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프로젝트
2013 - 2013
사건 도시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이 진행한 석관동 활성화를 위한 예술마을 기획 프로젝트이다. 돌곶이는 석관(石串)의 순우리말이다. 성북구 석관동 내에서도 조선시대 왕릉인 의릉이 있어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한예종 주변 지역은 어찌보면 서울에서 가장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는 곳일 지도 모른다. 이 지역이 좀더 활기찬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예종의 이동원 교수를 필두로 여러 교수와 학생들이 발벗고 나섰다. 그 첫 단추가 이 지역을 예술마을로 재탄생시키는 구상을 하고, 현황파악과 밑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그것이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였다. 이 작업을 통해서 돌곶이마을과 문화적 맥락이 결합된 내용들을 쉽게 정리한 자료집이 만들어졌다.
석관동
  •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표지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 비고:
  • 유형: 사건 도시

시기

  • 시대: 현대
  • 시기: 2013 - 2013

주소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근거자료 원문

  • 돌곶이 문화지도를 그리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 아침에 차를 타고 돌곶이역에서 학교로 오는 화랑로 이면 도로로 출근할 때, 이따금 이 길이 예술, 혹은 예술가의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1.2km 남짓 되는 이 자연형 기다란 길에는 뉴타운 개발로 서울에서 사라져버린 다세대 주택 단지, 낡고 허름한 동네 가게들, 그리고 생계형 가내수공업과 빛바랜 유흥주점들이 빼곡하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위 “예술의 길”이라고 상상하기에는 거리가 한참 먼 이 길의 ‘꼬라지’는 역설적으로 바로 그 ‘꼬라지’의 특이성 때문에 예술 길로서의 생태적 잠재성을 내장하고 있다. 1970,80년대의 시각적 꼬라지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화랑로 길은 어쩌면 홍대 앞 인디 문화공간에서도 느낄 수 없고, 잘 세공된 북촌과 삼청동 길에서도 체현될 수 없는 공간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이 길이 오래된 동네의 흔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골목, 낡은 시각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길에 배치된 상점들의 이름 때문이다. 동화미싱상사, 제이미용실, 은하장여관, 만물슈퍼마켓, 울랄라빈대떡, 월추암, 그리고 주얼리, 다모아, 둥지 등 청초한 이름의 방석집들의 이름들은 마치 이곳만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근대의 언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낡은 유곽의 주름 같은 화랑로 둘레에 천장산과 의릉, 그리고 한예종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생태, 역사, 그리고 예술의 큰 별자리가 앞서 언급한 그런 낡고 오래된 언어를 보유한 가게들의 작은 별자리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의 돌곶이 예술길을 상상하는 데에 가장 그럴 듯한 밑거름이 된다.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과거 의릉 주변에 불법적으로 건립된 이른바 유신권력의 건물들은 언젠가는 철거되어야 한다. 그 건물에 방 한 칸 빌어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전통예술원과 미술원 건물이 언젠가 이전할 날이 온다면 폐쇄형으로 크게 짓는 것보다는 화랑로 길 어느 곳에 작은 상점들의 별자리와 함께 작은 교육공간으로 분산 배치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곳에 소극장, 스튜디오, 문화예술 기획집단, 예술공방, 미디어아트창작소, 공연예술센터, 예술가 레지던시 공간들이 지금 있는 공간들과 부분 공존하면서 예술마을 진원지로 진화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는 그러한 미래를 상상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돌곶이 예술마을은 현재 존재하는 낡은 것들을 없애버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덧칠하고, 포스트모던한 예술공간을 인위적으로 갖다 앉히는 것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 문화지구가 지역개발 자본의 수단이 폐해를 교훈삼아, 예술이 자본의 자치증식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오랜 시간을 두고 생태적으로 자생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석관동에 위치한 4개원의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세미나를 갖고 각자 자신들의 관점에서 돌곶이 지역의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의미 있는 글을 썼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자 역할 분담을 해서 돌곶이 문화지도를 그리는 실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는 통상적인 문화지도 그리기 작업과 다르게 역사적 배경과 이론적 근거들을 충분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그리며 미래를 상상하는 돌곶이 공간에 대한 통시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돌곶이 문화지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과 좌담회도 열었다. 이 보고서가 미래의 돌곶이 예술마을 형성에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8-9쪽
  • 석관동엔 어떤 상상이 가능한가?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행해졌던 대대적인 감사 사태 한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기기묘묘한 주장을 했다. 학교를 없애고 그 자리에 미용기술학원을 세우자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날을 세워 정부의 압박에 반발하고 있던 와중에 등장한 그야말로 몰매 맞을 이 도발적인 제안은 조롱과 적대 속에 기각되었다. 그렇다면 이른바 감사 사태 이후의 지금은 어떠한가. 당시의 노골적인 외압은 사라졌지만 상흔은 여전히 구성원들 내부에 존재한다. (제도권으로부터의 탈주에 염원을 갖고 있던) 예술은 제도권 그 자체에 너무도 무력하다. 제도권에 반할 수 없는 예술은 전시효과만 창출하는 방법론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자의적이거나 관습에 의거한 예술관들의 불일치. 통합 가능성의 박탈. 초원의 늑대가 우리 안에 갇혀 홍대 앞 카페에 묶어놓은 개의 꼴이 되었을 때 섬뜩한 매력이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제도에 길들여진 예술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 석관동과 한예종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과한 비약일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안기부의 망령과 왕릉의 존재로 발전이 가로막힌 동네에 예술학교가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점일 게다. 내키지 않은 중매결혼 속에서 미우나 고우나 시간이 보태지며 역사와 맥락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학교의 이전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지금, 가장 중히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석관동에 예술학교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 국내에서 산학 협력이나 일회적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대학과 지역이 밀접한 교류를 유지하며 생태를 구성한 사례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석관동이 예술 문화 생태마을이 되기를 주장한다면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캐나다 퀘백 주에 대학과 지역이 함께 협력하여 「태양의 서커스」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만든 경우를 생각해 보자. 화력발전소를 배경으로 기획한 공연이 성황을 이루자 지역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개설하여 지역 커뮤니티와 경제, 창작 작업의 순환을 도모했다. 대학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진 않았지만 인천 남구의 우각로 문화마을도 눈여겨봄직 하다. 재개발이 취소되어 허름하고 황량한 마을을 주민과 공무원, 활동가와 예술가가 합심하여 공동체를 재건한 우각로에선 버려진 신앙촌 전도관을 연극 무대와 건축 공방으로, 주민이 살지 않는 집터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작업실과 전시관으로 개조하여 활용하는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한예종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에 관한 논의가 심화되면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는 줄로 안다. 그 중에는 구청과 연계한 석관동의 정체성 재규정 작업도 있고, 석관동의 공동(空洞)에서 한예종의 수업을 진행하자는 것도, 돌곶이 거리 문화제를 조성하자는 것도, 임대가 나온 방석집을 구청이 사들여 예술가의 작업실로 활용하자는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자체와 예술가 집단 주도의 도시 재활성화 작업과 공공예술기획처럼 단발성으로 그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례들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기획의 매끈함보다 주체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이란 장을 토대로 진행하는 일련의 기획 속에 지역주민이 배제되거나 일방적인 수용자, 참여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활발하고 장기적인 지역문화를 재건하기 어렵다. 놀라운 지방자치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 남구 같은 경우, 많은 기획의 핵심에는 주민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은 오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된 인재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평생교육센터나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에서 만나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리고 지자체에게 필요사항을 요구하며 기획을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간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설립과 10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운영, 앞서 말한 우각로 문화마을, 쓰레기가 산을 이루던 마을의 노인들이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거리를 청소하고, 허물어가는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등의 기획들 가운데에는 지역문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있다. 석관동에 왕릉이 있었고, 정부의 왜곡된 권력기관과 국내 최고의 예술인재를 양성하는 국립학교가 있었다. 문화를 삶의 대기적 환경이라 정의했을 때, 또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을 때 지역문화는 조악하든 소비중심적이든 그곳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석관동에는 어떤 형태의 문화가 존재할까. 그리고 어떤 문화적 상상이 가능할까. 많은 기획들이 있었고,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이 지진 관측 그래프처럼 규칙적인 고저를 그렸다. 그러나 흥미로운 관심을 유발한 기획은 앞서 지적했듯이 앞서 지적했듯이 활동가, 예술가 중심의 단기적 프로젝트라는 한계가 있고, 그렇지 못한 기획은 잠재적 주체인 주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점에는 그 둘은 공모관계에 있다. 새로운 판짜기와 방법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31-133쪽
