었고 책상위 한쪽으로는 참여자가 참여소감이나 이육사의 싯구를 적어 메모지로 붙여볼 수 있는 참여 공간을 선사해 놓았다. 칠흙 같이 깜깜한 곳에서 작은 불빛에 의존해서 글을 써보는 경험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3.‘문화공간이육사 5주년 기획전’조사를 마치며
종암동은 오래된 상점들과 노포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정겨움이 살아있는 동네라고 느껴졌다. 동시에 개발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공간이육사와 같은 주민을 위한 문화시설들이 생겨나면서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인물의 생애와 업적에만 포커스를 맞추던 이전의 인물 역사 공간의 이미지에서 보다 지역 주민들의 소통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문화공간이육사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갖고있던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반전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숨어있는 기록의 공간과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진 설명>
1. 레몬플러스마트 전경
2. 한미약국으로 향하는 길
3. 명동김밥집 은혜약국 사이길
4. 우리 농산물 앞 삼거리
5. 이육사 기념비가 있는 쉽터
6. 문화공간이육사 전경
7. 건물 정면
8. 종암1팀 자율방범대 건물 벽면 벽화
9-11. 전시1부‘겨울로부터’, 전시2부‘지금으로부터’
12. 전시3부‘꽃 성으로부터’
13. ‘타오르는 꽃 성’
14. 관객참여 작품 필사 코너
15. 이육사 생애사 연표
16. 관객 참여 게시판
17. 이육사 관련 영상 감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