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정릉천을 아시나요? 조선 태조의 계비였던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의 이름을 받은 정릉천은 삼각산 자락에서 흘러내려 월곡동을 지나 청계천과 만나서 너울너울 한강까지 흘러가는 서울의 작은 개울 중의 하나랍니다. 지금은 삭막한 콘크리트와 내부순환로의 두꺼운 교각으로 덮여 한 줌의 햇볕조차 들지 않는 죽어버린 정릉천이지만, 고운 물빛과 개구쟁이의 웃음소리로 환히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저는 기억합니다. 유난히 바위와 자갈이 많아 여름이면 어머님은 동네 아주머니들과 더불어 겨우내 모아 놓은 퀴퀴한 겨울 빨래를 하여 너럭바위에 척척 빨래를 걸쳐놓고, 마침한 돌 사이에 냄비를 걸고 국수를 삶아 깨복숭이로 첨벙첨벙 아이들과 놀고 있는 저를 부르셨지요.
정릉동 북한산에서부터 월곡동까지 흘렀던 옛 정릉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월곡동 쪽 정릉천 물길은 지금은 복개되어 정릉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