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한강맨션의 열아홉 살짜리 처녀 점쟁이가 학교 점엔 귀신이래요. 이러면서 어머니를 부추긴다. 오늘은 한강맨션, 내일은 불광동, 모레는 아리랑고개…… 서울엔 학교 점엔 귀신이라는 점쟁이가 많기도 많다. 통금이 해제되자마자 번호표를 맡아놓아야만 해 안에 점을 칠 수 있는 고명한 점쟁이네 가서 미리 번호표를 맡아놓고 어머니를 느지막이 나오게 하는 수고까지도 큰 누나는 해준다.
대학 입학시험을 마치고 성길이와 함께 성길의 집으로 향하던 ‘나‘는 누님의 묵묵한 헌신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성길을 보며 자신의 세 누나를 떠올린다. ‘나‘의 시집간 세 누나들은 ‘나‘의 입시철만 되면 단단히 한 몫 거들려 한다. 큰누나는 주로 서울의 고명한 점쟁이에 관한 정보를 모아 오곤 했다. 누나와 어머니는 세일대학 입학 운이 틔였다는 점쟁이 말은 믿고 운이 막혔다는 점쟁이 말은 믿지 않으며 점을 치고 또 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