  • 돌곶이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를 위한 사고 실험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 1. 들어가며 주지하듯이 돌곶이 지역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장소의 하나로 남아 있다. 돌곶이 지역의 가장 큰 경계면을 이루고 있는 대로변인 화랑로가 내부순환 고가도로이기에 보행도로로서의 기능이 죽어버렸다는 점, 돌곶이 지역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의릉 구역이 과거에는 중앙정보부 본관 소재지여서, 이후에는 문화재 보호구역이어서, 최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주변지역의 개발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지역의 재개발사업조차 중단되었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 개발 전망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제약 조건 하에서 이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가 어떻게 가능할까? 자본투자의 전망이 부재한 여건 하에서 이 질문의 주체는 한예종 구성원들과 지역주민들일 수밖에 없고, 그 답은 두 주체들 간의 협력에서 찾을 수밖에 달리 뾰족한 도리가 없다. 물론 이 두 주체에는 한예종 학교본부/문화체육관광부와 성북구청/서울시청이라는 두 기관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거대기관들이 위의 질문에 적극적인 답을 찾으려 노력할 가능성은 오직 전자가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전망을 구성하기 시작할 때라야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예종 구성원과 지역주민들 중에서 이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를 위해 실효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주체는 단연코 한예종 구성원들이다. 물론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런 진단은 모순적이지만, 지역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한예종 구성원들이 지역의 활성화에 무관심할 경우 지역주민들만의 노력으로 이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더라도 한예종 구성원들의 공동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지역 활성화에 대한 한예종 구성원들의 깊은 관심과 실험적 탐구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예종 구성원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 지역의 장소적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까? 학생들은 재학 시에는 학업에 전념해야 하며, 졸업 시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기 바쁘기에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적극적 주체가 되기 어렵다. 직원이나 교수들 중에서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역시 유사한 이유로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 동안 한예종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예종 구성원들이 어떤 맥락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지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현재 한예종은 미술원-전통원 교사를 반환하라는 문화재청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그 동안 학교 부지 이전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부지 이전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 문화부나 지자체 어느 한 단위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기 어려워 부지 이전 문제는 ‘공전’ 상태에 처해 왔다. 게다가 최근 세계경제가 더욱 침체하고, 대공황의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어 앞으로도 다른 지역으로의 부지 이전은 사실상 쉽지 않은 전망이다. 이렇게 부지 문제가 당분간 해결될 전망이 없다면, 현재의 신관을 중심축으로 공간을 재구성하여 미술원-전통원을 이전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 물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신관 중심으로 한예종 공간을 재구성,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 신규 예산 확보를 위한 중장기 타당성 검증이 요구된다. 방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 신규 예산 확보를 위한 중장기 타당성 검증이 요구된다. 방대한 예산이 요구되는 이런 타당성 검증에는 학교 자체만이 아니라 학교 주변지역의 발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의 신관 건축예산이 수립될 당시 동북지역의 복합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이 강조된 바 있지만(타 대학들과 교육부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신규 예산 수립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욱 크고 실효가 있는 학교와 지역문화활성화 간의 선순환에 대한 구체적 전망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한예종과 지역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재 한예종은 평상시 학교공간을 개방하여 주민들이 산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중극장이나 갤러리의 경우에도 여러 행사들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인 상호작용이며, 학교와 지역주민들 사이의 적극적 상호작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자 간의 적극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려면, 학교가 지역의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중장기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들 역시 학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신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어떤 현실적인 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학교와 지역주민들의 삶 사이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현재 한예종 구성원들은 당장 1),2)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지역주민들은 최근 재개발사업이 중단되었고, 장기적인 경제불황/대공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예종 구성원들의 노력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활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한예종 구성원들과 지역주민들 간의 새로운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물론 이 역시 필자 나름의 한 가지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런 가정 없이는 한예종이든 지역주민들이든 현 상황을 발전적으로 타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5-17쪽
  • 2. <중간 허브> 구성을 위한 문화적 사고 실험 1)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현재 돌곶이 지역은 큰 별자리와 작은 별자리로 지도화해 볼 수 있다. 큰 별자리: 역 작은 별자리: 1. 점집(당집) 2. 복지시설 3.봉제철제가게 큰 별자리: 길(화랑로, 돌곶이로, 천장산로) 작은 별자리: 4. 작은가게들 5. 종교시설 6. 슈퍼-편의점 큰 별자리: 주택(다가구, 빌라, 쪽방) 작은 별자리: 7. 카페, 커피전문점 8. 스튜디오, 예술콘텐츠 큰 별자리: 면적(의릉, 한예종, 천장산) 작은 별자리: 9. 음식점 10. 유흥점 이 별자리 그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천장산-의릉-한예종>(a) 구역은 음식점-유흥주점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주분여의 <주택가>와 <대로변>과 <역>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슈퍼마켓-작은 가게들-종교시설이 포진해 있다. 이런 점에서(a) 구역과 나머지 구역(b)은 공간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문화적 사고실험에서 가장 일차적인 실험은 (a) 구역과 (b) 구역을 연결할 수 있는 <중간 허브>를 구성해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 예산과 공간 상의 제약을 고려할 때 <중간 허브>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1) 우선 이 허브는 한예종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일 필요가 있다. 가러나 이 만남은 현재 한예종 중극장이나 갤러리에서와 같이 일방적인 감상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공동작업이라는 방식의 상호적 만남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한예종 구성원과 주민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이 만남은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한예종 구성원과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만남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하게 되고,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그러나 한예종이 성북구청이나 석관동이라는 작은 지역 단위에 소속된 교육기관이 아니라 문화부 소속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예술대학이라는 점에서 이 만남의 차원에는 반드시 지역주민/성북구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이해를 증진하는 차원이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중간 허브>가 이 세 가지 차원을 포함하기 위해서는 이 허브는 마치 사거리와도 같이 사방에서 진입하고 통과해 갈 수 있는 열려 있는 <특이점>의 성격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이 특이점의 위상을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종호 심광현 외,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19쪽 그림 참조. 이 다이어그램에서 중간 허브는 5가지 기능이 교차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1) 한예종과 브릿지로 연결되는, 1~2층에 주변 상가/주택을 포함하면서 3~6층에는 교육공간을 배치, 포괄할 수 있는 <학교/주/상/복합건물>을 신설할 경우 한예종 입장에서는 부지 이전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 낙후된 상가/주택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게 될 것이다. 2) 새로운 중간 허브에서는 정규 교육프로그램 이외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을 상설적으로 운영하여, 주민들의 문화예술적 역량을 증진시켜,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티-아트 스튜디오와 아트샵>을 단계적으로 실현시켜 나간다. 이럴 경우 <연구-교육-비즈니스>가 선순환되는 문화경제적 회로가 만들어짐으로써 중간 허브는 한예종과 지역사회 발전의 선순환을 만드는 매개고리가 될 수 있다. 3)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간-허브>가 활성화되면서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예종의 4개원 간의 통섭이 활성화되어 21세기 <예술-사회의 선순환 모델>(21세기형 바우하우스와 같은 형태)을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경우 외국인 유학생과 다양한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어 이 지역이 국제적인 <아트빌리지>로 부상하게 될 경우 지역의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8-20쪽
