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
1937.03
작품 문학
1937년 3월 『성서조선』에 실린 글이다. 김교신은 아리랑고개에 '아리랑'이라는 명칭을 붙인 정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신은 그 고개를 정릉 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가 제시한 생각하게 하는 고개라는 뜻의 '상현(想峴)'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신도 이 고개를 지날 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 글을 통해 1930년대 아리랑고개 명칭에 대한 당시의 소견들, 아리랑고개에 자동차 도로가 닦인 시기, 정릉에 살던 김교신의 생활상 등을 알 수 있다.
정릉동
  • 김교신_김교신 수필선집 표지
  • 상현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想峴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김교신
  • 비고:
  • 유형: 작품 문학

시기

근거자료 원문

  • 김교신金敎臣(1901∼1945)이 1937년 3월 『성서조선聖書朝鮮』지 에 쓴 「상현想峴」이란 글이다. 이 글에서 북한산은 정릉고개를 자전거로 넘어 가는 ‘나’를 저 너머 광막한 우주와 연결시켜 주는 초월적 장소가 된다. 하루 일을 마치고 무언가 개운치 못한 심정이 되어 고개 넘어 집으로 향할 때 보이는 북한산, 도봉산의 굽이치는 능선과 그 위의 광대무변한 하늘은 신의 은총처럼 다가와 박힌다. 이 때 정릉고개는 깊은 명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고개 이름을 ‘생각하는 고개, 상현’이라고 붙여 본 이유이다.
    강성봉 외 4인, 2013, 동소문 밖 능말이야기, 144-145쪽
  • 경성부京城府 돈암정敦岩町으로부터 숭인면崇仁面 정릉리貞陵里로 넘어가는 도중途中에 조고마한 고개가 있다. 속칭俗稱 아르랑 고개라고 하나, 이는 무식無識한 사람들이 무명無名한 고개에 부치는 상용常用의 명사名詞일 뿐이오 하등何等 유래由來가 있어서도 아니오 이 고개에만 한限한 명칭名稱도 아니다. 그러므로 세속世俗에 반역反逆하기 좋아할분더러 '아르랑'이라는 음파音波 좇아 이각耳殼에 담기를 꺼려하는 우리는 세속世俗에서 무엇이라고 부르거나 말거나 나 홀로는 이 고개를 언필칭言必稱 정릉貞陵 고개라고 불러왔다. 이 고개는 정릉리貞陵里의 관문關門이오 이 고개 넘어서는 정릉貞陵이 소재한 까닭이다.
    김교신, 2017, 김교신 수필선집, 137쪽
    김교신이 돈암정에서 정릉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이 이 고개를 속칭 아리랑고개라 부르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리랑‘이라는 명칭의 정당한 유래도 없고 또 이 고개에 한하여 붙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속의 명칭을 따르지 않고 정릉 고개라 부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중에 이 고개의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이 제시된다. 당시 지역명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 그런데 일간日間 어떤 친구와의 회담會談 중中에 이 고개는 '생각하게 하는 고개, 즉卽 상현想峴'이라고 이름할 것이라는 의견을 듣고 그 이유理由의 전무全無하지 않은 까닭을 깨다렀다. 상현想峴은 작년昨年 봄에 일장一丈 남어지 깍어 내리우고 삼간三間 폭幅으로 자동차로自動車路를 닦엇으나 아직도 경사傾斜가 심甚하여서 우리 자전거自轉車군들은 자전거自轉車를 끌고 넘나들어야만 한다.
    김교신, 2017, 김교신 수필선집, 137쪽
    김교신은 돈암정에서 정릉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아리랑고개라 부르지 않고 정릉고개라 부른다고 하였다. 정릉리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떤 친구와 이야기 도중 이 고개를 ‘생각하게 하는 고개, 상현(想峴)‘이라 부르면 어떤가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김교신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자신도 이 고개를 넘어다니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솟아오르기 때문이었다.
  • 시내市內의 흐린 공기空氣가 이 고개에서 새 구역區域을 짓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도 세속世俗에서 영계靈界로 향向하게 한다. 로방路傍의 좌우점포左右店鋪에 끌리던 우리 눈은 이고개에서 도봉산道峯山과 삼각산三角山과 북한산성北漢山城을 바라보게 된다.
    김교신, 2017, 김교신 수필선집, 138쪽
    김교신은 시내의 흐린 공기가 정릉 고개에서 새로운 공간처럼 맑아지듯 우리의 생각도 세속에서 영계로 향하게 된다고 말한다. 정릉 고개에선 도봉산, 삼각산, 북한산성 등을 바라볼 수 있고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들도 눈길을 빼앗는다. 또 이 고개에 들어서면 라디오 소리, 차량 소리 처럼 귀를 괴롭히는 소리가 아닌, 맑은 시냇물이 바위에 부딪쳐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처럼 김교신은 정릉 고개를 지나면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소리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아침에 원기元氣찬 몸으로 이 고개를 넘어 입시入市할 때는 자전거自轉車를 밀면서 그날 행行할 용기勇氣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그날 변辨할 용무用務를 다시 한 번 기억記憶한다. 저녁에 피로疲勞한 몸으로 이 고개에 다다를 때는 롯이 서돔城을 떠날때의 두러움이 없지못하니, 하루동안 유형무형有形無形의 위험危險에서 피避한 일의 감사感謝와 무릇 천진天眞하지 못한 일 관후寬厚하지 못한 일 탐욕貪慾없지 못한 일 등等의 참회懺悔도 이 고개를 넘는 무거운 운보運步 중中에 자아낸다.
    김교신, 2017, 김교신 수필선집, 138-139쪽
    김교신은 아침저녁으로 정릉 고개를 넘어다니면서 하루는 살아갈 용기와 그날의 일을 상기하고, 하루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참회하는 것도 이 고개를 넘으면서 이루어 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놀러다니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달음질 할 때, 성서조선 배달꾼의 적막함과 넘치는 감격이 각별하다고 고백한다. 이 글을 통해 아리랑고개에 ‘생각하게 하는 고개‘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것처럼 김교신이 이 고개를 지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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