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의 모임 천년 뒤 / 蘭亭千載後
계축년 늦은 봄 / 暮春歲癸丑
좋은 날 상사일에 / 麗日屬上巳
벗들과 어울렸네 / 芳辰携好友
성곽 북쪽 동으로 흐르는 물 / 城北東流水
돌 위로 맑게 졸졸 흐르네 / 石上淸瀏瀏
술잔에는 좋은 술 찰랑이고 / 羽觴波綠蟻
물굽이는 여울 따라 달리네 / 屈曲隨湍走
시문은 고금을 넘나들고 / 詩文傲今古
담소는 좌우에 넘치누나 / 談笑溢左右
기슭 너머 피리 소리 들려오고 / 隔岸笙歌起
투호를 하며 승부를 겨루네 / 投壺迭勝負
눈앞에 가득 펼쳐진 복사꽃에 / 桃花滿眼舒
푸른 버들이 색을 입히네 / 色之以綠柳
진홍색 연분홍색 어울려 / 深紅映淺紅
꽃안개가 들판에 자욱하네 / 霞蒸亘原畝
인가는 더없이 산뜻한데 / 人家極瀟灑
개울 끼고 들창문 열었네 / 夾溪開竹牖
무릉도원에 들어선 듯 황홀해 / 怳入武陵源
내가 어부인가 의심하였네 / 自疑是漁叟
사방 둘러보며 그윽한 정 펼치면서 / 騁望暢幽情
아련히 영화 구년 상상해보네 / 緬想永和九
모를레라 왕희지의 모임에도 / 未知逸少會
이런 즐거움 있었던가 / 亦有此樂否
우듬지에 석양 반짝여 / 斜日蕩林梢
천만 광경 연출하네 / 光景萬千糺
자리 오래되면 다시 옮기고 / 坐久還移席
술병 비면 다시 술 부르네 / 壺乾更呼酒
모두들 아직 흥이 한창이라 / 齊言興未已
일어나려다 번번이 팔 붙잡히네 / 欲起時被肘
아이는 분주히 심부름 오가고 / 兒童走復來
이야기는 입에서 끊이질 않네 / 喧說終在口
한적하면서도 부귀하니 / 閑僻兼富貴
이 놀이 실로 불후하리라 / 玆遊誠難朽
승경은 본래 주인 없는 법 / 名區本無主
세상사 어찌 정해진 것 있으랴 / 世事復何有
기수와 무우에서 읊조리겠단 뜻을 / 甞聞沂雩詠
성사께서 위연히 취하셨다지 / 聖師喟然取
호연히 그 뜻 배우고 싶나니 / 嘐嘐願學志
초야에 묻히는 것도 한스럽지 않네 / 不恨沒藜莠
- 윤기(1741~1826), 『무명자집』 시고3,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