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 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 시 전문 수록 **
박준 시인은 평소 눈물이 많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아버지의 말과 행동의 의미를 생각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었다. 시인의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는 일찍이 아내와 사별 후 종암동에 거주했는데, 시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집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리웠다고 한다. 여기에서 '종암동 개천가'는 종암1동과 2동을 나누는 정릉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