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197] 정릉동의 아름다운 나무들
작성자 민문기
‘나무’는 우리 인류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산소를 공급합니다. 또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공기를 정화하기도 하고,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을 제공하거나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현대 도시인들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감소시켜주는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에게는 생활 터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성북구는 2004년 ‘아름다운 나무’ 지정과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서울특별시성북구조례 제603호, 2004. 12. 6., 제정) 조례에서 ‘아름다운 나무’란 “수형이 아름답거나, 노목, 거목, 희귀목, 고사목으로서 보호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제13조 서울특별시 성북구 아름다운 나무 지정위원회로부터 지정된 나무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례를 제정하여 많은 나무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지정・관리하고자 한 것이죠. ‘아름다운 나무’ 지정과 관리를 위하여 조례까지 제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전국에서 성북구가 최초였습니다.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된 나무는 47개소 600여 그루입니다.(2023. 1. 기준)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8개소 200여 그루가 위치한 곳이 바로 정릉동입니다. 이번주 금도끼에서는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 중 정릉동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일부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소개해드릴 나무는 고려시대 창건된 경국사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경국사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위치해 있는 소나무는 수령이 320여 년이라고 합니다. 경내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수령 약 200년의 보리수나무가 있습니다. 성북구 아름나운 나무 중에서는 유일한 보리수나무이기도 합니다.
경국사 경내에 위치한 소나무

경국사 경내에 위치한 소나무

경국사 경내에 위치한 보리수나무

경국사 경내에 위치한 보리수나무

다음은 정릉동 손가정 마을에 위치한 느티나무입니다. 손가정터 표석 옆에 위치한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정확하지 않지만 약 170~200여 년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한 손가정 주민의 회고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주민들이 쉬어가는 나무였다고 합니다. 이날도 나무 아래 마련된 평상에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계신 모습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마을의 큰 나무가 가진 역할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릉동 손가정마을에 위치한 느티나무

정릉동 손가정마을에 위치한 느티나무

손가정마을 표지석

손가정마을 표지석

정릉동에서 북악산로로 가는 언덕길 중턱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르한스에도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된 소나무 한 그루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120여년으로 추정되는데, 식사와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북악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취를 안겨주어 ‘아름다운 나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르한스에 위치한 소나무

복합문화공간 르한스에 위치한 소나무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는 우리가 사는 마을에 있는 경우도 많지만, 사찰의 경내나 사유지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일부는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된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고사된 이후 지정해제 되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는 지역 재개발과 도시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표지판이 사라져 ‘아름다운 나무’인 것을 알기 어렵게 되거나 나무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정릉동 로터리에 위치하였던 느티나무(2012년 6월).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출처: 카카오맵)

정릉동 로터리에 위치하였던 느티나무(2012년 6월).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출처: 카카오맵)

느티나무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꽃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느티나무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꽃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정릉동 골목길에 위치한 소나무(수령 약 90년). 현재 표지판(우측사진)은 사라진 상태이다.

정릉동 골목길에 위치한 소나무(수령 약 90년). 현재 표지판(우측사진)은 사라진 상태이다.

좌측 소나무의 아름다운 나무 표지판. 현재는 사라진 상태이다. (2020년 12월 촬영)

좌측 소나무의 아름다운 나무 표지판. 현재는 사라진 상태이다. (2020년 12월 촬영)

물론 앞서 소개해드린 나무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름다운 나무’는 사유지에 있더라도 관리가 잘 되어 온존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는 그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산림보호법을 통해 관리받고 있기도 합니다.
정릉 내에 위치한 느티나무(수령 약 380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유번호 서8-2)

정릉 내에 위치한 느티나무(수령 약 380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유번호 서8-2)

정릉 내에 위치한 느티나무(수령 약 380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유번호 서8-3)

정릉 내에 위치한 느티나무(수령 약 380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유번호 서8-3)

이렇게 정릉동의 아름다운 나무를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조사하면서 느낀 것은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여 아름답지 않은 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수령이 낮거나, 크기가 작거나, 희귀하지 않거나 등의 이유로 인하여 비록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우리에게 산소를 주고, 맑은 공기를 주고, 그늘을 제공해주고, 쉼터가 되어주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정릉천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취를 안겨주는 나무들

정릉천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취를 안겨주는 나무들

정릉가는 길 어귀에 위치하여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큰 나무

정릉가는 길 어귀에 위치하여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큰 나무

현재 성북구에는 약 8천여 그루의 가로수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공원이나 사찰에 있는 나무, 마을 골목길 어귀에 있는 나무 등을 합하면 상당히 많은 수일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나무’에게 오늘은 감사의 인사를 한 번 건내어 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
- 성북마을아카이브(https://archive.sb.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 카카오맵(https://map.kakao.com/)
- 서울정보소통광장(https://opengov.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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