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54] 성북고등학교를 아시나요?
작성자 배인지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입니다. 따스해진 날씨만큼이나 길거리는 개학한 학생들의 즐거운 음성으로 가득합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 금도끼에서는 ‘성북고등학교(城北高等學校)’에 대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

성북고등학교(城北高等學校)는 성북구 성북로14길 23에 위치한 인문계 남자 고등학교인 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의 전신입니다. 이 학교는 1931년 6월, 외국에 가서 조국 독립에 공헌할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외국어 교육기관이었던 경성외국어학원(京城外國語學院)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후 중구 삼각동과 종로구 수은동으로 교사를 이전하여 다니다가, 1939년 3월 현재의 위치로 교사를 마련해 이전하였습니다.
「외국어학원 성북정에 교사 신축」, 매일신보, 1939.03.16. (출처:국립중앙도서관)

「외국어학원 성북정에 교사 신축」, 매일신보, 1939.03.16. (출처:국립중앙도서관)

그러나 1943년 9월 일제가 영어교육을 강제 폐쇄시킴에 따라 성북중학원(城北中學園)으로 변경하였다가, 12월에 다시 명칭을 경북중학원(京北中學園)으로 변경하였는데요. 광복 후에 일시적으로 휴원하였으나 1949년 다시 성북중학원(城北中學園)으로 다시 개원하였습니다. 이후 1954년 설립된 재단법인 계원학원은 성북중학원을 토대로 성북중학교(城北中學校)와 성북고등학교(城北高等學校)를 설립하게 됩니다.

특히 성북고등학교는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이어령(李御寧, 1933-2022)의 첫 직장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렇게 1957년 첫 직장을 얻은 그는 성북동에 셋방을 얻었습니다. 이후 얼마간 살던 성북동 단칸방을 떠나 근처 삼선동에 다시 셋방을 구하게 됩니다. 이어령은 성북동, 삼선동에서 살던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의 집에 세를 들었을망정 젊음과 신혼과 첫 직장이 있었던 삶의 스타트라인 출발점이 되었던 삼선동 성북동 일대는 어디를 가도, 내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도 거기 자석처럼 내를 붙들어 매는 엥카(닻), 아무리 넓은 바다라도 닻을 드리우면 그곳이 하나의 생존의 공간이 되듯이 나에게는 충전점이 된다...(후략)”
1960년 성북 고등학교 정문(출처: 성북구청)

1960년 성북 고등학교 정문(출처: 성북구청)

https://www.youtube.com/watch?v=iWZskUhTqug
대한뉴스 제329호, '한·일 학생 농구전’,한국정책방송원,1961.09.02

한편 1960년 성북고등학교 정문 사진을 확인해보면 명판에 ‘성북고등학교’라고 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60년대 성북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상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먼저 1961년 당시 한·일 학생 농구전에 대해 다루고 있는 KTV 대한뉴스 제329호 ‘한·일 학생 농구전’ 영상의 1분 4초부터 확인해보면,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성북고등학교팀이 스기나미 고등학교팀과 경기하여 치열한 접전 끝에 후반전에서 득점하여 85대 81로 승리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8gvwwWCuYU
대한뉴스 제628호, '무쇠같이 튼튼하게’,한국정책방송원,1967.06.23

또한 1967년에 제작된 KTV 대한뉴스 제628호 ‘무쇠같이 튼튼하게’ 영상은 경북 대구에서 열린 제2회 학도 체육대회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영상의 1분 40초부터 펜싱 플뢰레 결승전에서 서울 성북고등학교가 우승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약 60년 전의 촬영물이지만, 두 영상에 담긴 성북고등학교 학생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흘러 1970년 계원학원을 학교법인 홍익학원에서 흡수·합병하였고, 1972년 6월 교명이 ‘홍익고등학교’로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1977년 3월 교명을 현재 명칭인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로 변경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弘大附高(홍대부고) 4연패」,경향신문,1980.07.30.(출처: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弘大附高(홍대부고) 4연패」,경향신문,1980.07.30.(출처: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교명은 바뀌었지만,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는 1980년 제8회 문교부장관기쟁탈 전국남녀중고 펜싱선수권대회 남고 사브르 단체 결승에서 4연패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또한 1990년에는 전 농구선수 이상민이 홍대부고 재학시절 뛰어난 경기리드로 동국대총장기쟁탈 고교농구대회에서 32점을 득점해 우승하였습니다. 1956년 농구팀을 창단해 전국을 제패했던 성북고등학교의 명맥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지요. 홍대부고의 펜싱부와 농구부는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교훈과 표지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교훈과 표지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내 교정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내 교정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명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명판

이처럼 성북고등학교가 남긴 흔적과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이후에도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성북동을 거닐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앞을 지나치신다면 한 번쯤 성북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되새겨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이상으로 154번째 금도끼를 마치겠습니다.



※ 참고문헌
성북구청,『성북구지』,1993
송지영·심지혜,『삼선동·동소문동–잊혀져가는 우리동네 옛이야기를 찾아서』,2015
송지영·심지혜,『성북,100인을 만나다』,2015
성북문화원,2017,『성북문화』 제5호
매일신보,「외국어학원(外國語學院) 성북정(城北町)에 교사(校舍) 신축(新築)」,1939.03.16.
경향신문,「弘大附高(홍대부고) 4연패」,1980.07.30.
대한뉴스 제329호, '한·일 학생 농구전’,한국정책방송원,1961.09.02.
대한뉴스 제628호 '무쇠같이 튼튼하게’,한국정책방송원,1967.06.23.
성북마을아카이브, https://archive.sb.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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