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는요 아주 오래된 이발소가 있어요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돼지가 있고요 기도하는 소녀도 있어요 그리고 의자 팔걸이에 얹혀진 빨래판이 있고요 그 위에 내가 앉아 있어요 이발사는 내 목에 흰 천을 두르고 머리를 깎고 있어요 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요 나의 긴 머리카락은 어느새 시멘트 바닥을 뒤엎고 상고머리 낯선 아이가 거울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어요 우왕, 우는 아이를 번쩍 안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겨주던 여자 이발사, 물조리를 밀치며 도망친 아이의 짧은 머리카락이 구름을 뚫고 자랐어요
명랑이발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이발사인 이덕훈(1936~) 할머니가 약 50년간 운영하는 곳이다. 홍대부고 후문 쪽에 있던 기존 위치에서 2003년, 현재의 성북로 55 자리로 이전하면서 상호도 ‘새이용원’으로 변경하였다.
미용실이 별로 없던 시절, 시인은 어린 딸들의 머리를 자르러 ‘명랑이발소’를 자주 다녔다. 이발소 내부에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돼지’, ‘기도하는 소녀’ 등 정겨운 그림이 걸려 있었고, 체구가 작은 아이들은 의자 팔걸이에 얹힌 빨래판 위에 앉아서 머리를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