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늘이는 나무 앞에 兄이 서 있을 때
옛 안기부 건물 앞 어느 왕릉의 나무에게
전, 슬리퍼 끌며 갑니다.
그 저녁 나무, 눈 지긋하게 감고
뭔갈 꾹 참고 있는 자의 표정을 하고 있대요
형, 그거 알아요.
아, 저게 '거룩하다'는 형용사구나
(후략)
시구에 나오는 '안기부'는 중앙정보부의 후신이자 국가정보원의 전신으로, 국가안전기획부의 약칭이다. 안기부는 1980년대 남산과 이문동(석관동)에 청사가 있었는데, 의릉부지에 이문동 청사가 있었다. 따라서 "어느 왕릉"은 '의릉'임을 알 수 있다. 의릉은 제20대 경종과 경종의 계비 선의왕후의 능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