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끼 #221] 동네 한 바퀴, 종암동 북바위둘레길
작성자 김지훈
10월 중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서늘해진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 곳곳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행사 소식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가을에는 푸르던 나뭇잎들이 누렇게 물들며 떨어집니다. 그래서인지 봄은 밝은 분위기가 나는 반면, 가을은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마음의 양식인 책을 읽기 딱 좋아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면서 책을 찾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가을은 놀러 가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특히 도보여행을 많이 가시는데요, 단박에 둘레길이 떠오르실 겁니다. 둘레길은 관광사업진흥을 목적으로 걷기 편하게 조성한 길인데요, 동기 부여를 위해 스탬프투어와 병행하기도 합니다. ‘걷기길’, ‘걷기여행길’ 이나 ‘도보여행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한국관광공사에서는‘걷기여행길’이라는 명칭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올레길과 서울시의 북한산둘레길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이를 벤치마킹해서 둘레길을 개발했습니다. 둘레길은 지역마다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각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강화나들길·성남누비길·하남위례길·고양누리길 등이 그 예입니다. 이제부터 성북구에 걷기 좋은 둘레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종암동 북바위둘레길’ 은 종암동 주민들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길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생활·생태 마을 둘레길로 10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있으며 종암동 전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동네 한바퀴 걷듯, 북바위둘레길(이하 둘레길)을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둘레길은 10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고 총길이는 약 5.8km로 걷기에 무리 없는 길입니다. 둘레길의 시작은 종암동주민센터에서 시작됩니다. 1구간 종암동북바위마을길(230m)을 걸어 2구간 북바위유래비길(300m)에 도착하면 종암동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북바위유래비’ 가 있습니다. 2구간은 종암동의 중심상가 구역을 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맛집과 카페를 지나다 보면 금방 3구간 이육사시인길(600m)에 도착합니다. 3구간 안내판 주변에는 청포도 시비가 있는 ‘264예술공원’ 과 ‘문화공간 이육사’ 가 매우 가까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1944) 선생의 생애를 기리며,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은 시들과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느꼈던 진솔한 시들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종암동 북바위둘레길 3구간 표지판

종암동 북바위둘레길 3구간 표지판

다시 4구간 개운산산책길(600m)을 걸어서 계단을 오르고, 숲을 지나 개운산마로니에마당 방향으로 계속 이동해 봅니다. 이 구간은 주변에 설치된 운동기구을 이용하거나 공원을 걷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4구간은 서울시 테마산책길(숲이 좋은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일대인 개운산 공원은 1940년 3월 12일 지정된 마을동산 성격의 산지형 공원이라고 합니다. 산 정상에서는 성북구의 아파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주변 전경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시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시비가 보인다면 한 번씩 멈춰서 감상하는 것도 4구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또한 조금 더 걷다 보면‘산마루 북카페’가 나옵니다. 북카페는 쉼터 형식으로 유리창 책장 안에서 책을 꺼내 벤치에서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5구간 개운산길(1,000m)은 개운산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 산길입니다.
북바위유래비

북바위유래비

이육사 청포도 시비

이육사 청포도 시비

이제 숭례초등학교 뒤편을 걸어 6구간 (옛)종암아파트길(250m)과 7구간 북바위전답터길(350m)을 지나면 8구간 은행나무바람길(850m)이 시작됩니다. 8구간까지 오는 길은 조금 헷갈릴 수도 있지만 안내판 방향대로 오면 쉽게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8구간은 구간명처럼 가을이 되면 노란빛으로 물들어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추천하는 길입니다. 9구간 종암동정릉천벽화길(1,000m)과 마지막 코스인 10구간 소방서·경찰서·종암시장길(650m)을 지나 처음 출발 장소인 종암동주민센터로 도착하면 둘레길 걷기가 마무리됩니다.
개운산전경(출처: 서울연구원)

개운산전경(출처: 서울연구원)

가을 햇빛 가득한 개운산공원길(4구간)만 방문하셔서 기분 전환하는 것도 좋습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종암동 북바위둘레길, 걸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김소월 진달래꽃 시비

김소월 진달래꽃 시비

박재삼 자연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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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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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청노루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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