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인생 천변풍경 김란기선생님 구술 인터뷰
기록가 : 박경희
일 시 : 5월 6일 화요일 13:00 – 15:00, 5월 9일 금요일 13:00 – 16:00
장 소 : 천변풍경(갤러리카페) (도로명 주소: 성북구 솔샘로18길 6-2)
1. 조사지 선정 이유
정릉천을 다니며 천변풍경이라는 이색적인 카페명과 특이한 인테리어, 가끔씩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떤 카페일지 호기심을 가졌었는데 (사장님이) 같은 성북구 주민 기록단 교육을 받는 학교 후배 연희 씨가 잘 아는 분으로 건축가 출신이면서 꾸준히 문화재 보존 운동과 골목 탐사단을 운영하신 이력이 있는 분이라 하여 함께 인터뷰를 하자고 의기 투합하여 선정하였다.
2. 인터뷰 및 현장 조사 내용
가. 5월 3일 인터뷰 내용
첫 방문이고 첫 인터뷰의 어색함과 어려움 때문에 후배 연희 씨와 동행하여 같이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취지와 사진 찍기, 녹취 동시 진행을 동의 받았다. 김한기 선생님은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셨고(70년대 학번, 정확한 연세를 밝히지 않으심) 그의 삶은 IMF 이전에는 건축가로 활동하셨고 그 이후는 문화재 보조가, 골목 탐사 탐사단 단장, 작가, 마을 기자, 인문학 사랑방 운영자, 카페 천변풍경 사장을 하며 살아오셨는데 너무 많은 서사가 있는 분이라 시간상 세 차례의 인터뷰를 그때마다의 주제를 갖고 진행하기로 했다.
나. 5월 6일 인터뷰 내용
-카페 천변풍경 이야기
Q : 카페 천변풍경을 차리게 된 계기는요?
A :2016년 1월 경 후암동에 사시다 자연적인 곳을 좋아하는테 지인이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정릉에 값싼 전세물이 있다 하여 가보았는데 너무 지대가 높아 책이 유난히 많은데 짐을 차로 옮길 수 없어 인부가 짐을 져서 날라야만 하는데 당시 이사 비용 견적이 150~200만 원이나 든다 하여 망설이고 있는데 부동산 주인이 평지이면서도 가격이 적당한 집이 나왔다고 하여 계약하게 되었다. 방이 네 개로 꽤 넓은 집이었는데 천진암이라는 간판이 있어 점집이라 짐작되었으나 개의치 않고 구매했다. (땅은 국유지) 처음엔 주거지로 샀고 슬로우 카페 최영민 씨에게 2년 동안 부분 전세도 놓았다. 그 후 주변에 원룸 짓기 붐이 일어 과잉 공급으로 세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어 비워 두었다가 마을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렸고 2010년부터 발간된 마을 잡지 능말 이야기에 2016년 기자가 되어 글 쓰는 작가, 사진작가로 활동했는데 이때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 카페를 차리게 되었다.
Q : 카페 천변풍경에서는 무엇을 추구하시나요?
A : 내가 처음 추구하는 방향은 인문학 카페이다. 본 목적은 커피 장사이지만 미술, 문학 등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하고 나도 책을 읽고 나누고 통하는 사람들과 모여 의견도 내고 같이 공부도 하는 것을 추구하였다.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모이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주제와 개념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주제정보도 나누고 공간이 필요하다.
Q: 갤러리카페 천변풍경 건축물의 특징은?
A : 새롭고 화려한 것보다는 냄새나는 역사가 덕지덕지 붙은 것들이 좋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흔적이 나는 건물이 좋다. 노포, 빈티지, 레트로한 것들.....
2019년 7월부터 동네 미장하는 아저씨를 불러 직접 하나하나 카페를 꾸몄다.
미장하는 아저씨는 깔끔하게 매끈하게 바르려 하고 나는 거칠고 러프하게 부서진 모양을 그대로 두고 싶어 하려고 해서 의견 충돌도 있었다.
변함없고 편하고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환경이 틀에 박힌 아파트 같은 것이 싫다. 100년 된 건물이 있다면 과거와 공유와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역사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감각으로 느끼는 생의 길이는 물리적인 생의 길이와 다르다.
