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판 위의 생태가
무거운 눈알을 힘없이 내리깔고 돌아눕자
생선 날비린내가
훅 끼쳐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돌부리에 채인 것처럼 발걸음 빨리 놓는
돈암동 시장 골목길
상한 생선 내장처럼 구불통한
길바닥을
빗방울처럼 생선비늘이 뒤쫓아 온다
폭설 뒤 긴 가뭄 끝에 겨울비가 내린 어느날 시인은 돈암동 시장 골목을 걷는다. 시인은 오랜간만의 비로 시장의 물건과 사람들이 긴 겨울의 부동 상태에서 풀려남을 본다. 그것은 생기보다도 긴 피로 뒤에 오는 노곤함 같은 것인데 문득 끼쳐오는 날비린내와 생선비늘 같은 빗줄기가 시인의 고단하고 지친 걸음과 시선에 뜻 모를 긴장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