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44] 성북구와 한옥
작성자 우성진
여러분이 우리나라를 다른 문화권에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21세기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인 만큼 K-POP, E-스포츠 등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만, 그중 전통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한옥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의 대표주자로 선두에 섰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번 주 금도끼에서는 성북구의 대표적인 한옥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사실 한옥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꽤 친숙한 말이지만 그리 오래된 말은 아닙니다. 서양식 근대건축양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서양식 건축물과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구별하기 위해 생긴 말이 바로 ‘한옥’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식 근대건축양식이 들어오기 전에는 일반적인 집이 모두 한옥이었기 때문에 한옥을 한옥이라 부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한옥이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된 것은 1975년으로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서는 한옥의 뜻을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한옥의 범위가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이 한 문장으로 한옥을 모두 정의할 수는 없게 되긴 했습니다만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저마다 한옥을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북구는 종로구와 함께 한옥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한옥의 숫자가 매년 줄어드는 만큼 비율은 매번 달라지지만 2013년을 조사를 기준으로 성북구는 서울시 전체 한옥의 11.8%를 차지할 만큼 많은 한옥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정릉동, 안암동, 장위동 등에도 한옥 단지들이 곳곳에 있으나 대표적인 곳은 [금도끼 #125 성북의 골목길]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보문동 일대 한옥밀집 지역이나, 동소문동 2가 한옥밀집 지역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 두 곳은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곳입니다.
보문동 일대 한옥밀집지역

보문동 일대 한옥밀집지역

이 중 동소문동 2가 한옥밀집 지역은 1936년 돈암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조성된 한옥밀집지역으로, 서울 4대문 밖에 있는 지역으로는 첫 번째로 2014년 서울시로부터 한옥밀집 지역으로 지정되었을만큼 서울에서 보전가치를 인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성북동 ‘선잠단지일대(성북로18길-성북동 62번지 일대)’와 ‘앵두마을(성북로5길-성북동1가 105번지 일대)’을 일컫는 곳으로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던 곳이며 대부분 한옥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습니다. 이런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아 성북구가 예전부터 유명했던 복숭아나무와 앵두나무의 이미지를 잘 살려 앵두마을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입니다. 현재는 앵두마을이 마을 단위의 활동이나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으나 이들의 보전가치를 생각했을 때 마을의 지속성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앵두마을의 한옥들

앵두마을의 한옥들

성북구의 한옥하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북구는 한국인보다 한옥을 더 사랑했던 파란 눈의 한옥지킴이, 기업 IRC의 부사장이자 왕립아시아학회의 이사인 피터 바돌로뮤 씨가 살다가 돌아가신 곳이기도 합니다. 그는 평화봉사단원으로 처음 20대에 한국에 오면서부터 강릉에 있는 선교장에 살면서 한옥에 매력에 빠져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 아예 한국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합니다. 또 1973년부터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옥에 살며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알렸습니다. 그는 한옥이 좋은 이유로 창호지, 문, 장판지, 벽 속의 흙 등이 모두 인간적이고 미적 아름다움이 뛰어나다는 것을 뽑았으며 2005년에는 성북구 동소문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었을 때 그는 서울시를 상대로 재개발 구역 및 취소 소송을 행정 법원에 제기하였을 정도로 한옥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습니다. 2021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동소문동에 거주하며 한옥의 우수함에 대해 연구했고, 지속적으로 이를 알리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옥은 옹기종기 모여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따로 떨어져 있어도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북구에는 이런 한옥 건물들이 참 많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금도끼 #17 한용운과 심우장]에 소개된 적 있는 심우장과 [금도끼 #23 구인회]의 수연산방과 이종석 별장, [금도끼 #41 예술을 보는 눈, 최순우]의 최순우 옛집, [금도끼 #108 삼군부 총무당 이야기]의 삼군부 총무당 등 독립적으로 있을 때도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빛나는 건축물입니다.
수연산방 입구

수연산방 입구

그중 이종석 별장은 덕수교회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다른 한옥들과는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곳입니다. 성북로 131에 위치한 한옥으로, 조선 말기의 상인이자 보인학교 창립자인 이종석이 1900년경에 지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물이 있는 바깥마당의 동북쪽에는 안채가 있고, 북쪽에는 행랑채가 자리 잡고 있는 구조로 안채는 정면 6칸, 측면 3칸인 ‘ㄹ’자 모양의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남향집입니다. 대청 옆 누마루에 일관정(一觀亭)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고 추녀에는 풍경을 달았으며 회색 벽돌로 영롱담을 쌓아 집터 주위를 둘러막아 놓은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살림집보다는 별장 건축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별장은 당시 규모가 큰 상인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건축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건물 중에 하나이며 이런 점들이 인정되어 1977년 3월 17일에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덕수교회 60년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이곳에서 구인회의 일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인 이태준, 정지용, 이효석, 이은상이 회합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니 건축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는 건물입니다. 1985년 이후로는 덕수교회에서 매입하여 영성수련원과 전시 용도로 사용 중이며, 평상시에는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니 방문하여 이종석 별장의 풍류를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석 별장

이종석 별장

보신 것처럼 성북구에서는 사대문 밖의 옹기종기 모인 친숙한 한옥밀집 지역부터, 멋들어진 독립 한옥들까지 한옥들을 다양하게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옥의 건축방식은 주거 용도뿐만 아니라 종교시설, 병원, 가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쓰이기도 하고 있습니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한옥 카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소문동 4가에 위치한 치과 ‘이해박는집’은 아담한 ‘ㄷ’자형 한옥의 내부를 개조하여 진료실로 사용하는 한옥 건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흥천사는 그 자체로도 멋진 한옥 건축물이지만 흥천사 내에 어린이집도 한옥으로 지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해박는집

이해박는집

흥천사 늬티나무 어린이집 (출처: 흥천사 홈페이지)

흥천사 늬티나무 어린이집 (출처: 흥천사 홈페이지)

살펴보신 바와 같이 성북구에는 아름다운 한옥 건물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21세기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인 한옥이 앞으로도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과, 더 많은 분들이 성북구 한옥의 멋과 풍류를 즐기시기를 바라면서 144번째 금도끼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 참고문헌

성북마을아카이브, https://archive.sb.go.kr/
서울한옥포털, https://hanok.seoul.go.kr/front/index.do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9869872
서울미래유산, https://futureheritage.seoul.go.kr/web/main/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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