  • 3. 문화경제적 관점에서 본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 중간-허브를 통해 활성화될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이 주민의 문화적 역량의 고양과 더불어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1) <아트 빌리지>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 없이는 허구적 상상에 그치게 될 뿐이다. 예술과 사회의 선순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의 차원과 특수한 방식으로 결합될 경우에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커뮤니티-아트>가 현재 통용되는 것과 같은 공공 공간의 미술장식이나 퍼포먼스의 차원을 넘어서서, 설치작품으로 이루어진 놀이터나 목공예와 같이 뚜렷한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는 일상의 사물이나 프로그램과 예술적 관점이 결합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예술도시 산타페나 가나자와의 경우처럼) 일상의 사물 중에서 예술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대상으로는 가로등, 가로나 공원의 벤치, 상점이나 공공기관의 간판, 진열장과 같은 아웃테리어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일상적인 서비스 공간 중에서 예술적인 퍼포먼스와 결합될 수 있는 것으로는 동사무소/우체국/복지센터/공원 등을 들 수 있고, 이 공간에서는 일정한 주기를 가진 커뮤니티 퍼포먼스/공연 프로그램들이 상연될 수 있다. 이렇게 일상적인 사용가치와 결합된 예술작품/퍼포먼스는 지역의 낙후된 경제를 신선한 문화경제로 전환하고, 지역의 장소성에 문화적 활력을 부여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지역의 문화발전과 동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돌곶이 지역의 여러 장소 중에서 몇몇 예술적 변형을 통해 당장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문화적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몇몇 장소를 당장 주먹구구식으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문화부-성북구청-서울시청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다) (1) 천장산 주변 산책로: 현재 이 산책로는 의릉 구역과 월곡동 구역이 철조망으로 나뉘어져 있고, 의릉 구역은 입장료를 받고 진입이 허가된다. 이 구역 중에서 일정한 지역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운동기구와 계단 등의 여러 장소를 예술적으로 변형하고, 전체 산책로를 이어주는 통로에 생태미학적 관점에서의 캐릭터나 설치물을 조성하여 <예술둘레길>의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여 성북구 내의 명소로 만들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한다. (2) <돌곶이역-학교 쪽문-후문>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와 <신이문-정문>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이 가로에 깃발 형식의 미술작품을 가로등과 결합하여 설치, 예술길의 산뜻한 이미지를 전경화한다. 돌곶이 역의 경우 지하철역과 네거리에 벽화 등을 설치하여 <아트-빌리지>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킬 수 있다. (3) 학교 정문 진입 공간에 놀이형 미술작품/정자형 설치작품 등을 설치하여 어린이/주부/노인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아트-공원으로 변형시킨다. 그리고 이 공원에서 주말에는 주민참여형 퍼포먼스를 상설 공연할 수 있다.(상상력을 더 발동시켜 보면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2) 그러나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이 지역 내부에서 문화경제적인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아트 교육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되며, 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과정 연구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돌곶이 지역에서는 가능한 것이 바로 이런 새로운 교육과정의 연구-개발-운영을 담당할 주체, 즉 한예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한예종이 아무런 준비 없이 이런 문화경제적 가치를 지닐 새로운 커뮤니티-아트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예종의 6개원의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험하여 시범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통섭형 연구실험의 과정이 먼저 설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예: U-AT 통섭교육프로그램) 물론 초기에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시범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학교본부가 성북구청의 지원을 받아 확보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들의 결합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이종호 심광현 외,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2쪽 그림 참조. 물론 이런 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와 순수예술이 격리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빌리지인 산타페나 가나자와와 같은 도시들은 디자인-건축과 같은 제도적으로 상품화된 디자인/예술과는 달리 순수예술과 실생활을 연결할 수 있는 중간 길을 개척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바 있고, 1920년대 공황기에 설립되었던 바우하우스 역시 예술과 사회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실험적으로 탐구하여 지역경제의 발전과 함께 20세기 현대미술과 디자인/건축의 혁신에 기여한 바 있었다. 따라서 문화-경제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커뮤니티-아트가 현재 불가능하다고 해서 미래에도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한예종이 부지 문제에 봉착하지 않았다면 한예종 구성원들이 굳이 힘들게 이런 실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또 이 지역에 재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지역주민들 역시 이런 실험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한예종이나 지역주민들 양자는 서로가 협력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문제를 타결할 뾰족한 방도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실험을 꺼려 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20-23쪽
  • 어메니티로서 한예종과 돌곶이 지역의 만남 이승엽(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전공 교수) 어메니티(Amenity)로서의 대학? 대학이 커뮤니티에서 어메니티(amenity)로 기능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서 어메니티는 도시 또는 해당 지역을 쾌적하고 더욱 살기 좋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자원이라는 의미다. 겉으로 보면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는 전형적인 어메니티 공간이다. 녹지공간이 부족한 지역 약점을 보완하기에 학교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면적 대비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다가 주민의 출입이 자유롭고 캠퍼스 내 또는 인접해서 주민용 야외 운동시설과 등산로가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예술학교인 한예종이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이 산책과 운동의 공간을 공유하는 데 그친다면 이를 진정한 어메니티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석관동 랜드마크의 변화 어메니티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랜드마크 공간들이다. 돌곶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명소는 왕릉인 의릉과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정보원)다. 터주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의릉과 도시화, 근대화 시기와 함게 지역이 형성되기 시작한 1960년대에 자리를 잡은 중앙정보부는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제도적 측면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고 그 동안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변해왔다. 의릉은 200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40개의 조선왕릉 중 하나다. 서울 변두리에 있는 왕릉의 하나인 의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문화 또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문화재는 문화정책의 기본이 되는 영역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문화정책의 초기 단계에 문화재 정책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72년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진흥계획이 수립된 것은 물론 이 이후에도 한 동안 우리 문예정책은 문화재 정책이었다. 정권이나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제도는 문화재의 편익을 보는 시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제도 지정에 따른 개인의 재산권 행사 제한 등과 같은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저항보다는 환영이 많은 것은 문화 또는 문화재의 편익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의 누적인 것이다. 부정적 이미지 못지 않게 지역 발전을 구체적이고 제도적으로 저해한 중앙정보부는 ‘어두운 랜드마크’다. 지역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제한, 재산권 행사 제약과 같은 구체적인 손해보다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메니티 공간의 반대인 것이다. 한예종은 의릉과 중앙정보부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의릉은 복원계호기으로 중앙정보부는 ‘옛 중정본부’라는 낡은 브랜드로 이 지역에 남아있다. 한예종은 중앙정보부 터에 캠퍼스를 짓거나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릉 복원 때문에 사용하던 건물을 허물었다. 그것이 지난 20년 동안에 석관동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다. 남은 것은 새로운 랜드마크인 한예종과 새로운 편익을 제공하는 의릉이다. 한예종을 활용하여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한예종을 어메니티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돌곶이 지역과 예술학교 유승호는 문화도시 유형을 ‘도시체험형’ ‘네트워크형’ ‘스토리지향형’ ‘창조도시형’ ‘도시재생형’ 등으로 구분했다.(2008, 문화도시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신사) ‘도시 체험형’은 압도적인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관광사업을 발전시켜 경제적 소득과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유력한 수단은 축제다. 이 축제는 주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을 고객으로 한다. ‘네트워크형’은 제3의 장소(도서관이나 문예회관 등 커뮤니티 베이스)를 중심으로 사람 사이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강화한다. ‘스토리지향형’은 도시나 커뮤니티의 차별적 이야기를 활용하여 성공적인 문화상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시민과 지역정부가 협력하여 스토리를 바탕으로 도시 이미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낸다. ‘창조형 문화도시형’은 요즘 유행하는 유형이다. 창조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유형에서는 쾌적환 환경과 좋은 교육시설이 필수적이다. ‘도시재생형’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쇠퇴한 도시의 부활을 위하여 문화를 활용하는 경우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 여러 사례들이 있고 당인리발전소를 비롯해서 우리의 관심도 끌고 있는 유형이다. 한예종을 중심으로 한 석관동 지역에 적합한 형태는 무엇일까? 위의 유형들에서 조금씩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도시체험형’에서 주목할 요소는 랜드마크와 축제다. 의릉과 한예종이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다. 네트워크형은 한예종의 외곽 문화공간이나 학교 밖에 학습공간(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등을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재생형’의 대상에는 중앙정보부 본부도 중요한 자원이었다. 불행히도 허물어버려 왕릉의 일부로 복원되어 버려 아쉽다. ‘창조형’은 전체 모델의 종착점쯤 된다. 돌곶이 지역도 마찬가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25-27쪽
  • ‘지역 문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좋은 패인가? 이준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연출과 졸업) 삶과 예술이란 대립구도를 넘어 지역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1년 전, 예술학교를 다니던 나는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학생회관의 빈 방에서 동네 아이들과 미술수업을 진행했다. 화실을 다니던 어린 시절을 아름다운 순간을 재현하고 싶었던 사적인 바람은 친구들과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대안적인 미술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었다. ‘태평양 화실’로 명명된 이 기획에 참여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 포스터를 인쇄하며 알게 된 주인아주머니의 자제와 사촌 꼬마들이 대거 몰리면서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출발부터 휘청거리다 맥이 빠진 상태로 거의 끌려가다시피 예정된 프로그램을 마쳤다. 새로운 교육과 활동을 시도할수록 거대한 저항에 부딪혔고, 이를 능숙하게 진행하기에 우리의 역량은 한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서로 기대하는 욕구가 달랐던 것이 끝가지 조율되지 않은 탓도 컸다. 사실 참가자(와 그들을 화실로 내몬 어머니)의 바람은 조금이라도 그럴 듯하게 드로잉과 수채화를 해내고, 미술 수업의 수행평가 점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통념적인 의미로서의 미술) 실력 향상이었을 것이다. 참가자의 연령과 프로그램의 방향을 명확히 설명하고 고수하지 못한 미숙함이 아쉬웠지만 지역주민과 예술학교 학생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역 앞에서 음악회를 벌였을 때 노점상 주인과 동네 큰손을 자처하는 주민들의 불만과 거부, 자립음악생산조합이 기획한 ‘뉴타운 컬처 파티 51+’를 찾았다가 메탈 밴드의 공연을 보고 기겁한 아주머니, 동네에서 행해지는 퍼포먼스에 적대적인 노인들,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행사에서 자주 보이는 심드렁함, 무관심 등. 지역문화에 전망을 찾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은 밀림 깊숙이 파고드는 선교사처럼 끝없이 지역에 말을 걸고, 변화에 보수적이고 삶에 이리저리 치여 고단하기 짝이 없는 소상인과 노년층만 남은 지역의 주민들은 참여에 옹색하다. 더군다나 포스트모던 미학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예술 매체의 난해함은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민들로 하여금 다가서기 어렵게 하고 있는데, 이러한 간극은 지역에 개입하려는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다. 예술의 전위성이 강하다 싶으면 참여가 저조하고, 대중문화에 근접한 요소를 가미하자니 관치행사나 주류 매체의 프로그램을 단순 반복하는 데에 그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35쪽
