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애기는 다 사실인가요?"
"암요……대부분이 그렇고……아닌 것도 좀 섞이고 그렇죠 뭐."
자신도 미아리 산동네에서 자랐노라며, 가성을 쓰는지 아니면 손수건 따위로 수화기를 둘러쌌는지 쉰 듯한 목소리로 임갑석이라는 이름을 대주었다. 왠지 가명 같은 느낌이 들어 약간 꺼림칙했지만 그 뒤로도 전화를 몇 번 더 걸면서 만나고 싶다고 해 그에 승낙을 하고 말았다.
약속장소로 정한 '길다방'이 우연찮게 내 소설의 배경인 바로 그 산동네 시장의 뒷골목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장통의 복덕방 아저씨들이나 들락거리는 '노땅'들 다방답게 흑설탕하고 프림을 어찌나 듬뿍 쏟아부었는지 커피가 암죽처럼 걸쭉했다.
이 소설 속에서 화자의 직업은 소설가이다. 화자가 쓴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은 한 남자가 화자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이 통화하는 장면이다. 소설 속에 두 사람의 약속 장소로 등장한 ‘길다방‘은 길음동 근방에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설에서 언급된 미아리는 지금의 성북구 길음동과 하월곡동 그리고 강북구 미아동 일대 포함하는 곳으로, 한국전쟁 이후 많은 피난민들이 유입되어 대표적인 피난민 정착촌이 되었다. 또한 1960년대 이후, 서울시 당국에서 시내의 판자촌을 없애자 시내에서 가까운 곳이었던 미아리 일대로 사람들이 몰려 인구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인구유입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1960~70년대부터 미아리 일대에 개발이 조금씩 진행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