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고개는 일제강점기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에서 상영된 흑백 무성영화 <아리랑>의 촬영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 감독이 만든 첫 영화이다. 일제의 무력침탈로 식민지가 된 당시 상황과 식민지 현실과 우리 민족의 울분을 영화에 옮겨 민족의식과 항일의식을 고취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막바지에 아리랑의 영진은 일본 순사의 앞잡이를 낫으로 찔러 죽이고 밧줄에 묶여 아리랑고개 너머로 잡혀가는 장면이 나온다. 객석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고 관객 모두가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고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세상을 떠났고, 단성사에서 상영된 이후 영화필름도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여주인공 신일선 씨의 기억으로는“신설동에서 전차를 내려 호떡을 사먹으며 걸어 지금의 고려대 후문쯤의 고개에서 촬영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촬영 위치는 알 수 없다. 한편, 홍봉진(1903~1979)이라는 사람이 쓴 『양촌일지陽村日誌』에 아리랑고개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동대문 밖 삼선평三仙坪을 지나 신흥사 옆으로‘아리랑고개’를 넘으면 옥수청류玉水淸流가 흐르는 시냇가에 기암奇岩과 청송靑松으로 울鬱을 삼아 깨끗이 지어 놓은 상춘원賞春園을 찾아오시면 미식주효美食酒肴로 값싸게 대접하여 드리겠다.
이는 1929년 홍봉진이 숭인면장을 지내고 요릿집‘상춘원’을 연 부호 김씨의 부탁을 받아 광고를 만들면서 고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 상춘원이 신흥사의 고갯길로 올라가 후미진 곳에 있어 찾기가 어렵자, 홍봉진은 고갯길 당집 앞 노송의 가지에‘아리랑고개’라고 쓴 간판을 매달고 광고문에 상춘원을‘신흥사 옆 아리랑고개’에 있다고 알렸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영화 <아리랑>에 나오는 아리랑고개가 이곳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홍봉진은 영화와 관계없이 붙인 이름이라는 기록을 남겼으나, 상춘원의 선전 광고문을 걸었던 고개를 지금까지 아리랑고개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화 <아리랑>을 기념하기 위해 돈암동과 정릉 사이에 있는 아리랑고개에는 영화의 거리와 아리랑시네센터가 조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