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수도원
1992.04.25
작품 문학
이진명 시인의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민음사, 1994)에 수록되었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창작한 시문학이지만, 특정 종교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깊이 침잠하는 화자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작품 속 '복자수도원'은 성북동 89번지(성북로24길 3)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건물인데, 구체적 장소가 아닌 '복자(福者)'의 보편적인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이진명의 깊고 고요한 작품 성향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성북동

기본정보

  • 영문명칭:
  • 한문명칭:
  • 이명칭:
  • 오브젝트 생산자: 이진명
  • 비고:
  • 유형: 작품 문학

시기

  • 시대: 현대
  • 시기: 1992.04.25
  • 비고: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펴낸날

주소

  •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근거자료 원문

  • 내 산책의 끝에는 복자(福者)수도원이 있다 복자수도원은 길에서 조금 비켜 서 있다 붉은 벽돌집이다 그 벽돌 빛은 바랬고 창문들의 창살에 칠한 흰빛도 여위었다 한낮에도 그 창문 열리지 않고 그이들 한 사람도 마당에 나와 서성인 것 본 적 없다 둥그스름하게 올린 지붕 위에는 드문드문 잡풀이 자라 흔들렸고 지붕 밑으로 비둘기 집이 기울었다 잠깐이라도 열린 것 본 적 없는 높다란 대문 돌기둥에는 순교복자수도회수도원이라 새겨진 글씨 흐릿했다 그이들은 그이들끼리 모여 산다 한다 저녁 어스름 때면 모두 성의(聖依) 자락을 끌며 긴 복도를 나란히 지나간다고 한다 비스듬히 올라간 담 끄트머리에는 녹슨 외짝 문 있는데 삐긋이 열려 있기도 했다 숨죽여 들여다보면 크낙한 목련 나무가 복자수도원, 그 온몸을 다 가렸다 내 산책의 끝에는 언제나 없는 복자수도원이 있다 ** 시 전문 수록 **
    이진명, 1992,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12쪽
    붉은 벽돌, 둥근 지붕, 지붕에 자란 풀, 높다란 대문 돌기둥 등 성북동 89번지에 위치한 복자수도원의 외관을 묘사하였다. 복자수도원은 한국 가톨릭 최초의 내국인 수도자를 위한 남자수도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본원 건물로서, 1955년 한국인 방유룡 신부의 설계로 건립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종교적 가치가 크다. 또한, 건물 외벽에 설치되었던 12명의 순교자상은 ‘최초로 조각된 한국 순교자상’이라는 문화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복자수도원은 역사·문화·종교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라기 보다는 화자가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하다가 만나는 시적 공간이다. ‘산책’이라는 일상성 속에서도 복자수도원은 ‘길에서 조금 비켜 서 있’듯 세속적 일상과는 조금 다른 곳이며, 우리는 그곳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은 마지막 행에서 강조된다.

기술통제

  • 작성자: 염현주
  • 작성일: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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