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209] 굿바이, 캔 파운데이션
작성자 최아름
성북동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북동 별서로 가는 길에 독특한 외경의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올록볼록한 곡선의 형태를 띤 이 건물이 무엇인지 잠시 서서 한 번 더 쳐다보게끔 만듭니다. 성북구 선잠로2길 14-4(성북동 46-26)에 위치한 이 건물은 복합문화공간 캔 파운데이션입니다. 2008년 설립된 이래 성북동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했던 이곳이 지난주 마지막 전시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를 끝으로 성북동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금도끼는 16년간 성북구와 함께 했던 캔파운데이션을 한번 돌아보고자 합니다.
©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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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파운데이션은 2008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 세 명의 설립자에(김성희, 김영주, 장문경) 의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성북구에 전시 공간 “스페이스 캔”을 설립하였고 현재까지 지역의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 창작공간 지원 및 다른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킹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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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파운데이션은 예술가와 지역사회를 돕는 대안적 문화예술재단이기도 합니다.
캔 파운데이션은 아트와 아티스트를 통한 소통을 꿈꿉니다.
처음에는 작가, 한국미술계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작가들과 지역주민(특히 소외계층)이 소통하는 부분을 중요시합니다. CAN은 ‘할 수 있다’라는 뜻도 되지만, Contemporary Art Network’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대미술을 통해 네트워킹하자는 것으로, 아트와 아티스트를 통해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북동이 품은 이야기』 p164 김성희 인터뷰 중에서

설립자인 김성희 님의 말처럼 캔 파운데이션은 창작 지원 활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작가를 지역에 끌어들여 소통할 좋은 기회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문화적 인프라를 가진 성북동은 캔 파운데이션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 캔 파운데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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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파운데이션은 <캔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호흡하는 대중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2012년 열린 <캔캔프로젝트 2012 마전터에서 교유하다>는 이름에서부터 성북동과 연결성을 말해줍니다. 마전터는 조선시대 옷감을 삶거나 빨고 표백하는 곳으로 현재 성북구 선잠단 앞 일대를 가리킵니다. 조선 영조 때에 이 지역 백성들의 생계를 위해 도성 안 시장에서 파는 포목의 표백하는 권리를 주었고 그로부터 성북동 양쪽 골짜기의 물이 합류되는 부근의 냇가를 마전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캔 파운데이션은 마전터라는 성북동의 옛 명칭을 가지고 오면서 지역과 예술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셨습니다. 예술인들은 현재를 사는 주민에게 여러 가지 시청각 작품과 음악 공연 등을 선보였고, 주민들은 또한 지역에 녹아있는 문화 예술적 가치를 느껴보고 교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캔 파운데이션 제공

© 캔 파운데이션 제공

© 캔 파운데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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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캔 파운데이션은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갤러리에서 운영중인 아트 버스 프로젝트 <오! 재미>는 열정있는 예술가들이 문화 나눔을 희망 지역의 초등학생들과 만나 함께하는 예술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에게 예술적 체험 활동을 제공해주고, 함께 만든 작품들은 성북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 전시되었습니다.
아리랑 축제나 사회적 경제 박람회 등 관내의 축제들과 연계하여 성북구의 학생들도 다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캔 파운데이션의 이같은활동은 예술로써 지역과 연대하고 상생해나가고자 했던 노력의 일부였습니다.
©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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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파운데이션은 성북동의 다양한 시각 예술 기반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며, 성북 미술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다른 전시관 “오래된 집”은 캔 파운데이션이 지역과 함께 교류한 또 다른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북구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최순우 옛집, 수연산방 등과 같이 잘 보존되어 온 고풍스러운 한옥들도 그 가치를 빛내고 있지만,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둔 서민들의 주택 또한 함께 밀집되어 있습니다. 캔 파운데이션은 6,70년대 서민들이 살던 낡은 집을 활용하여 새로운 공간적 가치를 부여하였습니다. 2009년 8월 서울 성북동 62-10번지와 62-11번지의 낡은 한옥을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또,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 성북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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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 파운데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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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이라는 이름하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래된 집이라는 옛것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었습니다. 레지던시가 마을에 흡수되고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지역민의 문화 수준도 높이고 지역을 알리는 데 큰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7년 캔 파운데이션에서 열린 성북로(路)컬리티 역시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도저킴, 이기훈, 정기엽은 각각 성북동을 중심으로 작업을 펼치고 있거나, 성북동에서 10여 년 넘게 작업을 영위해 왔거나, 성북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들이었습니다. 직접 성북동을 경험한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성북로는 성북동의 삶 그 자체였을 겁니다. 캔 파운데이션의 전시는 성북동을 공간으로써 머무는 것이 아닌, 지역과 긴밀하게 엮고 네트워킹하는 예술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 캔 파운데이션 제공

© 캔 파운데이션 제공

© 캔 파운데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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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파운데이션은 예술의 대안적 활동뿐만 아니라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변화되고 사라지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열어 온 성북동의 문화 창구였습니다. 지역에서 커뮤니티의 대중화에 앞장섰고 지역재생의 희망을 보여주었던 곳이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바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예술적 프로그램들이 성북동과 함께 탄생하길 바라며 오늘의 금도끼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성북동이 품은 이야기』, 2013, 성북구청 발행    

<자료제공>
캔 파운데이션, http://can-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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