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배움, 소통을 위한 정릉 마을카페 만들기
2012.07 - 2012.12
사건 도시
2012년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정릉동 주민들이 지역공동체 사업으로 카페를 만들었던 일이다. 정릉동의 주민들이 마을 내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동네 사람들의 소모임과 문화생활을 엮는 커뮤니티 카페를 구상하였고, 구청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정릉 카페’를 열었다. 처음 발의한 사람들은 정릉동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던 5명의 엄마들이었기에 아이 돌봄, 육아와 재교육 관련 배움의 공간, 정보 교류를 위한 소통 공간의 필요성이 컸기에 부담없이 들러서 만날 수 있는 카페라는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정릉카페는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2014년 폐점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릉동
  •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옛 청수장) 측면(2)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 비고:
  • 유형: 사건 도시

시기

  • 시대: 현대
  • 시기: 2012.07 - 2012.12

주소

  • 주소: 02814 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2동 106-3 (아리랑로19길 20 영신빌딩)

근거자료 원문

  • 간절히 원할 때 기회는 온다 카페 이야기가 처음 나온 지 대여섯 달 쯤 되었을까. 모임 멤버 중 한 엄마가 “요즘 서울시나 지자체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에 한창인가 본데 뭔지는 모르지만 한번 조사해보고 남들이 하기 전에 우리가 시작해보는 건 어때?”라고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공무원을 하다가 육아휴직 중인 한 엄마가 성북구청이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만들기에 엄청 적극적이라고 귀띔을 해준다. 우리는 지체할 것도 없이 성북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2012 성북구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안내」 글이 떡하니 공지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이제 우리의 할 일은 확실해졌다. 우리의 뜻을 더 정교하고 명확하게 정리해 성북구청을 설득할 수 있도록 멋진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 회사 다닐 때 서류작성은 해보았지만 이런 사업계획서를 쓰는 건 모두에게 낯선 작업이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으로 신청서의 빈칸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사업의 주체, 배경, 취지와 목적, 사업 세부내용과 홍보방안, 구체적인 일정과 예산계획까지 신청서류가 요구하는 항목은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다. “동네에 맘 놓고 수다 떨 카페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어?” 했던 막연한 생각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공간의 필요성”으로 명확해졌고 “카페가 생기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라고 했던 어렴풋한 기대가 ‘동네 사람들의 소모임과 문화생활을 엮는 커뮤니티 카페’라는 목표로 확실해졌다. “모이는 돈에 맞춰서 어찌 하면 되지 않을까?”하던 대책 없는 생각도 “필요한 총예산에서 자기부담과 보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하고 부족한 금액은 기부와 모금운동을 충당하자”는 구체적으로 계획으로 이어졌다. 다섯 명이 모여 매일 같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계산하고 계산기와 자판을 수도 없이 두드리며 드디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사업계획서가 완성된 날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고, 공모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일을 꼭 하고 싶다는 비장한 눈빛의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경아 외 7인, 2013, 성북마을 이야기, 180-181쪽
  • 시장 한 가운데서 카페 프로젝트가 시작되다 공모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우리는 동네 근처에 빈 점포를 찾아 나섰다. 오래된 주택과 다가구 빌라,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혼재하고 있는 정릉 2동은 이렇다 할 상권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한 시장인 아리랑시장도 시장이라 하기에 초라할 정도로 침체되어 있으니 마땅한 카페 자리를 찾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위치가 좋으면 면적이 너무 좁고, 평수가 넓은데 일반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은 건물이고, 여러 모로 무난하다 싶으면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고 이런 식이었다. 하기야 세상에 내 입맛에 딱 맞는 물건이란 게 어디 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다른 조건은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게 세상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카페를 꿈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누구라도 쉽게 찾아올 수 있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위치?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료? 많은 동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실내 디자인? 일단 큰 길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 역할을 하는 아리랑시장을 염두에 두고 다섯 명이 날마다 모여 여기가 좋네 저기가 낫네 갑론을박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성북구마을만들기 지원센터에서 그렇게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공모에 당당히 당선됐다는 것이다! 야호, 신난다! 우리는 동네 사람들 눈에 가장 잘 띄겠다 싶어 점찍어 놓은 아리랑시장 한 가운데 위치한 점포와 계약하기로 결정하고 내부적으로는 출자자 모집을, 외부적으로는 카페 인테리어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출자자 모집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일단 우리 다섯 명이 초기 출자자 및 카페 운영위원이 되고 마을카페의 취지에 공감하는 어린이집, 방과후 부모들이 추가 출자자 및 카페 운영위원이 되고 마을카페의 취지에 공감하는 어린이집, 방과후 부모들이 추가 출자자로 나서주었다. 오십만 원을 낸 사람부터 이백만 원을 낸 사람까지 형편이 닿는 대로 출자를 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원리가 그렇듯 출자금에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비중으로 이 카페의 주인이 되는 것을 약속했다. 총 11명의 출자자가 모은 출자금으로 월세보증금과 집기 비용을 대고 인테리어 비용의 일부를 성북구청의 지원금으로 충당했으며 그래도 모자란 금액은 모금과 현물기부를 받기로 했다. 우리는 필요한 물품과 집기리스트를 만들어 주위에 알리기 시작했다. 카페 의자는 꼭 예쁜 걸로 사고 싶었지만 하나에 십만 원 가까이 할 정도로 비쌌다.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 무지개 방과후에 아이를 보내며 건축회사에 다니는 어느 엄마가 회사 모델하우스에서 철거될 의자가 있는데 가져가면 어떻겠냐고 물어 왔다. 우리는 쾌재를 부르며 당장 모델하우스로 달려가 해체작업을 하는 인부들 틈에 끼어 각자의 차에 의자를 두어 개씩 실어 날랐다. 남들이 보면 “저 아줌마들 뭐야!” 했을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쓰일 것은 없을까 하고 몇 번이고 주위를 살폈다. 바닥에 뜯겨 있던 인조 잔디 조각과 버려진 화분들은 몇 달 후 우리 카페를 장식하는 좋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활용되었다. 사진작가인 어린이집의 한 아빠는 카페에 걸 멋진 작품을 기증해 주었고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성북동의 젊은 목수는 카페 한 벽에 붙박이 장식장과 홍보 게시대를 만들어 주었다. 무언가를 현물로 내놓지 않아도 사람들의 관심 그 자체가 후원활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모금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독립영화 감독인 한 아빠가 소개해 준 크라우드 펀딩 덕분에 최종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 대표적인 경우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활동가들이 자신의 창작 활동이나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대중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십시일반의 정신이다. 창작자는 목표액과 모금기간을 정해놓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최대한 설득력 있게 소개해서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이익은 창작자가 작업한 결과물을 같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투자금액이 오천 원, 만 원부터 시작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누군가의 창작활동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고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을 관여시켜 대중성과 공익성을 담아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취지와 딱 맞는 시스템이 아닌가! 다함께 만드는 동네사랑방이란 의미에 공감한다면 작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까? 우리는 후원인에게 카페 이용권을 선물하기로 약속하고 앞으로 카페에서 벌어질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한 달 열흘 만에 목표액인 300만 원이 채워졌다! 후원자 명단에는 출자에 참여하지 못한 동네 사람들, 우리의 뜻에 지지를 보내준 지인들, 심지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이렇게 마을카페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 속에 조금씩 완성돼 가고 있었다.
    김경아 외 7인, 2013, 성북마을 이야기, 181-184쪽

기술통제

  • 작성자: 오진아
  • 작성일: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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