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고종 때 文人 淮山 李濟九는 어느 늦은 가을 東小門을 벗어나 城北洞을 찾아 나서 길을 걸으며 다음과 같이 그 풍광을 읊고 있다.
小靑門 밖 나가니 城市 티끌 볼 수 없고
나귀 등엔 붉은 夕陽이 이글거린다.
들판의 국화 시냇가의 단풍 가을 빛
서로 어울려 한폭의 그림 이루었구나.
(小靑門外市虛空 驢背斜陽冉冉紀
野菊溪風霜意近 十分秋色畵圖中)
본문에서는 이 시의 저자가 고종 때 문인 이제구(李濟九)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확한 저자의 정보와 시의 출처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국학자료원이 발간한 『한시작가작품사전』을 보면 헌종 때 문관 정대식의 「가을 저녁에 혜화문을 나오다[秋晩出惠化門]」라는 시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小靑門外市廛空 驢背斜陽冉冉紅
野菊溪楓霜意近 十分秋色畫圖中.
원문을 비교하면 이제구의 시와 정대식의 시가 거의 동일하며, 정대식의 시의 압운은 공(空), 홍(紅), 중(中)으로 이제구의 시보다 압운이 잘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정대식은 헌종 때 인물이고, 이제구는 고종 때 인물로 추정되므로, 정대식의 시가 원작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