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시장 성모꽃방에는 낮은 의자 십여 개가 있습니다. 김은숙 사장님 부부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의자를 만드신다고 합니다. 이 가게 의자는 만남을 위한 자리입니다. 마음이 병든 사람, 사는 일에 지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사람, 이웃이 다 피할 만큼 성격이 모난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아서 위안을 얻어 갈 수 있는 곳, 이곳은 정릉시장의 성모꽃방이란 이름의 작은 안식처입니다.
“누구에게나 털어놓기 힘든 얘기가 있잖아요. 가족이나 친구한테도요. 그런 얘기는, 꺼내놓는 순간 치유가 시작되는 거예요.”
사장님은 원단에 그림을 그리던 예술가였습니다. 수십 명 직원을 거느린 사업가이기도 했으나 사업이 잘될수록 몸은 상했고, 번민과 기도 끝에 다른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꽃집입니다.
꽃집의 손님은 애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합니다. 할머니들은 봄이면 배추씨 열무씨 상추씨 등을 사다가 텃밭에 심고, 오가면서 비료 하나, 거름 하나 달라고 하시거나 ‘벌레가 생겼어.’ 하면서 들어오신다고 합니다. 보따리가 무거우면 맡기고, 그 무거운 보따리를 또 실어다 드리기도 합니다. 애기들은 지나가다가 꽃을 사달라고 하고, 가게 밖에 꽃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꽃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장님은 ‘눈에다가 많이 넣어 가지고 가세요’라고 하신답니다. 가게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보입니다. 여기가 정릉의 명동이며 사랑방입니다.
“시장은 너무 다른 세계더라고요. 백 원 이백 원에 핏대를 세우기도 하고. 그저 돈 버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23년 동안 꽃집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남들이 둘을 벌 때 하나만 벌면서 팔았습니다. “배부르지 않았어도 굶지는 않았다.”라는 사장님의 말씀. 오늘도 성모꽃방의 난로 위에는 쉬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고구마가 익어가고 대추차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데 제 손에 빨갛고 예쁜 꽃모종을 쥐여 주십니다. 보름이 지난 지금도 싱싱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면서 사장님의 따뜻한 나눔의 사랑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