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정릉까지는 걸어서 거의 한 시간 반 이상 걸리는 먼 거리였다. 그 거리를 아버지는 한번도 쉬지 않고 힘들게 걸어서 갔다. 나는 가는 길 내내 등 위에서 잠을 잤다. 침을 맞고 약을 지어오는 길에도 나는 아버지의 등 위에 업혀 있었다.
김소진이 ‘아버지의 미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추억하는 첫 번째 기억으로, 초등학교 3학년 체증과 열병에 걸린 자신을 업고 정릉의 한의사를 찾아갔던 경험이다. 여기서 "일 년 가도 뭐 하나 사주는 적이 없는" 김소진의 아버지는 당시 아픈 아들을 위해 선뜻 ‘쭈쭈바‘를 사주었고 이 기억은 김소진이 앓을 때면 떠오르는 따뜻하고 다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