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의 설명에 따르면 명승은 예로부터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경승지로서 역사적·예술적·경관적 가치가 크며, 자연미가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형성과정에서 비롯된 고유성·희귀성·특수성이 큰 곳으로 국가유산 분류 기준에 따라 천연기념물과 함께 자연유산에 속합니다. 그리고 성북구에 있는 국가 지정 명승으로는 서울 성북동 별서가 있습니다.
서울 성북동 별서는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2길 47에 위치한 16,000㎡ 규모의 조선 후기 전통 정원입니다. 고종의 호종내관이자 서화가였던 황윤명(황수연)이 조정에서 물러난 후 이 별장에 머무르던 별장입습니다. 이후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 1877∼1955)이 넘겨받아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했습니다.
서울 성북동 별서 본제, 2019, 출처:성북마을아카이브
서울 성북동 별서 전경, 2019, 출처:성북마을아카이브
의친왕 이강, 출처:국사편찬위원회
기존에는 '성락원(城樂園)'으로 불렸는데 이는 '한양도성 밖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서울 성북동 별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주변의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시냇물을 따라 앞뜰, 안뜰, 바깥뜰로 나눌 수 있는데, 앞뜰에는 두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모이는 ‘쌍류동천(雙流洞天)’이 있습니다. 물줄기 속 암벽에 행서체로 새긴 ‘쌍류동천’이란 글자는 성북동 별서의 지맥을 보호하는 뜻이 있습니다.
성북동 별서 배치도, 1984
서울 성북동 별서의 쌍류동천, 2024
쌍류동천 주위와 용두가산(龍頭假山)에는 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다래나무, 말채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숲이 성북동 별서의 안뜰과 바깥을 감싸며 외부로부터 별서를 가려주고 있습니다. 안뜰에는 영벽지(影碧池)와 폭포가 있고 바깥뜰에는 송석정과 연못이 있습니다. 영벽지에는 인수위소지(引水爲小池), 장빙가(檣氷家), 청산일조(靑山壹條), ‘장빙가(檣氷家)’ 등 바위에 각자가 있습니다.
영벽지 전경, 출처:국가유산청
영벽지 전경, 출처:국가유산청
장빙가 각석, 출처:국가유산청
바깥뜰에 있는 송석정과 연못(송석지)는 1953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송석정은 정면7칸, 측면 2칸 규모의 누각형 정자입니다. 송석지는 둘레를 콘크리트로 막아서 물을 가둬놓은 인공 연못으로 경복궁의 경회루와 비슷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송석정과 송석지, 2019, 출처:성북마을아카이브
송석정 내부, 2024
서울 성북동 별서는 1992년 12월 23일 ‘성락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적 제378호로 지정, 2008년 1월 8일 명승 제35호로 재지정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별장의 원주인이 철종(재위 1849∼1863) 때 이조판서를 지낸 인물로 알려졌으나 이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 없으므로 2020년 9월 2일 명승 지정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고종실록』 등의 기록과 의친왕 이강이 별궁으로 사용했다는 점, 서울시에 몇 남지 않은 조선시대 민가 정원으로서의 가치 등을 인정받아 2020년 9월 2일 ‘서울 성북동 별서’라는 이름의 명승 제118호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조선지형도(朝鮮地形圖) 속 성북동 별서, 1915, 출처:국가유산청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있는 성북동 별서에는 독립운동가 이관구 선생이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이강은 독립운동가 이관구(李觀求, 1885∼1953)에게 이 별장에 거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었는데요. 이관구는 1945년 해방 이후 별서에서 사학연구회를 조직해 학술 활동을 했습니다. 항일투쟁 인물의 행적을 기록한 『의용실기(義勇實記)』, 『언행록(言行錄)』 등이 성북동 별서에서 집필됐습니다.
이관구, 출처:국사편찬위원회
이관구가 저술한 『의용실기』의 표지, 출처:독립기념관
이관구가 저술한 『언행록』, 출처:독립기념관
이처럼 서울 성북동 별서는 울창한 경관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인데요. 아쉽지만 현재는 학술단체 방문이나 특별한 개방행사가 아니면 방문할 수 없는 곳입니다. 사진으로나마 성북동 별서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드리며 오늘의 금도끼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