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엣
2011.04
작품 문학
월간 『현대문학』 (2011.04월호)에 실린 설은영 작가의 소설로, 성북동과 길상사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듀엣' 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명의 인물, 동갑내기 '만정'과 '지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들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성북동의 양극단을 대표한다. 초반부터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알쏭달쏭했던 '듀엣'의 이야기는 반전인 듯 하지만 사실은 독자들이 의심하고 예상했던 결말로 마무리 된다.
성북동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설은영
  • 비고:
  • 유형: 작품 문학

시기

  • 시대: 현대
  • 시기: 2011.04
  • 비고: 월간 『현대문학』 2011년 4월호에 수록됨

주소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근거자료 원문

  • 사람을 죽이려면 어떤 요일이 가장 좋을까? 만정은 지연의 알몸을 훔쳐보며 오전 내 이를 고민하고 있다. 지연의 벗은 몸 「밀로의 비너스」를 떠올리게 한다. 조각 같은 누드가 프랑스의 루브르가 아닌 성북동의 허름한 대중목욕탕에 전시돼 있다. 이 살아있는 전시품은 손에 때수건을 끼고 절찬리에 영업 중이다.
    양숙진, 2011, 『현대문학』 2011년 4월호, 177쪽
    다소 파격적인 첫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정은 십년 째, 지연은 일년 째, 성북동의 허름한 골목에 있는 대중목욕탕에서 세신사로 함께 일하고 있다.
  • 지연은 돈을 벌기 위해 때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재력가의 여식이다. 성북동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은 모두 길상사 앞에 있는 지연이네 저택에서 주말을 보낸다. 만정은 자신이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성북동 변두리 쪽방에 세 들어 살던 만정의 엄마가 지연이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마늘댁이라는 것도 함구했다.
    양숙진, 2011, 『현대문학』 2011년 4월호, 182-183쪽
    만정과 지연은 둘다 성북동에 거주하고 같은 초등학교를 나와 현재는 직업도 일터도 같은 서른 셋 동갑내기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정환경부터 외모, 성격, 말투, 몸짓까지 정반대로 그려진다. 성북동의 부유층을 대표하는 지연과 달리 만정은 빈곤하고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낮고 대인기피증을 앓는 인물이다. 그런 만정에게 지연은 유일한 빛과 같은 존재이다. 한편, 재력가 집안의 딸인 지연이 왜 성북동의 허름한 목욕탕에서 세신사를 하고 있는지 독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한다.
  • 성년의 날을 코앞에 둔 어느날, 그녀는 길상사의 큰스님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자신처럼 하찮은 인간에게 생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털끝만큼이라도 있는지 물어볼 요량이었다. 만정은 캄캄한 새벽에 집을 나섰다. 오월의 푸른햇살 속에서 돌아다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라고는 해도 언덕을 한참 오르내리느라 거의 사십 분가량 땀을 육수처럼 쏟아냈다. 새벽 네 시경, 길상사에 다다른 그녀는 다짜고짜 법당에 쳐들어가 맑은 목탁 소리를 두동강 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도 몸과 마음이 제멋대로 분열됐다. 삽시간에 쳐들어온 육중한 몸뚱이가 신들린 듯 발작하자 사람들은 기겁한 나머지 그녀를 제지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만정의 괴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팔순이 넘은 큰스님뿐이었다.
    양숙진, 2011, 『현대문학』 2011년 4월호, 183-184쪽
    삶의 희망이 없던 스물 한 살의 만정은 길상사에 찾아가 어려서부터 쌓아왔던 슬픔과 분노를 쏟아내고 큰스님에게 위로를 받는다. 이때부터 길상사는 만정이 위안을 얻는 장소가 되었다.
  • 두 사람은 카운터에 사정을 얘기하고 곧장 길상사로 향했다. 큰 도로와 작은 언덕 하나를 지날 때까지 조용히 걷기만 했다. 오월의 늦은 햇살이 그녀들의 어깨를 나른하게 감쌌다. 만정은 데이트를 즐기는 여자처럼 달뜬 표정이지만 지연의 얼굴은 늪처럼 고요하다. "길, 길상사 말이야…… 시, 시, 시인과 기, 기생의 사랑 이야기 알아?" 지연의 굳은 표정을 풀어주려는 듯 민정이 모처럼 발랄하게 톤을 올려 말했다. "길상사는 원래 휘황찬란한 요정이었다지.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이 죽는 순간까지 애인을 잊지 못해 엄청난 재산을 모두 토해내 기부했고 요정은 곧 절이 되었어. 넌 이런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니?"
    양숙진, 2011, 『현대문학』 2011년 4월호, 190-191쪽
    성북동 목욕탕에서 지연과 일한 지난 일년 간 만정은 그녀와 함께 길상사에서 기도를 하며 깊은 교감을 나누기를 바랐다. 만정의 제안으로 마침내 지연과 길상사로 향하는 길, 요정 대원각의 소유주였던 김영한이 법정스님에게 땅과 건물을 시주하여 길상사가 세워지게 된 과정이 대화 주제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도 만정과 지연의 의견은 엇갈리는데, 만정은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연은 무책임한 관계라며 비난한다.
  • 지연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녁 예불이 시작됐는지 길상사의 법종 소리가 해변의 잔잔한 파도처럼 골목 안쪽으로 떠밀려 왔다. 지연이 밀물에 발을 피하려는 듯 길 반대편으로 몸을 옮기자 만정도 부랴부랴 뒤를 따랐다. 그러자 길상사를 마주 보고 있는 지연이네 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말이면 화려하게 조명을 발하는 그곳이 한산한 평일에는 버려진 성터처럼 적요했다. 만정은 앞만 보고 걸어가는 지연을 졸졸 따라 길상사 안으로 들어갔다. 명상관인 '침묵의 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절의 문설주를 넘은 지연은 망부석처럼 그대로 굳어 하늘을 바라봤다. 종소리가 멈출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었다.
    양숙진, 2011, 『현대문학』 2011년 4월호, 191쪽
    길상사에는 일반인들이 개인적으로 정진할 수 있는 ‘침묵의 집’이 있다. 만정은 그 곳에서 지연과 함께 명상과 참선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연은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수행공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극단적 계획을 이야기한다.

기술통제

  • 작성자: 염현주
  • 작성일: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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