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작고(作故)하기 전에 우리 세 사람이 자리를 같이한 것은 5월 11일-토요일 오후였다. 평소에 좀처럼 자기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없는 두진의 연락으로 지훈택(宅)에 모이게 된 것이다. 용건은 청록문학선집(靑鹿文學選集)을 내자는 것이었다. 두 시간쯤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성북동 조지훈의 집을 찾아간 박두진, 박목월은 이야기를 마친 후 식사를 같이 하자는 조지훈의 청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것은 조지훈과의 마지막이었다. 이 장면은 저자인 박목월이 박두진, 조지훈과의 일화를 소개한 것으로, 조지훈 생전 마지막 모습을 회상한 것이다. 당시 성북동에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여러 문인들이 살고 있었으며, 문학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성북동 방우산장에서의 문인들 간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