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밤까지
물장구를 치며 놀았는데요
엄마가 사라졌어요
함부로 밟고 간 더럽혀진 집
우린 그 발길을 피해 똘똘 뭉쳐 있었지요
한바탕 개발이란 바람이 불어올 때
집 나갔던 엄마가
불도저를 온몸으로 막았어요
엄마의 가슴팍이 잘려나갔어요
우린 두 귀를 꼭 막고
엄마의 비명을 듣지 않았어요
물길은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
물살을 거슬러봤자 제자리라는 걸 엄만 알았을까요
엄마의 살과 피가 흐르는 수고해
꽃잎이 종아리까지 담그고
햇빛이 몸을 적시러 놀러 옵니다
우리는 종종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를
다 아는 것같이 생각합니다
** 시 전문 수록 **
성북천은 북한산 구준봉에서 발원하여 성북동·안암동을 지나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개천이다. 성북천의 발원지 '수고해(水鼓蟹)'는 그 의미가 ‘가재가 물장구치는 곳’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960년대 말부터 1993년까지 대부분의 상류 지역이 복개되었다. 시인은 어린 가재를 시의 화자로 설정하여 성북천 개발을 엄마 가재의 희생, 즉 생태계의 파괴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성북천 복개공사는 엄마들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헤엄치며 놀았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가 사라진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도시 개발의 양면성 뿐 아니라 인생의 깊이와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