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 집 산방에 돌아와서 한 달 가깝도록 그저 좋기만 하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나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 않다. 아직도 졸리기만 하는 이 졸음의 뿌리를 빼버리고, 그리고 드높은 하늘과 가을산을 한참 보노라면 추석도 올 것이니 이 명절을 기해서 친구들을 산방에 모아 한바탕 투음(鬪飮)하고 나면 그댄 생기도 돌고 정신도 나고 그럴 것이니 당분간 마음대로 멍하고 살자.
김환기는 실속 없이 바쁘게 생활했던 부산에서의 생활과 성북동 집에 돌아온 후 생활을 비교하며, 멍하니 주변공간을 바라보며 무위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행복을 서술하고 있다. 김환기는 이 글에서 멍하니 보내는 이 시간이 아직 좋기만 하니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하려는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성북동에 대한 김환기의 애정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