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인 조수삼(趙秀三)[1762∼1849] 손가정을 소재로 쓴 한시이다. 손가정은 조선시대 밀양 손씨 의창군파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동성촌으로 정릉 일대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다. 마을 옆을 흐르는 정릉천은 북한산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 개천으로 그 풍광이 운치 있어 정릉천 옆의 정자에는 도성 안 사대부들이 자주 찾아와 풍류를 즐겼다. 조수삼은 또한 경국사나 봉국사에서 묵으며 이 시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저녁 나절 손가정의 농부, 나무꾼, 아낙들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 가을 밤 적막한 산사의 정취, 이튿날 새벽 동트는 장관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1762∼1849)만큼 손가정에서 많은 시를 지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추재집』에는 ‘손가장’이라는 제목을 단 시가 총 세 편이 있는데 그 중 한 편은 어느 가을날 손가정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저녁부터 밤 그리고 다음날 새벽의 전원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시골집 가을 해는 저무는데 田家秋日下
기와집의 창은 산으로 열려 있네. 甕牖向山開
벌레 소리 성근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고 虫語踈籬蔓
소는 길섶의 이끼를 밟고 오네. 牛蹄小逕苔
책을 끼고 멀리 나간 나무꾼은 帶書樵去遠
대추 따서 아내와 함께 돌아오네. 與棗婦還來
본래 성정이 고운 것을 바라지 않으니 適性無相艶
질그릇 술단지가 옥잔보다 낫구나. 瓦樽勝玉杯
밭두둑 길은 모두 산 위로 통하고 畦畛通山上
마을 언덕 밑 개울물은 조용히 남쪽으로 흘러가네. 村墟隱水南
어떤 사람이 가을 나무 씨를 뿌리고 何人種秋樹
그윽한 곳에서는 오두막 지붕의 띠를 얽고 있네. 幽處縛茅庵
거둔 밤을 두 섬 가마니에 채우는 사람 收栗充儋石
따뜻한 샘물(온천)이 두 세 군데 솟는다 하므로 烹泉品二三
동쪽 골짜기 새로이 기록해둘 만한 것이라 東柯有新記
나중에 다시 올 때 농부들에게 물어보려네. 歸日次農談
돌 사이로 흐르는 물은 가을밤을 울리고 石瀨通秋夜
선방의 창은 단정히 뒤로 열려 있네. 禪窓定後開
시원한 구름은 강당 밖 나무에 걸쳐 있고, 凉雲依講樹
새벽 달빛 뜰 안 이끼에 내려앉네. 曉月下庭苔
꿈이 끊어지는 듯싶더니 종어소리 울려와 夢斷鍾魚動
시(詩)가 탑을 이룬 곳에 기러기 내려와 앉네. 詩成塔雁來
좌정하여 빛이 생겨나는 곳을 보노라니 坐看生光處
단풍나무 향기는 부처님께 올리는 찻잔을 가르네. 楓香剖佛杯
이날 조수삼은 김려가 그랬듯이 손가정 부근의 절, 아마 경국사나 봉국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이 시를 지은 것 같다. 저녁 나절 손가정의 농부, 나무꾼, 아낙들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 가을 밤 적막한 산사의 정취, 이튿날 새벽 동트는 장관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