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 대중목욕탕' 사장님 인터뷰]
Q. 가게 운영 시기 등 가게 정보
A. 성북구 정릉4동 골목에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 성원여객 버스차고지 옆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한눈에 봐도 연식이 있어 보인다. 목욕탕이 생긴 지는 55년이 됐고, 지금 주인인 박흥동씨가 1993년에 인수해 운영한 지는 30년이 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목욕탕이 문을 닫아 정릉동 지역만 해도 남은 곳이 얼마 없다. 보통의 목욕탕이 단독 건물인 것에 비해 서림탕은 1층에 상가가 있고, 2층엔 파크장이라는 여관이 있다. 여관은 현재 사촌 동생이 운영한다. 이 건물에서 서림탕은 건물 앞에서 보면 지하이고, 골목에서 보면 1층이 된다. 문을 열면 전형적인 목욕탕 구조라서 중앙에 매표소가 있고 왼쪽 남탕, 오른쪽 여탕이 있다.
Q. 성북구에서 가게를 운영하게 된 계기
A. 서림탕 주인은 일찍부터 목욕업에 뛰어들었다. 작은아버지가 목욕탕을 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웠는데 그때가 1980년도이니까 44년이 됐다. 그 후 경기도 광주, 성남, 군포, 광명 등과 서울의 신촌, 군자동 등에서 세를 얻어 목욕탕을 하다가 1993년에 이곳을 인수해 정착한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서림탕이 정릉동 일대에서 가장 컸고 손님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북한산 입구에 있는 버스 회사 종점이 예전엔 서림탕 주변에 있었는데, 버스 기사와 안내양 등 버스 회사 사람들이 목욕탕을 이용했다. 당시에는 버스 회사가 직원들에게 한 달에 몇 장식 목욕 티켓을 나눠 줬기 때문이다. 정릉동에 있던 버스회사들이 모두 티켓을 나눠줬고, 여러 곳의 회사 직원들 인원이 몇 백 명이 되니까 목욕탕이 문전성시를 이뤄 바빴다고 한다. 그러다 안내양이 없어지면서 손님이 줄었고, 이후 회사에서 티켓을 나누어주지 않게 되면서 기사들도 이용하는 횟수가 줄었다. 지금은 동네의 오래된 단골들만 이용한다.
Q. 기억에 남는 손님과 손님에게 바라는 점
A. 가끔 보면 목욕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물을 틀어 놓고 씻는 사람들이 있다. 비누 칠을 할 때는 잠시 꺼야 하는데 물을 그냥 흘려보낸다. 지금은 도시가스값과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서 유지비가 많이 든다. 목욕탕은 손님이 한 사람이 오거나 열 사람이 오거나 준비하는 것은 같다. 그래서 물을 아껴 쓰는 손님이 제일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 그나마 서림탕은 10여 년 전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해 여름에는 여기에서 나오는 전기로 일부를 충당한다. 겨울은 눈이 오거나 날이 흐리고, 낮이 짧아서 전기가 만들어지지 않아 효과가 없다. 서림탕은 태양광 활용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용 우수 단체로 선정돼 상도 여러 번 받았다. 서울시와 성북구에서 받은 표창장도 많았다. 서림탕이 적자를 볼 때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게의 월세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양광 사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가 된다. 1988년 이전에는 한옥을 철거하면 나무를 가져와 땔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기름 값이 비쌀 때여서 나무를 태워 물을 데웠는데, 1988년 이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고 한다.
- 목욕탕 밖 골목에서 인터뷰를 하시던 사장님이 안으로 들어가 책을 한 권 가지고 나오셨다. <본때를 보여 줘, 우리가 사랑한 동네 목욕탕>이라는 제목의 책은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후원하고, ‘더 해진’이 인터뷰를 진행해 발행한 전국의 목욕탕을 소개한 책이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충해서 올해 12월에 다시 출판할 계획이라는 이 책에 서림탕이 소개돼 있었다. 또 지난해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찾아와 남탕에 있던 옷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증했다고 한다. 30년도 넘은 알루미늄 옷장이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 <7080 추억의 거리>에 ‘장수탕’이라는 이름으로 목욕탕을 재현하고 그곳에 서림탕에서 가져간 옷장을 전시했다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재현한 목욕탕 내부도 서림탕과 비슷했다. 박물관에서 초대했는데 안 갔더니 박물관 담담자가 사진을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서림탕에서 영화도 몇 번 찍었다고 한다. 목욕탕이 있는 골목에 옛날 집들이 줄지어 있어서 70년대 분위기가 형성된다. 필자도 골목 안에 있는 오래된 한옥을 살펴보다가 서림탕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주민기록단 활동보고서(2023. 11. 20. 정릉동 '서림목욕탕') / 주민기록단 구정숙 작성