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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정비계로 배치 받은 석주는 구청 가로계의 요청으로 정비가 한창이던 길음시장 인수로의 현지답사를 나가게 됐다. 인수로는 인수천을 덮어씌워 만든 오백 미터 가량의 도로인데 길을 닦자마자 몰려든 노점상인들이 인도고 차도고 할 것 없이 와글와글 점령을 해버린 터라 도로를 닦은지 십 년이 다되도록 제 구실을 못해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총알택시에서 내린 홍석주는 영등포 역사 반대편쪽으로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기울인다. 그는 안주를 시키고 재료를 손질하는 걸 보다가 휴가를 받게 된 계기였던 길음시장 노점상 현지 답사 사건을 회상하게 된다. 이 장면은 석주가 길음시장 인수로의 노점상 철거현장을 지휘하게 된 경위와 철거현장의 상황을 설명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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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백 세대짜리 세안아파트가 길음시장 위쪽 옛 돌산 채석장터에 들어서면서 아파트의 주민들이 앞장서서 인수로 정비 압력을 구청에 넣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인수로를 이용해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자연 노점상들과 자가용 운전자 사이의 마찰도 늘어갔기 때문이다. 인수로 가의 허름한 집채를 서넛씩 묶어 헌 뒤 번듯한 복합상가 건물을 올린 집주인들이 거기에 가세해 목청을 돋웠다. 그러나 좌판이나 손수레에 밥줄을 걸고 하루벌이로 살고 있는 오백여 명이나 헤아리는 사람들을 밥터에서 쫓아내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본청 시설계획과 가로정비계로 발령받은 홍석주가 지휘 감독을 맡게된 길음시장 인수로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장면이다. 길음시장 인수로는 노점상들이 점령하고 있는 터라 도로를 닦은지 십 년이 넘었는데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소설 속에서 길음시장 윗쪽의 세안아파트 주민들이 자가용 출퇴근이 늘면서 노점상과 갈등이 심화되자 구청에 인수로 정비 압력이 들어오게 되고, 주인공 석주가 이 곳의 현장 답사를 나가 노점상 철거를 지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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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인가 저녁때 기습단속을 벌이자 기가 한풀 꺾여 그전처럼 북적대지 않았지만 골목에서 골목으로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그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근처 ㄱ대 학생들이 민중생존권투쟁지원 어쩌구 해가며 합세해서 인수로를 오가며 대대적 시위를 벌인 다음날이어서 상인들의 분위기가 한소끔 달아오른 때였으므로 구청 가로계에서도 한 번쯤 좀 거칠게 단속을 펼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홍석주가 단속현장에 나가기 전 이미 몇 차례의 단속으로 인수로는 소동을 겪었다. 노점상은 단속반과 물리적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지만 골목에 숨어있다가 단속반원들이 철수하면 다시 제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노점상과 단속반 간의 숨박꼭질이 이어지고, 대학생들의 시위로 상인들의 분위기는 달아 오르자 구청은 거칠게 단속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석주가 단속 현장을 지휘하던 날 무자비한 철거로 악명이 높은 용역 업체가 같이 투입되는 계기가 되었고, 단속과정에서 한 노점상 노파의 허리를 짓밟는 사건이 발생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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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태는 그가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복도 구석배기로 손목을 잡아 이끌던 어머니 최씨가 떠올랐다. 미아리고개 밑에 있는 성북성심병원 4층 406호를 찾아가니 병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하고 있는 노순태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식수난이 발생하자 대책위원으로 선출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순태가 기자로서 사태를 외부에 호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취재기사가 아닌 순태는 기사 한 줄 신문에 싣는 것도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동생 순심에게서 어머니 최씨가 단속반원들에게 잔허리를 밟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장면은 순태가 미아리고개 밑 성북성심병원으로 어머니의 병문안을 갔을 때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후순태는 기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병실의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다치게 된 사건을 신문에 고발하라는 부추김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