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금년 여름은 혹서에 시달렸다. 2층 화실 지붕이 함석이고 보니 타오르는 열기에 제작하는 데 있어 느리게 마련이다. 고지대에 살고있는 덕분에 멀리 바라보이는 앞산과 그리고 성북동 골짜기에서 빙빙 맴돌며 날아오는 하이얀 비둘기 떼를 볼 수 있다. 높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난무한다. 선두에 선 놈이 아슬아슬하게 급강하 하면 뒤따르던 놈들도 같은 방향으로 따른다. 건물과 건물사이를 유성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느라면 한결 황홀해지고 유혹적인 묵험과 쾌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