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결혼 이후 영권씨와 첫 외식을 하고 들어오던 날 저녁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송사의 하청업체인 독립 프로덕션의 피디가 피곤한 자리인 줄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어쩔 땐 기다림에 지쳐 깜빡 노루잠이 들었다 깨어나 팬티 바람으로 곁에 곯아떨어진 낯선 얼굴의 사내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 침대 위에서 굴러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서 정말 갖은 투정을 다 부린 끝에 하루를 잡아 돈암동에 있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서 오붓이 만나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들어오던 길이었다.
직장 동료인 열매에게 집들이는 언제하냐는 질문을 받은 ‘나‘는 시댁 쪽만 집에 초대했다는 말로 상황을 피한다. 하지만 사실 신혼 초 절도범에 의해 세간살이가 모두 도난당한 사건 때문에 사람들을 모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 부분은 집이 도둑맞은 날에 대한 회상으로 독립 프로덕션의 피디로 바쁠게 일하는 남편과 외식 후에 도둑맞은 줄 모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신혼집은 영원빌라 201호에 있었는데 '영원빌라'라는 다세대 주택이 돈암동에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직장을 가진 커플이 외식을 할 만한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 있는 번화한 동네로 돈암동이 묘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