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水盤은 지금 성북동城北洞집 안방에 놓여 있다.
입춘立春이 지나 새봄 가차운 하늘이 비치고
지나는 바람에 가느른 물살을 지우고 있다
어머님이 가신 지 스물 네 해
어찌 수반水盤은 남아
서러운 생각을 자아내는지
주전자酒煎子를 들어 괴석怪石 위에 물을 부으며
이번 한식寒食엔 찾아뵈야겠다고
속으로 혼자 중얼거린다.
낡은 이조수반李朝水盤은 오랜 세월 병석에 계시던 어머님의 머리맡을 지키던 물건이다. 화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수반을 만지며 한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으나 수반은 화자의 성북동 집에 남아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