  • 돌곶이 문화지도, 어떻게 그릴까?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 돌곶이 공간의 특이성 서울시 주변부 공간 중에서도 가장 변화의 속도가 느린 돌곶이역 주변공간은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나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된 대로, 이 주변 일대는 역사적으로 많은 장소의 부침이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돌곶이역 일대는 도성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지역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 기운이 센 곳이었다. 그래서 무속인들이 많이 집결해 있던 곳이었는데, 18세기 초 조선 제20대 임금인 경종이 죽은 후에 이곳이 경종의 시신이 안장된 의릉이 들어서면서 왕릉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일제식민지 해방 후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권력의 핵심적인 기구인 중앙정보부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중앙정보부 시절 돌곶이-석관동-의릉 일대는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차단된 그들만의 공간으로 한동안 지배받고 있었지만, 민주화 정부의 출범 이래 1990년대에 지금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들어서면서 안보와 정보기관의 장소에서 예술교육의 장소로 변하였다.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등의 이름으로 변경되어 지금은 그 기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지만, 숨겨진 절대권력의 흔적들은 여전히 의릉이라는 오래된 왕권을 상징하는 공간과 한예종이라는 예술교육의 공간과 여전히 경합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지역 시민들이 폐쇄적인 중앙정보부 시절, 이 지역의 어두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가장 오래된 지리적 원천을 보유한 무속인의 점집들이 이 공간에 군데군데 박혀 있다. 그런 점에서 돌곶이역 주변공간은 “무속-왕권-독재권력-예술”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대체되고 경합하고 교차하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문화지도라는 것이 주는 의미들 이러한 역사지리적 특이성을 보유한 돌곶이역 주변 공간의 문화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돌곶이 문화지도는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돌곶이 문화지도는 문화 없는 문화지도의 의미를 가진다. 사실 돌곶이역 주변 일대는 한예종이라는 교육기관을 제외하고는 문화적 인프라가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 예컨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로, 인사동, 홍대처럼 상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문화적 자원들이나 인프라가 거의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교육기관인 한예종을 제외하고는 이 주변이 문화예술 공간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특별한 문화예술 공간이 없다. 학교 주변에는 보통 대학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 여가문화 공간들이 극히 부족하다. 한예종 졸업생들이 만든 몇 개의 카페 및 스튜디오 공간들이 존재하지만, 그 수가 극히 미약해 존재감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말하자면 통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화지도를 그리는 데 그릴 만한 문화가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문화지도를 그린다는 것이 단지 특별한 문화예술의 행위를 하는 집단과 공간들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공간을 지역의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좀 더 광범위한 작업이라고 한다면 사실 돌곶이역 주변 일대만큼 독특한 문화적 의미를 가진 공간도 드물다. 돌곶이역 주변 일대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공존하고, 각각의 공간들이 각자의 역사적 시간의 켜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 특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돌곶이역 주변 일대는 서울지역 중에서 개발이 가장 안 된 곳 중의 하나이다. 여전히 주택형태는 다가구 주택이나 밀집된 무허가 주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화랑로 주변의 작은 상업 공간들도 소규모의 봉제, 철제 가게들, 전통적인 구멍가게 형태의 슈퍼들이 밀집해 있다. 군데군데 점집들이 있고, 낡은 형태의 유흥주점들, 기름가게, 방앗간 등 대규모 주택개발 이전의 동네 가게 형태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오밀조밀한 장기거주형 주택, 상업공간들과 다르게 조선 왕릉 중의 하나인 의릉, 그 주변 일대를 생태적으로 받치고 있는 천장산,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과학기술원 등 다수의 대학공간들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평수가 아주 작은 미시적 공간과 면적이 아주 넓은 거시적인 공간들이 함께 공존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문화지도의 성좌만들기 그런 점에서 돌곶이 문화지도는 단순히 문화예술의 인프라를 지도에 입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 지역 일대의 생활문화 공간의 특이성을 시각화 의미화 구조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이 지역 일대가 얼마나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역사적 결들이 함축적으로 표상되고 있으며, 여전히 과거의 흔적과 자취를 가지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앞서 설명했던 대로 이 지역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큰 면적의 공간과 작은 면적의 공간을 서로 대면해보는 작업이다. 그래서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는 독일의 문예이론가 발터 벤야민이 언급한 하나의 성좌(constellation)를 이루는 공간적 알레고리의 특성이 갖고 있고, 그것도 큰 별자리와 작은 별자리의 지리적 경합을 확인해 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돌곶이 문화지도는 큰 별자리 만들기와 작은 별자리 만들기로 일차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큰 별자리는 이 지역을 표상하는 데 있어 대표적인 결절점이 될 수 있는 역과 길, 주택, 그리고 면적으로 설정했다. 역은 크게 6호선 지하철 역 상월곡역, 돌곶이역, 신이문역으로 설정했고, 그밖에 화랑로 바깥의 대로변 버스정류장을 설정했다. 길은 돌곶이 주변 일대를 가로지르는 통로로 화랑로와 한예종 등굣길, 한예종-외대가 만나는 이면길, 그리고 천장산과 한예종 및 상월곡역 주변을 잇는 길을 설정했다. 세 번째 큰 별자리로 이 지역에 분포된 주택이다. 이 지역 주택 유형은 서울의 다른 지역과 달리 아파트가 거의 없고, 다가구 주택과 허름한 무허가 주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면적은 지역의 랜드마크적인 성격이 강한 큰 공간인 학교와 의릉 그리고 천장산, 그리고 주택을 설정했다. 작은별자리는 그러한 큰 별자리 주변에 퍼져 있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자리이다. 여기에서는 모두 10개의 작은 별자리를 설정하였다. 10개의 별자리는 점집, 공공복지시설, 봉제철제가게, 오래된 작은 가게, 종교시설, 슈퍼-편의점, 카페커피전문점, 아트스튜디오, 음식점, 유흥점이다. 작은 별자리들은 이 지역이 개발이 덜 된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 정도로 아주 오래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은 별자리들은 또한 이 지역을 대표하는 큰 별자리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예컨대 점집은 이곳이 오래 전부터 무속인들의 거주지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봉제 철제가게는 동대문-창신동에 밀집된 의류 하청가게들의 연장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른바 ‘방석집’, 혹은 ‘매미집’으로 일컬어지는 밀집된 낡은 술집들은 과거 중앙정보부의 어두운 사교공간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아트스튜디오나 카페와 커피전문점 등은 한예종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생겨난 소비공간이다. 이종호 심광현 외,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67쪽 지도 참조. 미래에 대한 상상 돌곶이 문화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문화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특정한 장소나 지역을 탐사해서 문화지도를 그리는 작업들이 유행하고 있다. 도시문화에 대한 연구는 도시를 하나의 추상적인 구조로 보는 ‘개념으로서의 도시’와 도시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동으로 보는 ‘보행으로서 도시’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개념도시는 도시를 먼 곳에서 도시를 조망하듯이 하나의 전체저긴 인상이나 관습으로 인지하는 반면, 보행도시는 도시의 구체적인 장소 안으로 들어가서 발견할 수 있는 주체의 구체적으로 우발적인 행동에 근거한다. 가령 돌곶이 역 주변 일대는 낙후되고 발전이 안 된 곳이라는 관념에 의한 것이 개념도시적인 관점이라면, 그곳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들을 접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행도시적인 관점이다. 문화지도 그리기 작업은 특정한 지역의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돌곶이역 주변 일대는 역사, 자연, 생태, 정치, 문화예술의 세력들이 서로 각축하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다른 지역보다도 복합적이고 압축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돌곶이 문화지도를 그리다보면, 이곳이 역사적으로 어떤 권력관계가 대체되었고, 생태적으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고, 문화예술적으로 어떤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의 역사적 복합성, 지리적 생태성, 예술적 잠재성이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의 세 가지 중요한 요소이다.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들을 중시하면서도 그중에서 예술적 잠재성을 미래의 중요한 가치로 상상하고자 한다. 한예종이 돌곶이 주변에 터를 잡으면서 예술적 잠재성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요소가 되었다. 예술적 잠재성은 지금 ‘부상하는’(emerging)하는 요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지배적인’(dominant) 요소로 발전할 수 있다. 한예종이 1996년에 석관동 교사로 이전한 지 17년이 지났다. 과거 국악예고 자리가 석관동에 위치했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문화예술적 자원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예종이 이전하면서 돌곶이 석관동 일대는 에술가들의 잠재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예술적인 잠재성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는 지리적 환경을 보유할 수 있다. 돌곶이 역과 석관동 주변은 앞으로 한예종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높고, 또 그렇게 진화하는 것이 이곳의 역사문화적 공간의 의미를 살리는 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예종을 중심으로 주변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소위 ‘예술마을’(arts village)을 상상해 보자. 돌곶이 문화지도는 그러한 예술마을을 상상하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66-71쪽
