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집을 장만해온 이 골목 식구들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내 또래의 착실한 월급쟁이로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들어오고, 여자들은 또 하나같이 내 아내처럼 아이를 둘만 낳고, 기다란 홈웨어를 입고, 전자밥통 계니, 밍크담요 계니로 살림 장만하기를 좋아하는 모범 주부들이었다.
협동심이 강해서 똥차가 오면 일제히 똥을 치고, 똥 푸는 사람들에게 통 수표를 사기 당할까봐 집집마다 나와서 지키고 똥 푸는 사람들과 싸움도 했다. 똥냄새로 얼굴을 찡그리고 비위를 상해하는 같잖은 여편네는 한 사람도 없었다.
화자가 사는 동네는 똥차가 똥을 푸러 오는 곳으로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모범적이고 착실한 동네다. 화자는 우연히 어느 시인이 자기 동네를 똥차가 똥 푸러 오는 동네라고 밝힌 잡지 글을 본 뒤로 착실한 사람들이 사는 사진의 동네를 사랑하지만, 우리 골목에도 쓸데 없는 짓을 업으로 삼는 시인 한 명쯤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