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95] 2023 성북구 주민기록단 활동기록 톺아보기
작성자 장지희
성북구의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성북문화원은 2019년부터 매년 ‘성북구 주민기록단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주민기록단원들이 직접 지역 곳곳을 다니며 기록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18명의 단원이 약 70건의 활동을 진행하였는데요, 오늘은 그 기록의 일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성북구 주민기록단 출범식

2023년 성북구 주민기록단 출범식

성북구에는 오랜 시간 한 장소에서 자리를 지켜 온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릉동에 위치한 문화서점도 그중 한 곳입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주택들이 밀집해있던 1980년대 중반, 남자 사장님께서 먼저 정릉동에 자리를 잡으셨고 결혼 이후에는 부부가 함께 서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활동을 진행한 주민기록단원은 여자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하였는데요. 주변에 학교가 많아 예전에는 참고서나 문제집 등을 찾는 손님이 많았지만, 현재는 참고서의 종류도 다양해져 구비하기가 어렵고 헌책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대신 요즘은 온라인 서점을 함께 운영하며 가게를 유지하고 있으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정릉동에서 자리를 지키실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릉동 문화서점 외부

정릉동 문화서점 외부

정릉동 문화서점 내부

정릉동 문화서점 내부

재개발 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골목 풍경을 담은 기록도 있었습니다. 종암로16길 일대인 북바위 아랫말 골목길인데요. 이곳에는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수 있는 좁은 길, 한 가구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모습, 대문을 열어 놓고 사는 것, 이웃이 서로 왕래하며 인사 나누고 사는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담 넘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정겨운 골목입니다.

2020년에는 서울형 골목길 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3년간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주차장을 만들어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였고 골목길 보도블록과 화단 가꾸기, 담벼락 칠하기 사업 등을 하여 한결 깨끗하고 환한 동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북바위 아랫말

북바위 아랫말

북바위 아랫말 골목

북바위 아랫말 골목

예전에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사라지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전파사, 목욕탕, 이발소 등이 그러한데요. 지금의 동네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주민기록단은 안암동 일대 이발소 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이용원부터, ‘스포츠머리의 달인’으로 인정받은 원장님이 있는 이발관, 목욕탕과 구청 내 위치한 이발소까지 안암동에는 세월을 간직한 여러 이용원이 현재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오랫동안 운영되다가 최근 영업을 종료한 이발관도 두 군데 정도 있었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는 현대식 이발소 바버샵도 소개하였습니다.
안암동 용문이용원

안암동 용문이용원

최근 영업을 종료한 삼흥이발관

최근 영업을 종료한 삼흥이발관

안암동에서 성북천을 따라 성신여대입구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준고딕양식의 석조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돈암동 성당입니다. 이곳은 성북구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타종하는 성당으로, 이곳에서 매일 같은 시간 종을 울리는 관리장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주민기록단원도 있었습니다.

돈암동 성당만의 독특한 타종 방식이 있어 처음에는 배우기 힘들었지만, 벌써 7년째 타종을 맡고 있다는 관리장님은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이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종을 “땅”치면 바로 근처에 있는 성북경찰서 직원들이 퇴근 시간임을 알고 사무실을 나선다는 이야기도 들으셨다고 하는데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도 타종 5분 전 알람을 맞춰 놓으신다고 합니다.
돈암동성당 타종 모습

돈암동성당 타종 모습

돈암동성당 종

돈암동성당 종

성북구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초가 되면 마을 제사인 동신제(洞神祭)가 치러집니다. 정릉동과 보문동에서는 산신제, 석관동에서는 도당제로 진행되는데요. 주민기록단원들은 지역의 중요한 행사인 동신제 또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중 석관동 도당제는 매년 시월 초하루, 천장산의 산신인 도당할머니에게 지역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며 드리는 제사입니다. 예전에는 도당이 천장산 치마바위 위에 모셔져 있었는데, 의릉이 조성되며 산 아래로 옮겨졌고 재개발이 이루어지며 현재의 위치에 도당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석관동 중앙회의 주관으로 진행되며, 그 외의 주민들도 함께 제사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석관동 도당

석관동 도당

석관동 도당제 진행 모습

석관동 도당제 진행 모습

지금까지 주민기록단의 활동일지 일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성북구의 여러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내 주신 것 같습니다. 현재 2024년 주민기록단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웃의 삶에 귀 기울이고, 지역의 기록을 수집하는 보람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고 싶으시다면, 주민기록단 교육에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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