  • 이동연: 지금부터 돌곶이문화지도 그리기와 관련된 좌담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성북문화재단이 지원을 해서 저희 연구팀이 한 4,5개월에 걸쳐서 돌곶이, 한예종 그리고 석관동 의릉 일대의 문화 예술 자연 생태의 환경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직접적으로 조사도 했고, 관련된 원고도 지금 작성이 됐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이 어떻게 자리매김되는 게 좋을지를 오늘 연구를 직접 참여했던 학생들하고 여러 전문가를 모시고 간단한 좌담회를 개최하게 될 거고요. 그 다음에 좌담회의 결과는 보고서의 마지막에 실릴 예정입니다. 오늘 일단 소개는 제 옆부터 말씀드릴게요. 옆에는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님이시구요. 그리고 성북문화재단 기획실장이신 이준희 실장님이 오셨고요. 재단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셔서 같이 좌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모셨습니다. 이준희 실장님은 한예종 선배님이세요. 연극원 출신이시고. 그리고 건축과에서 두 학생이 오셨고요, 직접 오늘 그 건축 관련된 도면도 작성했고, 또 실제로 비주얼한 작업을 했고,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김지영, 김희규 학생. 그리고 기록정리는 신아름씨가 해주겠습니다. 먼저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전반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학교 차원에서 할 얘기가 있고, 문화재단 차원에서 할 얘기가 있겠고, 또 문화연대에서 일하고 계시는 이원재 처장 같은 경우는 도시문화 조성 차원에서. 각각의 의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이원재 처장이 먼저 이런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고 진행을 하겠습니다. 이원재: 돌곶이는 다시 생각해보면 최근에 다들 아시겠지만 도시경쟁력이나 이런 이야기들을 한 지 오래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화도시, 창의도시, 창조도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공급되고 정책의 이름으로도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가장 많이 흔할 정도로 이야기된 게 어떤 예술, 창의성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문전성시처럼 재래시장, 전통시장 활성화라든지, 지역의 페스티벌이나 축제를 통한 지역의 브랜드를 만드는 거라든지, 지난 10년 사이에 문화예술이 도시 발전 경쟁력을 위해서 계속 언급되어 왔는데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게 정말로 도시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고, 시민이나 주민들을, 또 도시의 삶을 더 진화시키고 또 정말로 그런 개인과 커뮤니티의 창의성을 높였는가는 비판할 점도 많고 한번쯤 논의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성북구 안에서의 어떤 도구적이고 경쟁적인 관점이 아니라 정말로 예술의 일상적인 생활공간, 그리고 삶의 창의적인 변화를 통해서 지역이 같이 경쟁적, 개발담론이 아니라 삶과 커뮤니티로 진화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저는 돌곶이에 관심을 많이 얼마 전부터 가져왔어요. 보면 성북구가 남북 격차가 심합니다. 우리가 성북구하면 되게 작은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제는 더 잘 아시겠지만, 사실 더 크고, 특히 성북구라고 하면 성북동 쪽, 행정적으로는 제1권역이라고 불리는 그쪽을 더 많이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릉이라든지, 장위동, 이 돌곶이 지역이 있는 석관동까지도 다 성북구 안에 있는데, 거기서 더 특히 슬럼화되어 있기도 하고 이 돌곶이 쪽이. 그 다음에 남북격차가 큽니다. 근데 또 다르게 보면 이곳에 어쨌든 한국에서도 그렇고 사실은 또 최근에 세계적으로도 많이 이야기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있잖아요. 사실 창의성이나 이런 주장으로 치면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다! 라고 한국에서 이야기되는 곳인데, 이게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안팎으로 그런 실험적인 예술, 굉장히 한국사회에서 창의력이 높은 예술 책들이 교육을 받고, 작업을 하고, 사회적으로 나오는 이런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한예종과 또 지역, 그리고 한예종만이 아니라 이 인근에 굉장히 많은 대학들이 있어요. 성북구 안에 7개의 대학이 있고, 대학원까지 합치면 대학원, 대학까지 8개 있고, 또 보들레스처럼 굳이 행정 경계를 보지 않는다면, 외국어대라든지 굉장히 많죠. 그래서 그런 젊은 주체들, 그리고 문화예술 창의성들이 돌곶이에서 좀 더 새로운 어떤 실험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부분들을 저는 주목하는 부분이고, 그것이 단순히 이 지역을 예술로 개발하자 이런 게 아니고 그런 창의적 에너지가 작게는 돌곶이, 조금 더 넓게는 성북구, 더 넓게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라고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동연: 이준희 실장님은 재단에서 오셨으니까, 이런 프로젝트를 어떤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런 부분을 먼저 말씀해 주실까요? 이준희: 재단이 작년에 출범을 했죠. 9월 1일 출범하고, 기존의 자치구 차원의 지역, 구 차원의 재단 출범하는 과정과 향후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런 부분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지역에 대한 고민을 같이 많이 하게 됐고요. 기존의 재단 같은 경우에 아무래도 센터나 극장 중심으로 공연장을 운영하고, 또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 같은 것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한테 재단으로써 문화복지, 이런 차원으로 접근하고, 좀 더 나아가서 문화예술 체험을 시설 위주로 하게 되는 게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정말 지역재단이라는 게 뭔가 지역이라는 거에 대한 방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관점이 많이 있었고요. 근데 동시에 그렇게 바라보면서 성북의 성북동이 가지고 있는 특성, 그리고 정릉이 가지고 있는 특성, 이 성북구 안에도 여러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고유성, 역사성 그리고 인적자원. 그러한 것이 잘 활용되고, 그게 서로서로 좋은 역할을 하고,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는가라는 부분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많이 연결되거나 촉매되거나 진화되거나, 그런 게 잘 안 되고 있다고 판단이 됐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 특히 의릉하고 돌곶이 같은 경우에, 의릉의 문화재, 문화유산과 돌곶이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 또 주민들 생태계 삶에 대한 거하고 특히 무시할 수 없는 게 한예종이 여기 있다! 라는 것. 이 3가지의 구조 속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지 여기가 정말 서로가 정말 좋고 발전적인가라는 부분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고요. 저희 이사장님 같은 경우에도 재단이 출범하자마자 그 얘기를 서두에 먼저 시작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 지역을 놓고 얘기하면서 의릉 같은 경우에 그런 백그라운드 속에서 어떻게 가야될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이 부분을 어떤 방법으로 풀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지셨고, 저희 재단도 그런 부분이 많은 숙제가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어쨌든 이 프로젝트라는 계기를 통해서 이렇게 한예종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진지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생각보다 빠르게 그 시기가 왔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1차적으로 얘기를 들었을 때 이게 단순히 성북의 특정한 지역의 발전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기대가 되는 건 서울시 전체도 그렇고, 나라 전체도 그렇고, 어떤 지역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학교와 지역의 관계, 그리고 재단과의 관계, 이런 부분에서 모델 케이스가 나오는 게 아닌가라는 게 굉장히 기대가 되고요. 결국엔 학교가 이 지역에 근거하지 않은 여러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로컬적인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원과 이 교육이 그 지역에 대한 연관성과 관계성을 통해서 그 학생들이 다시 자기 지역으로 갔을 때도, 그것이 어떻게 향후 발전적으로 갈 수 있는가라는 차원도 분명히 중요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이 모델이 다른 구에도 그 구에 있는 학교와의 관계 속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시범사업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결론은 행사로 끝나지 않고 처음부터 이렇게 연구로 출발해서, 하나의 짠 하고 나오는 셀레브레이션 같은 게 아니어서 더 진지하고 탐구하고, 그리고 고민할 것들을 고민하고, 이거를 출발로 해서 뭔가 파생된다라는 과정 또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36-139쪽
  • 이동연: 저희가 크게 보면, 문화지도를 큰 별자리로 네 개를 설정했어요. 하나는 아까 말씀 드렸던 대로 역하고 정거장이고, 그 다음에 주택, 세 번째가 길, 네 번째가 면적이라고 해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의릉하고 한예종하고 천장산. 이렇게 되어 있어요. 어떤 점에서는 사실 이 지역이 되게 후지잖아요. 서울시에서 상당히 낙후되어 있거나 개발이 안 되어 있고, 이것저것 섞여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생각해 보면 한예종 그 다음에 의릉, 그 다음에 천장산. 이렇게 생각해 보면, 한예종은 예술을 대표하잖아요. 그리고 천장산 같은 경우도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걸 구성하고 있고, 의릉은 역사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에 한 가지 더 숨겨져 있다면, 한국 근대정치사 이런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점에서는 역사와 문화, 생태 이런 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한예종 주면의 공간들이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라고 볼 수 있겠고요. 그런 점에서 주변에 대한 어떤 큰 별자리, 네 가지로 설정했는데, 그것이 갖고 있는 어떤 구조적인 공간의 특성이랄까? 이런 걸 두 분께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 분석하고 계신지, 그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원재: 저는 요즘에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문화정책이나 예술작업하면서, 도시관련 작업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돌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사실 누구도 문화정책하거나 그런 테헤란로 같은 데 별로 관심을 안 갖잖아요. 물론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 왜냐하면 도시 재생이라든지, 관계미학이나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존재하는데, 저는 사실 그래서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론 여기서 생활하시는 주민들은 더 개발에 관심을 가지실 수도 있고, 학생들은 더 멋있는 캠퍼스 사실은 한국에서 저희 때도 그랬고,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대학캠퍼스는 연세대 교정일 거예요. 제가 이대나 신촌 학교들 …… 근데 거기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학교 성적과 무관하게 캠퍼스들은 다양할 텐데. 여기도 독특하긴 한데, 그런 부분에서 약간 상실감들을 학생들일 많이 얘기하지만, 실제 예술작업의 가장 핫코너는 여기일 수도 있겠다. 예를 들면, 홍대 같은 데는 사실 대부분의 지금 상업적인 것보다 커뮤니티나 예술실험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홍대의 매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하잖아요. 너무 상업화돼서. 그런 것처럼. 서울의 맵핑을 봐도 그렇고. 그래서 사실 서울도 더 정치적으로나 정책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동북 4구에 계속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은 금천구 같은 데들. 