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날 앞세우고 올 때와는 달리 아리랑고개 쪽이 아니라 미아리고개로 넘어갔다. 입술이 달라 붙을 정도로 매운 날씨였다. 아버지는 고개 굴다리 아래로 들어갔다. 그쪽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를 부르려 했다. 아버지는 웃으며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모자가 없는 아버지의 머리에 몇 올 안 남은 머리카락이 갈대처럼 부스스 일어났다. 아버지는 불그죽죽한 조등(弔燈)이 걸린 집으로 날 데리고 들어갔다.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내게 아버지는 언 입으로 간신히 말했다.
소, 속 좀…… 푸고 가야……
미아리고개 너머에 있는 이층집에서 보름 정도 지낸 화자를 데리러 온 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이다. 화자와 아버지는 집에 가던 중 쓰레기 손수레 보관소 소장 아내의 장례식장에 들렀다. 소설에서 나오는 미아리고개 굴다리는 현재 ‘미인도(미아리, 사람, 도시)’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아 고가도로 주변을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밝고 재미있는 곳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