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에 들어서자 꾀꼬리가 운다. 8월인데도 산협에 꾀꼬리가 운다.
집구석이 온통 잡초에 파묻혀서 그대로 도깨비 집이다. 우물에는 개구리가 살고 하늘에는 왕거미 줄이 번쩍인다. 함부로 발을 잘못 디뎌 놨다가는 구렁이 대가리를 밟을 것만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우고 살아야 할지 정신이 없다. 되돌아 문간에 나서 돌층계에 앉아본다. 산협에 맑은 바람이 일고 꾀꼬리는 울어 사면은 푸른 풍경이다.
김환기가 부산생활을 마치고 성북동 집으로 돌아와 집을 정돈하며 쓴 글이다. 먼지와 잡초로 뒤덮인 집이 마치 도깨비집 같아서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음을 서술하고 있다. 이후 돌계단에 앉아 부산살이를 회상하며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