그런 면에서는 특히 최근에 예술작업에 대한 정책이 문제 해결적 정책들을 많이 하잖아요. 사회문제들, 쉽게 생각되시는 것처럼 도시 슬럼 문제라든지, 청소년 문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재난 문제,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것들이 예술도 그렇고, 예술을 둘러싼 정책이나 지원 구조도 그런데, 그러니까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래서 이제 저는 크게 세 가지 정돌 봤거든요. 이 돌곶이 작업이라는 게, 제 생각에는 하나는 우리가 요새 말하는 로컬리티, 지역성이라고 말하는 것. 단순히 물리적으로 지역이 아니라, 지역적 가치와 지역적, 사회적 경젝로부터 시작해서 주민과의 커뮤니티 문제 이런 것처럼 로컬리티로서의 창의적인 커뮤니티, 예술 이런 거를 돌곶이에서 아주 장기 프로젝트로 해보는 거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그런 자원들이 한예종을 비롯해서 있는 것 같고, 또 그런 것들을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미 여기도 그렇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잖아요.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두 번째로 얘기하는 대안성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 많이 이야기하는 대안개발, 아니면 기존의 개발주의,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 짓고 이런 게 아니라, 생태적이고 문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으로서 마을이건 커뮤니티건 관계건 이런 것들에서 이 돌곶이 프로젝트라는 것은 상당한, 다른 곳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안성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마지막으로 실험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도 생각하는 거죠. 성북구가, 제가 기대하는 건 ‘서울의 다음 예술’ 넥스트라고 생각했을 때 어디가 있을까 서울에 보면, 재생의 주기에서 보면, 더 과거는 모르겠고, 명동시대에서 신촌시대에서 이제 홍대, 홍대도 이제 문래동이나 이렇게 연남동으로 퍼지고 있는데, 저는 이제 북쪽이 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에술들이 가능한 지역은 북쪽이 아닐까. 그렇다는 사실은 아까 말한 이 지역의 많은 젊은 에술가들이 대학들에 있는데, 그런 것으로써 세대나 지역, 그리고 대학 이런 거를 횡단하는 통속적인 작업, 예술 이런 것들을 돌곶이 프로젝트가 그런 걸 잠재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거기서 제가 주목하는 것 중에 하나는 대학이에요. 왜냐하면 성북구 안에서 보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성북구 특징 중 하나가 무려 대학을 8개나 가지고 있다!라는 것.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대단한 거거든요. 금천구 같은 데는 4년제 대학이 없어요. 전국에서 제일 많은 4년제 대학을 가지고 있고, 그 대학이 다 예대가 있고, 7개 대학이. 근데 반대로 제일 지역이랑 소통이 안 되는 게 대학이다 라고 다 말을 하거든요. 그래서 대학의 개별 영토인 거죠. 사실은. 근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해외나 우리가 경험적으로 되게 좋은 마을, 좋은 지역 이런, 영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가보면 그 지역에서의 대학의 관계, 인적관계나 자원의 관계들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그런 것의 균열을 주고 넘나들고 재미롭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출발지점이 돌곶이 프로젝트라고,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49-151쪽
  • 이동연: 예. 얘기 들어보니까 이 공간과 지역에 대해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학생들 같은 경우 되게 길 같은 게 위험하고 어둡고 칙칙하지만, 또 나름대로 다른 데서 느끼지 못한 매력 같은 게 있는 것 같고, 이원재 처장이 우리 학생들 보면 우울하고 침울해 보이고 칙칙해 보이지만, 학교는 굉장히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거고, 또 여기 보면 변화가 없는 듯 해 보이잖아요. …… 결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단계적으로 이 공간을 문화적으로 그려서 한예종, 의릉, 석관동 일대를 아트빌리지, 지속 가능한 생태적인 예술가 마을로 만들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상상할 수 있고, 이렇게 상상한 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뭐 그런 얘기를 좀 드리고 싶은데요, 이 주변을 예술가 마을로 만들 게 된다면 어떻게 상상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좀 얘기 해 볼 까요? 이원재 처장님. 이원재: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런 고민들을 요즘에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도시 패러다임 자체가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서울은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 같은데, 하나는 고도 근대화, 고도 개발 성장이 곧 끝났다. 그니까 저성장 패러다임, 쉽게 말하면 저성장 패러다임에서 정책을 짜야 된다, 고성장에서 짜던 시대는 끝났다 이런 얘기가 하나 있는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근데 제대로 근대를 못했다. 예를 들어 모델은 다 서구 모델을 가져왔는데, 특히 유럽이나 미주에서 했던 서구 근대화는 서구 근대화라는 맥락이 있었는데, 이게 뭐 서울만은 아니겠죠. 주로 아시아 도시들이 일본 정도를 제외한 대다수의 아시아 도시들이 서구 근대를 벤치마킹했지만 그 근대적 가치나 그런 게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가 많이 화두인 거 같은데, 그래서 사실은 최근에 서울에서 하고 있는, 그건 박원순 시장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여러 마을이라든지, 커뮤니티라든지 이런 저성장 패러다임의 정책들을 하잖아요. 사회적경제라든지. 실제로 생각해보면 이명박 시장도 전 시장도 꾸리찌바 같은 데 기자들 100명, 200명 같이 가가지고, 찍고 언론보도하고 그랬어요. 어떻게 보면 생태도시, 청계천도 결과는 천만이 어긋나지만 어쨌든 그거의 공식적인 프레임은 녹색이잖아요. 이런 것처럼. 그랬을 때 성북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되게 많다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보면. 앞으로 가야될. 근데 예를 들어서 자연경관이라든지 역사문화라든지 굉장히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돌곶이를 보더라도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산이든지 또 여기의 커뮤니티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그 동안 지난 10년 동안 창의도시나 예술과 관련된 재생이, 되게 도구적이고 특히 성과주의적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위에서 탑다운 방식이나 목적형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형성하는 경로를 형성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르게 말하면, 언제까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한예종 건축과 학생들이 여기에 계획 짜라 이런 방식이 아니라, 아까 말한 대로 그런 문제들의 솔루션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슬럼화되고, 역사적 맥락이나 자연 경관들이 있는 곳에서 여성을 안전문제 같은 거를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냐. 예를 들면 그런 상상력들이, 작업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그 다음에 여기 참여하신 다른 분들도 예전에 그런 얘기해주셨지만, 캠퍼스 같은 것도 이런 모이는 캠퍼스 구조가 아닌, 많은 작업실들이 계속 한예종 학생들만이 아닌, 외대 학생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고대 학생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성신여대 학생이 될 수도 있는 건데, 이 지역의 스튜디오나 레지던스 작업실들을 계속 많이 공동주거 형태처럼 만들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요즘 유행하는 어떤 젊은 예술가들의 협동조합처럼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솔루션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것처럼 아웃풋(output) 중심이 아니라, 과정을 형성하는 스스로 문화를 형성하는 것. 그 결과물로써 플러스를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인위적으로 누가 어느날 구청장과 재단과 몇몇 교수 이런 사람들이 여기를 클러스트로 하자, 이런 플래닝을 짜고. 이게 다가 아니라, 실제로 그 과정에서 한예종을 비롯한 젊은, 저는 아까 다음 예술이라고 표현했는데, 넥스트에 대한 그런 예술 주체들 그리고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도 저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여기에 그리고 주민들도 저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여기서 하루 종일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주민이라는 것도 꼭 소유로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시공간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거주자들이겠죠. 그런 맥락에서 커뮤니티라고 부르고 하면서 그런 자극적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돌곶이 프로젝트가 오래 갈 수 있고,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자원과 여지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53-155쪽
  • 이동연: 편의상 돌곶이예술마을이라고 하겠습니다. 돌곶이예술마을을 우리가 만든다고 한다면, 20년 후에 어떻게 될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 가지 그런 걱정은 들어요. 혹시나 이게 예술가들이 여기 스튜디오 만들겠다, 뭐 하겠다, 해 가지고 원주민들 다 쫓아내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성북구에서 여기 내년에 구청장님께서 또 시장님께서 이 돌곶이 주변을 예술마을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발표하는 순간, 바로 땅값 올라가고 예술가들은 방도 못 구하고,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우려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해야 하는지, 이런 방법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준희 실장님, 아무래도 시니어로서 얘기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 이준희: 예. 두 가지가 있는 것 같고요. 하나는 진행과정에 있는 사례가 유사하게 적용되는 부분이 있고, 하나는 자생적 자발적이 전제되는 게 있는데, 20년이라고 하셔서 두 번째도 그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있어요. 그래서 첫 번째는 성북동이죠. 성북동 쪽을 성북구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특구지정 이런 것처럼, 그런 거랑은 조금 다른 건데, 원래 자신이 성북동에 있는 역사문화의 가치를 동일한 아까 말씀하신 고민 속에서 구에서 지금 지구 설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를 어떤 성북동의 많은 미술과 역사문화 고택들, 이러한 것들이 있으면서 점점 카페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게 잘못하면 삼청동이나 이렇게 돼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많은 거죠. 그래서 체인점이 들어오는 순간 가격이 올라가고, 그럼 원래 있었던 고유의 성격이 훼손되는, 경제논리가 들어와 버리면, 그래서 역사문화지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최종 남겨 놓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거기에 제재가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대형기업이나, 이런 경제논리가 들어오지 못하다 보호를 정책적으로 하는 거를 먼저 해놓고, 이제 발표를 하는, 그런 거를 지금 전략적으로 굉장히 성북구에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연구를 하고 있고 모색을 하고 있는데, 그 하나의 사례를 놓고 우리가 이쪽으로 옮겨놓고 봤을 때는 그 다음 사례의 어떤 접목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거기는 기존에 있던 자원과 물질적 자원을 보호하고 그것을 발전시킨다면, 여기는 또 다른 거겠죠. 아까 말씀하신 젊은 예술가들, 여기 나온 사람들, 그리고 새로 유입되고 또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거를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서, 그러한 것을 정책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게 나아가서 월세나 임대료나 이런 부분에서 정책적인 부분들을 성북구에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고요. 