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79] 창작연극의 올림터가 된 성북1가압장
작성자 백승민
창작연극지원센터 건설현장  ⓒ 한성대성곽마을아카이빙

창작연극지원센터 건설현장 ⓒ 한성대성곽마을아카이빙

한성대입구역을 나와 성북동/동소문동 방면을 바라보면 근 몇 년간 공사중인 거대한 건물이 있습니다. 3년 이상 공사장 가림벽이 세워져 있어 뭘 하는 건지 잘 모르던 분들도 많이 계실텐데요. 최근 들어 가림벽 상당부분이 걷어져 붉은빛 도는 벽돌로 이뤄진 건물의 형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창작연극센터 완성 조감도 ⓒ서울특별시 건설알림이

창작연극센터 완성 조감도 ⓒ서울특별시 건설알림이

붉은 벽돌로 이뤄진 건물은 올해 연말 완공 예정인 서울시 창작연극지원센터입니다. 창작연극지원센터는 대학로 창작공연계를 보호·활성화하기 위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센터입니다. 열악한공연환경에 놓인 연극인들을 위한 공연장, 분장실, 연습실, 세미나실, 사무실과 더불어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위안부소녀상이 세워진 가로공원 ⓒ 성북마을아카이브

위안부소녀상이 세워진 가로공원 ⓒ 성북마을아카이브

가로공원 전경 ⓒ 성북마을아카이브

가로공원 전경 ⓒ 성북마을아카이브

이 공간은 본래 가로공원과 성북1가압장이 있던 장소입니다. 많은 분들이 버스정류장 뒤 정자가 있던 쉼터, 가로공원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가로공원에는 본래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작연극센터 건설을 위한 부지 정리가 시작되며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으로 옮겨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성북1가압장 측면 ⓒ 성북마을아카이브

성북1가압장 측면 ⓒ 성북마을아카이브

‘성북1가압장’ 이란 단어를 말씀드렸는데 보시는 분들께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가압장이란 수압을 높이는 펌프시설로서 고지대 등 수입이 약한 지역의 수압을 높여 수돗물이 잘 나오게 하는 시설입니다. 가로공원 옹벽 옆에 위치했던 작은 건물인 성북1가압장은 고지대에 위치한 성북동의 수압을 오랜기간 책임지던 시설이었습니다.
서울의 上水道 ⓒ 경향신문

서울의 上水道 ⓒ 경향신문

1967년 8월 15일 경향신문 기사에서 성북1가압장의 시작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상수도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는 1967년 연초 착공에 들어가 6월 경 성북구 성북동 일대 등에 가압시설이 완공되었음을 알립니다. 성북1가압장 및 지금도 존재하는 성북2가압장이 건립되며 수도사정이 열악했던 성북동의 고지대는 원활하게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북동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성북1가압장은 인근의 인구증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시설을 개량·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였습니다. 결국 2011년 7월 약 2만㎥ 규모의 개운산 배수지가 완공되며 정릉2가압장, 종암가압장 등과 함께 폐쇄되어 수년간 빈 건물로 남아있게 됩니다.
성북예술동 포스터 ⓒ 성북문화재단

성북예술동 포스터 ⓒ 성북문화재단

성북예술가압장 내 전시 ⓒ 도시건축집단성북동

성북예술가압장 내 전시 ⓒ 도시건축집단성북동

폐쇄된 성북1가압장 건물은 그 부지의 용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의를 끌어안고 오랜기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성북1가압장과 가로공원 부지를 합친 부지에 창작연극센터 건립이 확정된 이후, 성북1가압장은 2017년 성북예술동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건축가들이 모여 ‘성북예술가압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되었습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성북1가압장에서는 2017년 서울건축도시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지역 건축가 모임의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이어 제3회 성북미술협회정기전이나 여러 예술가들의 개인전 등이 개최되며 한성대입구역을 오가는 주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왔습니다.

2020년 3월 창작연극센터 착공이 시작되며 옛 성북1가압장이자 성북예술가압장 건물의 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건물을 허물고 부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옛 성북1가압장의 흔적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성북1가압장은 폐쇄되었지만 성북2가압장은 성북2아리수올림터로 이름이 바뀌어 지금도 고지대 거주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수돗물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다소 위압적일 수 있는 이름인 가압장이 아니라 올림터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개칭된 것이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성북1가압장이 고지대의 주민들을 위해 수돗물을 끌어올린 것과 같이 창작연극센터가 연극인들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의 (끌어)올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을 끌어올리는 공간이었던 성북1가압장은 수십년의 세월을 지나 창작연극센터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름과 모습이 바뀌어도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그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성북마을아카이브는 이러한 성북구의 변화상을 계속해서 담아나가고자 합니다. 이상으로 179번째 금도끼를 마칩니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머니투데이』

도시건축집단 성북동 2023.06 portforlio(http://ubac.kr/)
서울특별시 건설알림이(https://cis.seoul.go.kr/)
성북마을아카이브(https://archive.sb.go.kr/)
성북문화재단(https://www.sb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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