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해 나는 평양서 사월에 올라와서 잠시 시내에서 유하다가 그달 중순께 자동차에 몸을 실어 동대문 밖 탑골승방에 갔다.
갈 적은 그 옆에 과목밭에 살구꽃도 아직 남았고 복숭아꽃이 한창이었는데 얼마 있다 동무에게 의지하여 뜰 앞 장다리 밭머리에 나왔을 때는 벌써 그 너머 밭에 보리가 한 자나 자랐고 노란 배추꽃이 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임화는 1934년 여름부터 1935년 봄까지 평양에서 신변을 치료하고, 1935년 4월 탑골승방(미타사)로 거처를 옮겨 7월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초여름 미타사 주변의 신록을 생명력 넘치는 식물들을 통해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