그게 첫 번째의 그나마 기대해 볼 만한 실질적인 안인 것 같고.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이러이러하면서 구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걸 공무원들이 아무리 붙잡고 가봤자, 현장에서의 소통의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부분이 잘 되려면, 이쪽에서도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되고,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소중하다 라는 생각이 있고요. 두 번째는 20년이라는 부분에서 저도 많은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첫 번째는 일단 주민이 아무리 지구 선정을 해도, 주민이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총장님도 안 되고 누구도 안 돼요. 요즘은 특히. 근데 주민이 어떻게 문화예술마을이라는 곳을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고 촉진하는데 같이 함께 나아가 설 것인가 라는 부분에서 공유가 되지 않으면, 모든 게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거기에 주민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나서서, 학생들이 나서서, “여기를 역사문화예술마을로 해야 됩니다”할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정말 이것에 가치가 있고, “이렇게 가야 된다”라는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제가 보기엔 제일 핵심이고, 그러면 첫 번째 질문이 돌곶이 지역에 주민자치나 주민자치위원회랑 다른데, 어떤 커뮤니티들이 있는가. 첫 번째, 그리고 있다면 현재는 대체로 보면 시장이나 육아나 이런 게 아직까지는 현상이죠. 그러한 부분들이 어떤가 라는 게 첫 번째고, 그런데도 거기는 다르지만 자생적인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분들과의 관계와 발전, 방향성이 필요한 것 같고. 그보다도 더 넓게 보면 젊은 졸업생, 외부에서 보면,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와 그것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나, 공감대 형성이라고 해야 되나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저도 지금 재단에 들어와서 이것을 많이 들어보니까, “아, 이게 너무 중요하구나”를 알게 됐지, 그렇지 않았으면 저도 똑같이 연출하고 있고, 작품활동하고 있었으면 저는 100% 관심이 없었다고 보거든요. 이 부분이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첫 번째가 학생들 스스로가 지역에서 예술적 자원을 찾고, 지역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고, 또 지역에서 나의 후원자를 찾고, 지역에서 나의 동력자들을 찾아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협동조합이든 어떤 생태계든 뭔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끌고 나갈 것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리고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야 된다 라는 부분이 많아야 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주민들이 이러한 것의 혜택을 마을에 있는 지역에 예술가들과 함께 아이와 마을살이에 대한 부분들이 같이 해서 더 좋아지고, 여기에 뭔가 중요한 게 있다 라는 공감대가 돼서, 그 커뮤니티가 점점 일어나야 된다 라는 거죠. 그래야지만 이게 20년 뒤에 점점 뭔가 갖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동연: 우리 학생들이 돌곶이예술마을이라는 상상을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이원재: 간단한 건데, 저는 이제 이런 게 “지역을 위해서 한예종 학생들이 봉사해야 된다” 이런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고, 그것도 또 여기서 말하는 지역이란 게 물리적으로, 물론 물리적인 것도 중요한데,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지역적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게 실제로 가능하려면, 실제 한예종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건 졸업 이후든 사실은 실제 여기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토착화 작업이 저는 핵심이라고 보거든요. 그게 커뮤니티 카페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이런 건데. 사실은 생각해보면 그 동안 서울에서 시대적 헤게모니를 가졌던 문화커뮤니티나 지역이 다 그런 것들이었거든요. 명동, 홍대도 마찬가지로 홍대가 구청의 문화지도 만들고 이런 건 하나도 없고, 실제로 그런 시대적 관계성들을 어떻게 로컬로 맺어가나, 예를 들면 홍대가 형성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잖아요. 이제 그걸 분석한 몇몇 분들이나 분석을 해보면 어떤 지대의 문제, 신촌이 왜 홍대처럼 움직이게 됐는가. 그런 것도 홍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실험성들이 그 젊은 예술들, 빗금 문화라든지 서브컬처들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런 것처럼, 근데 누가 “홍대지구 살려야 되니까” 라고 홍대 미대생들이 얘기한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저는 “지역적 작업이 세계적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예를 들면 그런 실제 자기 예술작업들이 곧 “돌곶이예술마을을 만들어야 된다”는 플래닝이 아니라, “여기서 어떻게 가치적 접근이 이루어지느냐”, 또 예를 들면, 제가 작년에 봤던 공연 중에서 제일 좋았던 공연이 북정마을이라고, 성북동에 여기보다 더 슬럼화된, 뉴스에 많이 나오는 마을이에요. 서울에서 가장 슬럼화되고 오래된 곳에서 서울괴담이란 팀이 한 공연이었는데, 그 팀이 한 작업이 마을 전체를 무대로 쓴 공연이었어요. 성벽까지. 그러한 작업들이 그 사람들이 마을을 위해서 뭘 한 게 아니라, 자기네 작업이 지역적 가치, 관계적 가치로 같이 될 때, 그리고 실제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예종을 비롯한, 주민을 비롯한 자신을 중심으로 공공적 이해관계들이 작동된다고 보거든요. 아까 안전문제도 이야기하셨지만, 예를 들면 주거문제라든지, 자립을 둘러싼 작가들이라든지, 젊은 예술집단들을 둘러싼 공간의 문제, 주거의 문제, 사회적 경제와 연결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이러한 등등의 실험제도 예술을 뛰어넘는 사회적 개입으로서의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어야지 예술마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박정희 때 새마을운동과 뭐가 다르냐” 그 지점들이 발현돼야 예술마을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55-158쪽
  • 이동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학생들이 한마디씩 해줬으면 좋겠어요. 돌곶이예술마을을 만드는 어떤 상상? 어떤 게 갖추어져야 하는지 그런 얘기를 해주세요. 이예슬: 저는 제가 갔던 곳이 있었는데, 창신동 지역을 되게 관심 있게 봤거든요. 근데 거기에도 두 예술가가 작업실을 차리면서 그 동네가 바뀌어가는 모습을 제가 단기간에 봤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생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걸 생각하다 보니까 “지역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지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건 아직 고민단계에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번 다 같이 공유해보고 싶은 문제인 것 같아요. 이동연: 네 알겠습니다. 다 같이 공유를 했으면 좋겠고요. 김세현 학생 얘기해 주시고, 그 다음에 구민재 학생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세현: 저는 이런 얘기할 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도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할 만한 그런 게 필요한 것 같고, 아까 말씀하셨던 자생력이나 이런 것도 다 중요한데, 그게 되려면 그전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학생들끼리 얘기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싶고, 또 지역에서 나름대로 시도를 해 보고 싶어서 실험을 계속해도, 또 지역에 대해서 연구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약간 회의감 같은 게 있는 거죠.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지역에 반영이 되고 정책이나 그런 것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걸 자기들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홍대나 상권 쪽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다 경제논리에 잠식당하고 이런 사이클들을 계속 봐오니까, 학생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패배감 같은 게 있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항상 화두인 것 같고, 과제인 것 같은데 그게 성북구에서는 “역사문화지구를 설정해서 보호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것들이 관련 주체들과 모여 이야기가 돼야 할 것 같고, 저도 개인적으로 돌곶이 주변에 점포를 하나 사가지고 뭘 해보려고 준비 중이긴 한데, 방금 말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얘기가 있지 않아야 되나 싶습니다. 구민재: 제가 보기에는 돌곶이 예술마을을 만들기에 앞서서 제 생각에는 돌곶이에 있는 것만, 의릉이나 이 사이트에 있는 것만 일단 찾아서, 여기서만 일어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 커뮤니티 형성을 학생들이 하려고 하는데, 일단 여기에 대한 지식정보도 없고, 시간도 적기 때문에 비약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앞서서 주민들이 형성해 놓은 커뮤니티에 여기가 흡수되거나, 거기에 일종의 일환으로 들어가야지, “우리가 새로운 걸 형성하겠다. 그러니 바뀌어라” 이런 것 좀 아니지 않나. 자세를 조금 낮춘다 옳은 단어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동연: 네. 다음 우리 두 학생(김희규, 김지영)은 그 과정에서 만든다는 것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과정은 어떤 과정이 되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고민이 있거나 관련되어서 돌곶이예술마을에 대한 개인적 의견 얘기 해주시죠. 김희규: 저는 일단 다 말씀하셨듯이 저희가 과정에서 갖추어야 할 자세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일단 저희 학교가 물론 예술학교고 국립학교에다가 대부분 말하는 높은 교육을 하는 곳이지만, 여기가 다른 곳에 비해서 낙후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받고 있는 교육이나 우리가 갖고 있는 실력 그런 것들을 가지고 이 지역에 봉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이 지역을 살려야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이 지역과 하나가 되어서 작업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그런 자세로 펼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동연: 예.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김지영 학생은 ……. 김지영: 예술마을을 만든다는 시도는 좋은데, 고려해야 될 게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이게 저희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고, 저희끼리만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뭘 시도하는 것 이외에도, 저희 학생들의 힘이 없어도, 그들끼리 만들 일에서 반영이 많이 될 수 있어야, 작은 것에서 바뀌어야 큰 것들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58-160쪽
