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네 번째 생일날 무궁화 묘목 열 그루를 심는다
임대주택 재계약하고 편안한 장위동 219번지
집주인 없는 14가구가 비슷비슷 사는 5층 신축 건물
주차장 10칸이 6살 남자 아이의 운동장이 되고
공동 화단에 꽃집에서 사 온 모종을 너도나도 심는 사월
내 땅 한 평 내 집 한 칸 없어도 마냥 자유로운 곳
가난한 얼굴들이 그냥저냥 살아가는 집
장위로 21나길 66 골목에 피어나는 새싹들이
꽁꽁 얼어붙은 봄날을 열어주는 나무 심는 날
생일 기념 식수가 외출 자제로 닫힌 눈을
푸르게 푸르게 채워 줄 장위동 화단
무궁화꽃이 피어서 부르는 여름을 미리 당긴다
** 시 전문 수록
(시산문 홈페이지에도 전문 전체 공개상태,
https://cafe.naver.com/dalcho/65042)
화자가 사는 장위로21나길 일대는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선정된 '장위마을'에 속한다. 골목이 많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라는 특징을 살려 골목을 중심으로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나가고 있는 마을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골목과 마을을 가꾸는 생활환경이 이 시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