Q : 갤러리카페 천변풍경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A : 다행히 요즘은 획일화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것이 용납되는 시대이다. 젊은이들도 좋아해 준다. 들어와서 냄새나는 것 같다고 싫다고 가는 사람도 있고 정릉에 이런 곳도 있네 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로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공부를 하다가 가는 사람도 있다. 음악도 70년대 노래도 틀어 놓을 때도 있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카페 안에는 정리하다만 것처럼 책도 아무렇게나 쌓아놓고 부담 없이 읽고 느긋하게 사는 것이 좋다.
Q : 갤러리카페 천변풍경 인테리어
A : 지인들이 준 소품들과 본인 것이 있고 그림은 지인들 작품, 사진은 직접 찍었다. 사진은 니콘으로 찍었다. 판매하는 새 책들은 의뢰받은 것이다.
(인터뷰하다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호하시고 다양한 물건들을 쌓아놓고 감상하도록 하시는 모습에 집에 있는 미니어처를 가게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옛것을 다 버리고 깨끗하고 단정한 것을 선호하는 추세이나 이곳에서는 다양한 오래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저마다의 다양함을 뽐내고 있으므로 우리 집보다는 천변풍경에 있는 것이 더 빛날 것 같았다.)
Q : 지나가다 라이브 공연을 하던데 직접 가수를 섭외하시나요? 기타가 있는데 직접 기타를 치시나요?
A : 아마추어 동네 가수가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를 하게 한다. 기타를 치지 않는다.
Q : 천변풍경이라는 카페명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혹시 카페가 개천면에 있어 그런 상호를 지으셨는지요?
A : 천변풍경이라는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소설 작가 박태원은 나랑 똑같이 청계천변을 걸어 다니며 소설을 쓴 사람이다. 그에게 빠져 파고들다가 일본에 대한 근대사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게 되었다. 박태원은 보문동 성북동에 살았고 일본 유학도 하였고 월북한 작가이다. 1년 남짓 유학을 하다 중퇴하고 귀국하여 글을 썼는데 그는 고고학(archeology) 과 반대적인 의미로 고현학(modernology)을 시도했는데 1920년대 말 유학하기 전 그는 어떻게 고현학을 알고 현재를 기점으로 글을 썼을까? 고현학의 창시자는 일본의 건축가인데 어떻게 경성고 학생 박태원이 modernology를 알고 일본 유학을 갔을까? 그는 문자를 통해 조숙했고 최첨단을 알았던 사람이다.
(사장님은 박태원에 빠져 그에 대해 사생활까지도 아주 깊이 아실 만큼 그는 사장님께 큰 영향을 끼쳤다. 그 후 그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 건축물과 항구도시 역사물 등을 많이 공부하시고 직접 여행하고 유학하셨으며 여러 가지 에피소드 등을 여담으로 들려주셨다. 얼마나 그를 사랑하셨으면 카페 상호를 저서명 천변풍경으로 하셨을까?......)
나. 5월 9일 인터뷰 내용
-골목답사 탐사단 단장 김란기
Q : 골목답사를 하게 된 계기는요?
A : 2012년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골목 답사를 주로 했다. 골목 답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전엔 문화재 보존 운동을 했는데 문화재 보존 운동은 훼손해서 반사이익을 보려는 자들과 싸워야 하고 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예를 들자면 청수장 탐방안내소 건물이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의해 철거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문화재는 아니나 1910년대에 만들어진 역사적 건축물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현대식으로 짓고 싶어 하나 완전히 철거하면 역사적 건물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이를 완전히 훼손하지 않고 리모델링하여 역사적으로 보존하려는 운동이다. 비문화재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보존 운동을 한다. 2004년부터 수없이 많은 운동을 해왔는데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방해한다는 오명을 쓰고 운동을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방인, 악동 취급을 받아왔다. 그래서 2012년부터 문화재 운동을 줄이고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마을의 모습을 가급적 오래 유지해 보도록 해보자 하여 골목을 돌아다니며 골목을 촬영하고 골목의 사연, 골목의 모습을 답사하는 것을 기획했다. 거의 모든 도시 골목을 다 다녔다. 골목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비교를 논할 수 없다. 도시마다 거리마다 관련된 특색이 있다. 옛 모습을 오랫동안 남기자는 게 우리가 살아오는 모습의 한 단면일 수 있다.