  • 이동연: 예. 저는 이제 여러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의 경우는, 예를 들면 여기가 학교래요. 그래서 “여기가 학교에요?” 그러면 여기가 학교래요. 학교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지역하고 오랜 역사적인 물결을 같이 하면서 지내왔던 거를 보게 되는데, 그걸 보니까 영국에 있는 왕립음악학교더라고요. 길거리에 그냥 있더라고요. 한예종도 어떻게 보면 국가에서 만든 예술학교라고 볼 수 있는데, 그 학교가 대형 건물을 짓고 살고 있잖아요. 근데 주변에 보면 고만고만한 다가구 주택들, 영세한 가게들이 이렇게 밀집되어 있는 상황이고, 한편에는 의릉이 있고, 그런 상황인데 전반적으로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런 점에서는 한예종이 앞으로 예술마을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게 된다고 한다면, 어쨌든 여기서 배출된 많은 예술가들이 여기에서 졸업 후에도 있으면서 일정한 삶의 군락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런 차원에서 생각을 해 보면 학교가 해야 될 일이 있고 성북구가 해야 될 일이 있고 시가 해야 될 일이 있고 주민이 해야 될 일이 있고 각각 다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한예종 학생들 입장에서는 저는 재학생보다는 졸업생들이 이 주변에 아무래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까, 다양한 예술가 그룹들을 만드는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전통예술원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해서 편하게 생활하려고 그러거든요. 대부분 관현악단에 들어가서 일정 월급을 갖고 커리어를 올려서 레슨을 하고 부수입을 올리고 안정된 남편, 예쁜 아내를 맞아서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생각들이에요. 근데 저는 많이 바꾸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아주 실험적인 앙상블 그룹도 만들고, 실험적인 예술 그룹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하나 둘씩 모이다보면, 누군가 촉진계획을 세워서 자로 재듯이 계획을 세워서 입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예술가들 스스로가 거기에 입주하고 작품들을 만들어 보고, 그런 입장이 있을 수 있겠고. 성북구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니까 초기 투자를 좀 해 달라, 성북구에서. 예를 들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어느 정도 인큐베이팅될 때까지는 성북구가 건물을 좀 임대를 해서, 거기에서 예술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게끔 해 달라. 그런 유형이 많았던 거 같고요. 서울시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해서 고민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이게 주민 자치마을인데, 컨텐츠가 부족하다 보니까, 그 컨텐츠를 예술교육을 가지고 마을 만드는 거 가지고 했으면 좋겠는데, 이게 때마침 저희 학교 주변이 딱 적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서울시 차원에서는 마을 만들기 특성화작업으로 돌곶이예술마을을 구상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좀 들고, 마을주민들도 “이게 마을만들기 사업이 우리 집값 올라가는 거야”라는 생각보다도 “예술가랑 함께 생활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하는 그런 나름대로의 상상도 필요한 것 같아서, 서로가 함께 합쳐서 되지 않으면 마련되기 어려운 부분이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우리 성북구 측이나 성북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좀 할 말미가 된 것 같습니다. 이준희: 유사하게 조금 집약해서 얘기하자면, 모태 개념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고요. 그 시각이 점점 이쪽으로 이동된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 다음 스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자원의 출처가 어디로 올지는 모르겠으나, 그 통로가 성북구청이나 아니면 성북문화재단이 되어서, 저희들이 구청과 잘 협력해서 그런 자원을 잘 흘러오게 해서 여기에 어떤 공간을 창출하게 하고, 그 공간에서 젊은 예술가, 졸업생들이 그곳을 토대로 해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어떻게 보면 센터일 수도 있겠고요. 거기서 자기 예술활동에 전념하는 것보다는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아까 저도 느끼고 이원재 처장님도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했는데, 정말 예술적 가치로써 손색이 없고, 더 중요한 방향이 발현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 이 지역과 함께 할 때. 그런 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저희들이 최대한 찾아봐야 되겠다, 찾고 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또 동시에 해야 될 게 사업에 대한 자금이 필요하죠. 공간만 있으면 될 게 아니라, 그 사업에 대한 자금을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저희들이 적극 의견 개진을 해서 기존에 있던 단순 사업들, 아니면 어떤 소비성 그런 부분들을 이렇게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자원이 흘러들어 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제안을 저희들이 열심히 해야 되는 그런 게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아까 되게 중요한 얘기를 몇몇 분이 해주셨는데, 그러한 테이블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적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아니면 학생들이든, 아니면 이런 인큐베이션을 하는 그룹이든, 이런 그룹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냥 별로 힘없는 누구를 대타로 누구를 동원해서 타야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면 그런 테이블을 자주 만들어서 그런 부분을 같이 적극적으로 이야기 듣고, 그냥 젊은 예술가의 말이 그냥 묻히고 그런 게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그런 부분들. 그리고 거기에는 또 몇 가지가 포함될 것 같아요. 예종 교수님들과 예술의 그런 자체적인 이러한 모임이나 스터디가 그룹이나 이런 부분들이 안정화되고, 발전되는 게 있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저희 재단 차원에서도 성북의 마을지원센터나 청년 허브센터나, 사회적기업 경제 지원단이나 이런 부분이 되게 비슷한 연관고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보거든요. 협동조합지원센터나. 거기를 재단이 플랫폼 역할을 해서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고, 지원받고 제한하고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자원과 공간과 이런 부분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재단과 구청에서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동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틀로 보면 개발하지 않고, 생태적인 예술마을로 만든다는 게 가능할까? 한국사회에서. 일단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문래동만 보더라도 그렇잖아요. 좀 된다 싶으니까 서울시가 뭘 하겠다고 나서가지고 망쳐버리고, 문래예술공장은 실제로 문래동 작가들하고는 좀 떨어져 있는데다가 예술가들 입장도 진보적이지가 않아요. 거기도 그냥 싼 값에 오는 거지, 모이고 뭘 같이 하자 이런 거 되게 싫어하고, 주도하는 사람은 실제도 한두 팀밖에 안 되고, 언젠가 잘 작업되면 다른 데로 가려고 하는 입장이고, 거기도 되게 올라갔어요. 실제로 월세가. 또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인데다가, 그렇다고 문래동이 아트웍이 프로덕트가 그렇게 좋으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냥 고만고만해요. 결과물이 혁신적이지도 않고, 문래동이 사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서브컬처적인 대안이 된다고 얘기했고, 홍대의 대안이다 이렇게까지 했지만, 문래동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돌곶이가 대안이냐? 이런 얘기가 억지로라도 얘기할 수가 있겠죠. 근데 저는 대안이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사실은 구나 시에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여기를 개발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어서 적어도 집값 상승을 막거나 상업적인 문화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좀 엄격하게 제한을 해서 가는 방식,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 초기 인큐베이팅을 좀 사회적 경제 차원에서 공공지원을 할 수 있는 ……. 제 생각은 이런 생각이에요. 성북구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면, 성북구청장하고 저희 팀하고 같이 잘 계획을 세워서, LH공사 아시죠? 그 공사에서는 마을만들기사업과 관련해서 사업이 좋으면 매칭 펀드를 하게 되어 있어요. 그게 예산이 60억이야. 성북구 30억, LH 30억이에요. 맥시멈이 그렇게 되어 있는데, 그러면은 성북구는 30억을 투자를 해야 되잖아요. 사실 30억이 작은 돈이 아닌데, 대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북구가 30억을 인프라 쪽으로, 자산을 깎아 먹는 게 아니라, 건물을 매입하는 쪽으로 30억을 투자를 하면, LH공사가 운영과 콘텐츠와 관련된 지원을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성북구는 사실은 자기 자산을 계속 갖고 있는 거고, 거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공장, 아뜰리에,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겠죠. 그렇게 시작을 해서 인큐베이팅하고, LH공사는 나머지 30억 매칭 펀드를 가지고 실제로 이걸 운영하는데 제작비로 운영비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내년 2월이나 3월에 공모가 난대요. 그래서 미리 준비해서 성북구가 말하자면 사업계획서를 내는 거죠. 그런 주요한 내용은 저희가 다 써주고, 그런 과정이 지금 하나 할 수 있는 게 있고요. 그리고 크게는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동북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게 상상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이거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인데,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아방가르드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겠다 라는 상상력 발전소 건립이 있어요. 이게 당인위에서 하려고 했는데, 당인위는 지금 문화부에서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들려고 아예 조감도까지 만들었고, 지금 용역 들어가 있어요. 이거를 지금 돌곶이-한예종 입찰을 할 수 있다. 성북구도 지금 후보지로 넣어 놨는데, 그게 또 하나로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오늘 서울시 문화학교 지원과 과장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플랜드에 아난딸로라고 하는 청소년 문화예술공동체가 있어요. 회관이 우리 식으로 하면 청소년 수련관인데, 지역의 문화예술 공동체 커뮤니티 센터를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월 만 원 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거를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거예요. 이것도 박원순 시장의 지시사항이라고 하더라고요.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크게 보면 마을공동체와 예술체를 결합하는 아난딸로형 예술교육 지원센터가 하나 있고, 그리고 상상력 발전소가 있고,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LH공사와 연계하는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있는 거예요. 요 세 가지 것을 만약에 잘 묶는다면, 그게 아마 첫 번째 자원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그런 점에서 학교 선생님하고 학생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고, 실제로 상상력발전소 시범사업은 시범사업 공고가 나고요, 한예종 쪽에서 시범사업을 맡을 확률이 좀 있어요. 그리고 아난딸로형은 시범사업을 한대요. 그래서 그것도 한예종이 책임지겠다, 돌곶이 주변에, 저소득층 지역이기 때문에 여기에 마을 만드는 공동체의 일환으로, 아까 우리가 처음에 주민들하고 함께 하는 그런 거 많이 얘기했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콘텐츠를 제공하고 예술강사를 투입해서 돌곶이 주변의 아난딸로형 청소년 아이 유아를 위한 예술교육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제안을 하려고 해요. 그 다음에 아까 크게 얘기하는 레지던스형 예술가 마을공동체에 관련해서는 LH공사 사업 성북구를 설득해야 돼요. 왜냐하면 성북구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거는 우리 26일 우리 토론회 때 제안하려고 해요. 26일 포럼에서 못다한 이야기는 더 진행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 좌담회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공식적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하고요. 돌곶이 문화지도그리기 어떻게 상상할까 이런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 생태문화 연구팀, 2013, 돌곶이 문화지도 그리기, 160-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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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오진아
  • 작성일: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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