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91] 성북구와 독립운동가 콘텐츠
작성자 계민우
2024년이 시작된 지 어느덧 3주가 지나갑니다. 새해에 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성북구는 이육사, 한용운, 조소앙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거주하였던 지역입니다. 성북 지역에는 창작뮤지컬 심우 및 이육사 탄생기념 문화제를 비롯하여 독립운동 관련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번 191번째 금도끼에서는 최근 성북구 지역에서 활동하였던 독립운동 인물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를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성북의 독립운동 문화콘텐츠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가 독립운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자 합니다. 식민지 시기 동안 계속 진행된 독립운동이 없었다면 한국인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대의와 신념을 위해 헌신한 삶을 이해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삶을 공감하며, 독립운동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성북구 출신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콘텐츠 제작은 지역사회, 더 나아가서 나라와 세계에 성북 지역의 역사를 알리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지역 정체성 강화, 지역문화 예술의 활성화, 관광산업 촉진을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에 대한 기억과 재현, 그리고 이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사업이 지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사례로 성북구의 독립운동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이육사 : 북바위 청포도 문화제와 이육사 탄생기념 문화제

일제 식민통치의 폭력이 극한에 달하던 시절에도 독립을 위한 꺾이지 않는 기백을 시로 드러내던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는 1939년부터 3년간 종암동에 거주하며 오늘날까지도 이육사의 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인 '청포도'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종암동에서는 해마다 북바위 문화제를 개최하여 이육사 시인을 기리고 있으며, 성북문화원에서는 매년 5월 18일, 이육사 시인의 탄생일에 이육사 탄생기념 문화제를 개최하여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를 기리고 있습니다.
2012년에 시작되어 10년 넘게 진행된 북바위 문화제는 이육사 시인의 정신을 기리고 마을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행사로, 종암동에서 개최되는 마을 축제입니다. 북바위에서 제사를 지내던 마을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제사를 축제로 재창조한 북바위 축제는 이육사가 종암동에 거주했던 점에 착안하여 마을 제사와, 이육사 기념 문화제의 성격을 가진 축제로 거듭났습니다.
행렬이 북바위 유래비에 도착하면 북바위 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염원하는 제사가 진행됩니다. 이후에는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시상식, 이육사 시 낭독회, 축하공연 등이 이어지며, 체험 및 행사 부스도 운영되었습니다. 북바위 문화제와 더불어 이육사를 기념하는 또 다른 축제가 종암동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성북문화원이 문화공간 이육사와 함께 주관하는 ‘이육사 탄생 기념 문화제’입니다.
매년 5월 18일에 열리는 기념 문화제는 이육사 선생 탄생일에 선생의 삶과 문학, 독립운동 정신을 기념하는 행사로, 해마다 이육사 선생님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님께서 안동 원촌마을에서 올라와 참여해 주셨습니다. 작년에는 이육사의 시 ‘교목’의 한 구절에서 따온 ‘푸른하늘에 다을드시’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매년 행사마다 열리던 개회식 및 공연 진행 외에도 참여자들에게 청포도 풍선 선물을 증정하였으며, 문화공간 이육사에 방문해주신 분들께 퀴즈 문제지를 드리고 참여해주신 분들께 책갈피 및 포토카드 등의 상품을 선물로 제공하였습니다. 해당 행사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받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육사 예술공원에서 시인이 푸른 하늘을 꿈꾸며 쓴 글을 낭독하고 노래를 부르는 행사에 함께하며 푸른 하늘을 꿈꾸던 선생의 이상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2017년 10월 21일에 열린 제6회 북바위 청포도 문화제

