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十二月 삼일三日, 반년간半年間이나 나의 지체肢體 연連하였던 자전거自轉車를 잃고, 수업授業을 필畢하고, 교정校正을 마치고, 자못 피곤疲困한 몸과 침울沈鬱한 생각으로 시외市外뻐스를 대待하면서 동소문東小門 안에 정립停立하고 있을 때에 황혼黃昏에 먼 사람은 히미하게 보이는 중中에서 돌연突然이 가까이 나서면서 소록도小鹿島 친구들의 안부安否를 무르면서 크리스마쓰 선물에 보태어 보내 달라고 지폐紙幣 한 장을 던지는 이가 있었다.
1938년 12월 3일 김교신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동소문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가 타고다녔던 자전거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자신이 적대시하던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 다가와 소록도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데 보태라며 큰 액수의 지폐 한 장을 건내준다. 이 사건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김교신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는 지난날의 자신의 선입견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