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에 아름다운 한옥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게시글을 통해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북구의 아름다운 가옥 중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는 집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이번 주 금도끼는 세계적인 작가 서도호의 대표작 <집> 시리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세옥 가옥 중 한옥, 2016,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서세옥 가옥 중 연구실, 2016,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작가의 대표작 <집>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무송재를 옥색 한복 천(은조사)으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집을 떠나 세계를 떠돌았던 그에게 집은 그리운 곳이었을 것입니다. 이에 작가는 인체를 에워싸는 옷처럼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는 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향수를 표현하는 집을 통해 완전한 노마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뿌리와 고향을 긍정하는 유목주의를 표현했습니다.
나아가 반투명 천으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진 집은 다양한 장소에서 개인이 속한 문화·기억·추억에 의해 공간과 개인의 관계가 끊임없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북구의 고즈넉한 한옥 공간에서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이동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한 은조사 집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며 새로운 의미를 갖는 장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작가의 대표작 <집>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무송재를 옥색 한복 천(은조사)으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집을 떠나 세계를 떠돌았던 그에게 집은 그리운 곳이었을 것입니다. 이에 작가는 인체를 에워싸는 옷처럼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는 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향수를 표현하는 집을 통해 완전한 노마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뿌리와 고향을 긍정하는 유목주의를 표현했습니다.
나아가 반투명 천으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진 집은 다양한 장소에서 개인이 속한 문화·기억·추억에 의해 공간과 개인의 관계가 끊임없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북구의 고즈넉한 한옥 공간에서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이동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한 은조사 집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며 새로운 의미를 갖는 장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끊임없이 의미가 확장되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작품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예술 작품들처럼 제목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작품이 옮겨지는 장소의 지명을 작품의 제목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 무한한 장소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1999년 LA 한국 문화원에서 작품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서울 집/L.A. 집>(1999)이었던 이 작품의 제목은 2024년 8월 현재 <서울 집/L.A.집/볼티모어 집/런던 집/시애틀 집/L.A.집>(1999)으로 늘어났습니다.
서도호,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2013, ⓒ국립현대미술관
가벼운 천으로 변화한 무송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을 축하하는 특별 개관전에서 작품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2013)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991년 작가가 미국 유학 시절에 처음 거주했던 로드아일랜드의 근대식 주택을 실물 크기(1,530 x 1,283 x 1,297cm)로 재현한 공간 속에 무송재가 매달려 있는 이 작품은 전통과 근대, 현대식 건축 양식을 모두 보여주고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공간의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작품이 공개될 당시 새롭게 지어진 전시장 ‘서울 박스’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만들어져 있어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함께 서로 다른 공간의 중첩을 보여줍니다. 로드아일랜드의 근대식 주택 속에 전통 한옥인 무송재, 그리고 서울의 현대식(어쩌면 범세계적인 현대식) 건물인 서울 박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 전경은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의 충돌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전통 한옥인 종친부와 근대식 붉은 건물인 본청, 그리고 서울 박스가 속해있는 신관이 어우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특징과 어우러지며 서울관 개관이라는 뜻깊은 행사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또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작품 속 집과 전시장, 미술관 등 공간을 품은 공간들이 중첩된 모습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넘어 작품과 미술관을 품고 있는 서울까지 공간의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이외에도 무송재는 <Fallen Star>(2008-2011), <Bridging Home>(2012),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 등 작가의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며 개인과 공간, 나아가 개인과 사회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주요한 매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마침 현재 아트선재센터에서 서도호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가 진행 중입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2024년 11월 3일까지 관람 가능하며, 특히 토요일마다 열리는 스크리닝을 통해 <집>시리즈를 보다 자세히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전시 포스터, ⓒ아트선재센터
기간 2024. 8. 17. – 11. 3.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관 주최 아트선재센터 기획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조희현(아트선재센터 전시팀장) 협찬 매일유업㈜, 벽산엔지니어링·파워·엔터프라이즈, LG 올레드, 코오롱스포츠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스크리닝 <연결하는 집, 런던>, 2024, 29분 13초 -일시: 8월 17일, 9월 7일, 10월 12일 토요일 오후 4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별똥별>, 2012, 49분 13초 -일시: 8월 24일, 9월 28일, 10월 19일 토요일 오후 4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2023, 52분 48초 -일시: 8월 31일, 10월 5일, 11월 2일 토요일 오후 4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