2017년 10월 21일에 열린 제6회 북바위 청포도 문화제

2023년 5월 18일에 열린 이육사 탄생 119주년 기념 문화제

2023년 5월 18일에 열린 이육사 탄생 119주년 기념 문화제

2. 한용운 : 뮤지컬 심우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으로 참여한 만해 한용운은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성북동 심우장에 거주하며 일제와의 타협 없는 지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성북구는 한용운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6월에 심우장에서 창작뮤지컬 '심우'를 공연하고, 6월 29일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 추모 다례재를 거행하여 선사를 기리고 있습니다.
뮤지컬 '심우'는 성북구에 소재를 둔 극단 '더늠'이 2014년에 초연한 이래로 매년 공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이한 뮤지컬 ‘심우’는 한용운 선생이 심우장에 거주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화를 각색한 뮤지컬입니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하던 1937년 봄, 만해 한용운이 심우장에서 일송 김동삼의 장례를 치른 일화를 재현한 공연은 독립운동가의 고난에 찬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고 독립을 추구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2023년에는 정규 공연 3회에 더하여 한성여자중학교 학생들을 초청한 특별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연은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역사콘텐츠를 활용한 교육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독립운동가가 실제로 거주했던 장소에서 공연된 뮤지컬을 관람하여 지역의 여러 역사적 공간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현장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 과정을 넘어선 지역과 관련이 있는 독립운동사를 학습하고, 뮤지컬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립운동을 접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성북동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23년 6월 24 ~ 25일에 심우장에서 열린 뮤지컬 심우

2023년 6월 24 ~ 25일에 심우장에서 열린 뮤지컬 심우

3. 이은숙과 이회영 : 토크콘서트 ‘아나키스트의 아내’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하고 서간도로 이주하여 독립에 헌신한 삼한갑족 이씨 6형제의 어른 중에서도 가장 맏이인 이회영은 1932년 독립투사로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의 가족은 해방 이후에 성북구 정릉동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 인연을 계기로 성북문화원과 극단 더늠은 2017년에 창작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2022년에도 또 한 차례 공연을 하였고 2023년에는 갈라쇼 및 토크콘서트 ‘아나키스트의 아내’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는 우당 이회영과 그의 아내 이은숙의 삶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10년대 초 만주에서 시작된 이회영과 이은숙 부부의 삶과 독립운동에 대한 헌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은숙은 남편 이회영, 아들 이규창과 함께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고난을 감내하였던 여걸이었습니다. 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과 정리된 서사, 시적 언어를 통해 다시 만나게 해줍니다. 성북문화원이 주최하고 극단 더늠이 주관하며 국가보훈처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깊은 사색거리를 선사하며 독립운동 문화콘텐츠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2023년에 진행된 토크콘서트 ‘아나키스트의 아내’는 9월 13일 수요일에 한성대입구역 2번출구 앞, 성북천 분수광장에서 국가보훈부와 성북구청의 후원을 받아 극단 더늠과 협업하여 개최되었습니다. 토크콘서트는 2016년 초연된 창작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를 바탕으로 하여, 뮤지컬의 노래와 연기로 이루어진 갈라쇼와 세 명의 패널이 참여하여 뮤지컬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갈라쇼에서는 이청안·차준호 두 배우의 아름다운 연기와 노래를 통해 이은숙·이회영 부부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고, 토크콘서트에서는 극단 더늠 대표 차지성과 역사문제연구소 이사 배경식, 그리고 성북문화원 부장 박수진이 패널로 참여하여 독립운동가 가족의 삶, 독립운동의 갈등과 통합, 그리고 독립운동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비록 갑작스런 비에도 불구하고 열연을 선보인 배우들과 알찬 내용을 상세하고 쉽게 전달해 준 패널들 덕분에 아름다운 공연과 의미 있는 토론이 이어져 많은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9월 13일에 성북천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아나키스트의 아내

2023년 9월 13일에 성북천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아나키스트의 아내

앞서 서술한, 독립운동 문화콘텐츠 외에도 성북구에는 발굴을 기다리는 독립운동 관련 역사문화자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한성대입구역 일대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강의 근간이 되는 삼민주의를 제창한 조소앙 선생의 집이 오늘날까지도 남아있고, 2023년 5월 11일에는 돈암 2동 아리랑고개 사거리에서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민세 안재홍 선생의 동상 제막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성북구의 독립운동 관련 역사문화자원들이 앞으로 활발히 발굴되어 지역의 역사를 나타내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2024년은 이육사 탄생 120주기이자 서거 80주기이며, 같은 해 입적하신 만해 한용운 선사 입적 80주기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에는 이육사 선생 탄생 120주년 기념 문화제가 종암동에서 열리고, 6월에는 성북동 심우장에서 창작뮤지컬 ‘심우’ 공연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우리 동네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 독립운동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은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면서 이번 191번째 금도끼 작성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
성북마을아카이브 https://archive.sb.go.kr/isbcc/home/u/story/view/1596.do
서울문화포털 https://culture.seoul.go.kr/culture/culture/cultureEvent/view.do?cultcode=139956&menuNo=200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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