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2004.01
작품 문학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최일남이 월간 『현대문학』 (2004. 01월 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같은 해 펴낸 그의 열세 번째 소설집 『석류』에도 수록되었다. 서울에서 수십 년간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화자가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한 기성세대로서 느낀 서울의 변화, 특히 '우리'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로의 변모를 비판하면서도 포용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지역 갈등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서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문학인 다운 푸근하고 개성적인 문체가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돈암동 성북동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최일남
  • 비고:
  • 유형: 작품 문학

시기

  • 시대: 현대
  • 시기: 2004.01
  • 비고: 월간 『현대문학』 2004년 1월호에 수록됨

주소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근거자료 원문

  • 성북동에서도 몇 년 산 적이 있네만 그때는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가,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가기..."전이었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가..." 성북동에서 쫓겨나기 전이었다구. 쫓겨나기 전이니까 지금처럼 복개가 안된 성북천가에서 걔네들의 구구구 소리를 더러더러 들은 것도 같애. 삼선교 위로는 돈암동과 을지로 사가 사이를 오가는 늙은 전차가 땡땡 종을 울리며 지나가고, 다리 밑 마른 개천에서는 뱀장사의 흑질백장 끓이는 냄새가, 혹자는 구수하다고 사족을 못 쓰되 나에겐 역겨웠던 기억과 함께 들은 것 같애. 그랬던 비둘기와 뱀장사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너희가 성북동을 아느냐' 묻고 싶은 심정이야.
    최일남, 2004, 석류, 175-176쪽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인용하며 성북천 복개공사 및 일대 개발로 인해 성북동의 옛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 돌고 돌아 나는 지금 돈암동에서 사네. 공교롭게도 내가 서울에 첫발을 딛었던 곳이야. 반세기 동안 서울 천지를 헤매다가 복귀한 지 오래됐는데, 아파트의 임립을 빼면 크게 변한 것도 없어. 미아리고개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간다고 한 많은 미아리고개의 표고가 낮아지겠나? 아리랑고개를 삽으로 떠내겠나? 수더분한 첫인상대로 돈암동은 오늘도 돈암동답게 두 고개 아래 안녕하시다네. 수도의 외연 확대에 따라, 이제는 서울 동북부의 중심지역 구실을 하면서. 미아리고개의 본래 이름은 되너미고개였대, 옛날에 되놈이 이곳을 넘어 서울로 침입했기 때문이래. 돈암동은 자연히 되너미라고 불렀거늘, 아리랑고개는 조금 달라. 일정 때 정릉에 고급 요정을 차린 업자들이 그쪽으로 손님을 끌기 위해 길을 닦고, 고개 마루턱에 아리랑 민요를 딴 표목을 세우면서 비롯된 이름이라대. 결과적으로 재미있지 뭔가. 아리랑고개 밑에 즐비한 회갑잔치촌이 정릉을 대신했으니 말일세. 발병이 나서 고개를 넘지 못했는지 어땠는지 따질것 없이 잘되었어. 미아리고개 아래 운명철학관은 요즈음도 성업중이지만 아리랑고개 못미쳐 동도극장은 없네. 개봉관에서 실컷 상영한 다음에야 차례가 돌아올망정, 동도극장은 곧 죽어도 명화만 틀었지. 거기서 「미녀와 야수」도 보고, 「자전거 도둑」도 보고, 마르셀 까르네 감독의 「인생유전」도 보았지. 새파란 나이의 우쭐함으로, 다 된 인생들에 대한 연민 섞인 감동을 어쩌면 자네와 함께 그때 나누었는지도 몰라. 극장 건너 굴 속 술집 일제시대 방공호에서 뒤풀이를 했던가? 안했던가? 지금처럼 값이 오만하지 않았단던 굴비를 안주 삼아.
    최일남, 2004, 석류, 176-177쪽
    미아리고개, 아리랑고개, 미아리 역학촌, 동도극장 등 화자가 과거에 거주했었고 또한 현재도 살고 있는 돈암동 일대의 역사와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자는 본 소설 초반에 '동' 단위의 거주지는 그 사람의 대명사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즉, 돈암동의 과거와 현재는 화자의 정체성과 다름없을 것이다.

기술통제

  • 작성자: 염현주
  • 작성일: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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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물
    석류
    분류: 문서류
    시기: 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