Q : 골목답사의 회원모집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A : 2000년대 초에 페이스북을 하기 시작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자 모집을 했다. 2012년 7월 21일 교보문고 뒤 광장에 모임, 답사 코스는 피맛길부터 돈화문 앞까지, 회비는 만 원이라는 내용으로 띄었는데 전혀 모르는 15명이 신청했다. 미리 답사하고 동네 정보를 공부하여 소책자 형식으로 만들어서 나눠주고 보면서 갔다. 그때만 해도 익선동은 똥 냄새가 진동했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리어카가 정차되어 있는 곳이었다. 종로 창덕궁 돈화문까지 가며 답사를 했다. 그런데 7월 28일부터 7월 29일까지 피맛길 역사 전시회가 열렸다. 같이 간 사람들이 7월 28일 피맛길을 다시 답사하고 7월 29일에 전시회에 참여하자고 하였다. 7월 28일에 갔던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까지 와서 답사하고 전시회를 참관했는데 피맛길을 일정 부분 땅속을 발굴하여 땅속에서 나온 조선시대의 흔적을 전시한 것인데 답사했던 내용을 확인하며 참관했다.
Q : 120회나 되는 골목 답사를 하셨는데요. 인상 깊은 골목 답사 몇 곳을 말해주세요.
A : 두 달 후 인천 답사를 의뢰받아 자료집을 만들고 인천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의 자료 도움과 지역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답사 코스를 정해 근대화 개항지 스토리, 포구, 월남 등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답사를 했는데 그 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국의 골목을 답사하게 되었다. 수원, 광주, 화성 군산, 전주, 목포, 여수, 순천, 진주, 진해, 통영, 철원......
-부산 영도다리: 현인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인사동에 와서 보존 운동을 한 것을 계기로 그들에게 영향받아 같이 내려가서 보존 운동을 했다.
-대구는 지금 보수의 텃밭이지만 2.8 운동 당시에는 야성이 강했다. 피난길에 문화예술인들이 대구에 많이 머물면서 예술 활동을 함, 이중섭거리, 김광석 거리 너무 가식적 상업적이다.
대구 북성로 농기구 거리, 향촌동(성매매 업소, 여인숙, 콜라텍, 구두가게)
이상화 가옥에 똥 냄새가 진동하여 대구 매일신문에 제보하여 3일간 연장 기사로 났더니 바로 깨끗이 보존되었던 보람도 많았음.
-춘천 장미촌, 김유정역, 경춘선, MT, 강촌역......
-안동 화훼마을, 병산서원, 누추한 서민들의 거리
-철원 남방선, 북방성, 노동 관사, 반파된 유물들, 전망대
철원 출신 시인을 모시고 갔는데 (민영, 엉겅퀴) 평화와 반전을 서브타이틀로 낭독하심
페이북에 올렸더니 일본에서 오신 분까지 있었고 그 후 인연이 됨, 경원선 간이역 답사(2004년 문화재청 의뢰로 전국 간이역 70~80개를 조사하심)
Q : 골목답사 지금도 하시나요?
A : 의뢰해서 들어오는 골목 답사만 한다. 카페를 운영하니까......
골목길 답사는 돈이 안되었다. 골목길 답사를 같이 한 사람들이 엄청 많았으니까 단체를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 당시는 전혀 상업성이 없었다.
지금은 카페에 전념하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란기 사장님을 대하면서 대단한 열정과 에너지에 놀랬다. 그의 인생의 다양함은 그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그는) 여전히 활동형의 삶을 영위하여 카페 사장과 더불어 정릉 지역을 발전시키는 환경운동가의 삶을 살고 계시며 모처럼 쉬시는 날에도 의뢰가 오면 문화 탐방도 이끌고 계신다. 그러기에 감탄스럽고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사진 설명>
1. 정릉 갤러리 카페 천변풍경 사장님은 멋진 실버 인생을 살고 계신 분으로 그의 인생은 스펙터클하고 보물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2. 커피는 고소하고 유자차는 향긋하고 진한 수제 오미자도 좋다. 좋은 사람들과 또 가고 싶다.
3. 늘 음악이 흐르고 주말이나 저녁때는 가끔 라이브도 흘러나오고 옛 감성이 묻어난 특이한 인테리어와 사진이 눈길을 끈다.
4. 빈 병, 돌, 나무, 기왓장, 고향 집 창살 등으로 만든 개성 있고 레트로한 인테리어
5. 곳곳에 직접 찍은 사진이 옛날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절친한 지인 화백들이 그린 그림도 눈길을 끈다. 오래되고 레트로한 물건들의 저장고 같다.
6. 카페명을 천변풍경으로 지었을 만큼 박태원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문으로 만나는 도시 골목여행은 김란기 사장님의 저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