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거리기만 하는 버스에 실려 미아리 고개 서면 내 친구 원화 생각난다 친정 엄마 울며 말렸어도 졸업장 하나 없는 백수 건달과 월세 단칸방서 햇님 달님으로 산다는 원화 (중략)
남편은 전신 3도 화상, 열흘 동안 물만 찾다 끝내 먼저 가고 (중략) 친구들은 시집도 안 갔는데 우리 원화는 과부가 됐구나 친정 엄마 한숨 뿌리치고 원화는 미아리 고개 산다 비 뿌려 힘겹게 넘는 용달차 뒤꽁무늬의 배추잎처럼 찢어져서 그래도 내년 신수는 훤하다는 점집 최노파 말 믿고 단장의 미아리 고개서 엎드려 산다
아직도 신파조로
"햇님 달님으로 산다는" "비 뿌려 힘겹게 넘는 용달차 뒤꽁무늬의 배추잎처럼 찢어져서" 등의 구절을 통해 미아리고개에 사는 빈민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했다. 그러나 가난에 마냥 무너지지 않고 미아리 점성촌 역술인의 한 마디에 희망을 붙들고 사는 모습 또한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