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목위원회' 유상혁 세례자요한 신부님 인터뷰]
신부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Q. 신부님 뵙기 전에 서울대교구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사제수품일이 2009년 6월 26일이며, 사제로서의 첫걸음은 둔촌동성당을 비롯한 본당사목으로 시작하셨더군요. 그리고 2021년 8월 30일 자로 특수사목인 현 소임지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하셨고, 노동사목회관 관장도 겸하고 계신 데, 제 자료가 맞는지요?
A. 하하, 맞습니다. 제가 할 소개를 대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Q.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주제넘게 소개를 한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럼, 먼저 이주사목위원회의 설립 목적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네, 설립 목적은 교회의 복음 선포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이주와 관련되는 사목적 문제에 관하여 교구장님 자문하고, 이주민을 복음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이주민도 우리 사회에서의 같은 구성원이라는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깨우쳐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가톨릭 정신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Q. 고맙습니다. 그럼 이주사목위원회 조직과 주요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이번에는 아무리 줄이더라도 좀 긴 얘기가 되겠네요.
이주사목위원회는 상담센터, 7개 국가별공동체, 5개의 이주민 쉼터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략)
Q. 긴 시간 설명 고맙습니다. 아까 사무실 들어올 때 뵈니까 한 이주여성과 말씀을 나누고 계시던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언어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스트레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A. 스트레스 없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이주사목위원회에는 다양한 공동체가 있습니다. 거기 상담실에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들어주고 싶지만, 그 모든 언어로 말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소' 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은 친절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미안함의 표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입으로 소리를 내뱉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말이 되기 위해서는 '지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말에는 지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명령이 아닌, '친근함'입니다. 이 친근함은 상대방의 귀를 열어줍니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말하더라도 상대방은 알아듣습니다. 거짓말 같죠?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전달됩니다.
우리는 내 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가지는 마음이 좋은 마음인지 걱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충고와 상대방을 무시하며 하는 충고를 우리는 구별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한 할아버지가 소리를 치며, '너 한국말도 못 하면서 여기에서 왜 살아?'라고 말씀하시며 한 외국인을 나무라는 모습을 봤습니다. 외국인은 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만약, 할아버지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면,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외국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Q. 그렇군요. 길을 가다 보면 외국인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을 외모나 피부색만 보고 성급히 판다하거나 차별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을 고려하여 신부님께서 한 말씀 해주세요.
A. 좋은 질문입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노래를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 질문에 상대방은 꽃을 찾으러 왔다고 대답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는 목적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관광을 오기도 하고, 일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환대받고, 또 어떤 이들은 성경 속의 라자로처럼 차별을 받습니다.
그런데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이런 넘을 수 없는 간격은 또 다른 갈등과 단절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이유로 그들을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환대하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죠.
사회의 불균형과 무관심은 다양성을 잃게 만들고, 폭력과 갈등으로 많은 이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가진 소중한 가치와 능력들은 우리 사회 안에 모든 이들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보물입니다. 우리 집에 온 이유를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낮은 출산율과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미 많은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작은 모퉁잇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모퉁잇돌이 빠진다면 아름답게 건설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의 도성은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바로 오늘입니다.
이제는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이 질문이 갈등을 만들어내는 질문이 아니라,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의 질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Q.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초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A. 당연합니다. 그분들이 입국한 1주일 뒤인 8월 13일에 주한필리핀대사관 협조로 역삼동 교육시설에서 함께 첫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100명 중 70여 명이 가톨릭신자였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하여 9월 3일부터 한국 가정에서의 활동에 들어갔는데, 교회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볼 때 앞으로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70퍼센트가 신자인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공장 등 산업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가정’에서 일한다는 점도 맞춤형 사목이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4주간 교육만으로는 그분들이 문화가 다른 한국인 자녀를 돌보고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저희 이주사목위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이들을 정서적, 영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그 한 가지 예로서 가사관리사들이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영어 미사가 있는 서울 시내 본당들을 소개하고, 한국어가 서툰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당도 안내할 예정입니다.
Q. 요즘 이주민을 위해 특별히 하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네, 교황님의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보셨겠지만, 사실 오는 9월 29일 명동성당 마당에서 개최할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 준비로 꽤 바쁩니다. 저희 이주사목위의 년 중 가장 큰 행사라고도 할 수 있지요.(웃음)
Q. 매년 개최되는 행사인가요?
A. 네. 우리 교회는 1914년에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이 제정된 이래, 한결같이 온교회의 신자들에게 이주민들을 위하여 기도하자고 당부해 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과 함께 걸어가십니다”는 오는 9월 29일에 열리는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에 사용될 주제입니다.
Q. 그럼, 참고로 작년 행사는 어땠나요?
A. 작년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주제는 ‘이주할지 또는 머무를지 선택할 자유’였으며 9월 24일(일)에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현대 사회 안에서 이주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이루어지며,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채워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이주하여 먼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며 그 사회에 필요한 부분들을 훌륭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강제 이주'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안에서 삶의 자리를 잃고 내쫓겨야만 하는 많은 이를 위하여 교회는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느님 모습을 닮은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하여야 합니다.
특히 작년에 행사를 치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항상 이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머무를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모국어를 사용하며, 안정적 노동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 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주를 선택합니다.
현대 이주 문제의 가장 근본에는 인간 존엄성의 상실에 있습니다. 특별히 ‘선택할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근본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이주민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이런 문제들은 스며들어 있고, 우리도 이주민들과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더욱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Q. 끝으로 하실 말씀이 계시면 얘기해주세요.
A. 이주사목위원회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한편으로는 임금 체불과 산재 사고의 피해자, 미혼모 등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과 난민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이 한국 땅에서 받고 있는 두려움과 상처가 아주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마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라고 하신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예수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셨습니다. 눈앞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다른 곳에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자기와 함께해줄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동반자들을 만들기 위해 당신의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이끄셨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주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듭니다. 각 본당에서 이주민을 돌보는 데 동반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기도 합니다. 그분께서 수확할 좋은 일꾼들을 많이 보내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각자의 능력과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모습,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과 권한을 나누어 조화를 이루려 노력할 때 하느님의 더 좋은 선물을 만들어냅니다. 복음의 사도들도 때로 다투고 화해하며 어려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각자가 가진 다양성 덕분에 기쁜 소식을 끝까지 함께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많은 분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후원자가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매일 동반할 ‘일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부님, 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좋은 말씀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주민기록단 활동보고서(2024. 09. 22. 이주민 지킴이-천주교 이주사목위원회) / 주민기록단 남명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