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손기정은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암동 자택에 ‘마라톤선수합숙소’라는 현판을 붙이고 전국의 마라톤 유망주 20여명을 뽑아 직접 먹이고 재워가며 훈련을 시켰다. 이에 대한 결실은 비교적 빨리 나타났다. 당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는 서윤복이었는데, 손기정의 가르침에 힘입어 194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더불어 1950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는 손기정의 가르침을 받은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등 3명의 선수가 나란히 1위부터 3위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거두었다. 서윤복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하였다.
먹고 살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 후배들을 먹이고 재우며 훈련을 시킨 그 은혜는 또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후배들의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돌아다니며 모금 운동을 하신것은 오직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 마라톤의 아버지이자 저희들의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뛰어라!“
… 불호령을 내리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떠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껄껄웃으시며 등을 다독대시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 “조국을 위해 뛰어라” 불호령이 그립습니다(2002. 11. 16.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